증상 적고 평소 관리 중요, 질환 발생 시 금주 필수…만성환자는 정기적 검진해야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예전과 같은 양의 일을 해도 최근 너무 피곤해 간에 문제가 있나 해서 병원을 찾았어요”,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가 높다고 하는데 어쩐지 많이 피로하다 싶었어요.” 

 

만성 피로를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한데,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의료진이 간 기능이 양호하다고 설명하면 “그러면 왜 피곤한 거냐”고 묻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의사들이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들이 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조심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다. 간은 우리가 섭취한 음식으로부터 얻어진 영양소를 필요한 곳으로 배분해 골고루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남은 영양분을 저장한다. 이 과정에서 몸에 필요한 알부민이나 혈액응고 인자들을 합성한다.  

 

또 간은 몸에 들어온 물질을 분해하고, 배설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해 배출하는 해독작용을 한다. 지방 소화를 돕고 지용성 비타민 흡수를 용이하게 하는 담즙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간은 장으로부터 오는 각종 세균에 대해 체로 거르고 살균하는 역할도 한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간은 웬만큼 기능이 저하되고 망가지지 않는 이상 별다른 증상이 없는 ‘침묵의 장기’이기에 더 조심스럽다.

 

간염은 글자 그대로 간에 발생한 염증이다. 간세포가 일시적 또는 만성적으로 손상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간염은 원인에 따라 바이러스성 간염,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간염을 포함하는 포괄적 병명), 알코올성 간질환(간염을 포함하는 포괄적 병명), 자가면역성 간염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염증이 지속되는 기간에 따라 6개월을 기준으로 짧은 경우를 급성간염,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사례를 만성간염으로 분류한다. 이중 바이러스성 간염은 간질환의 약 70%로 집계되며, A, B, C, D, E형 간염이 있다. 흔히 알려져 있는 간염은 A, B, C형 간염이다. 

 

우선 A형 간염은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된다. 대개 환자 분변에 존재하고, 오염된 음식, 해산물, 식수 등을 통해 전염된다.

 

가벼운 간염부터 예후가 좋지 않은 전격성 간염까지 다양한 임상양상을 보인다. 만성간염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드물게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오염된 물, 불결한 위생 상태와 연관돼 있어 위생환경이 좋지 않은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는 대부분 소아 때 A형 간염에 노출된다. 선진국에서는 좋은 위생환경으로 인해 유·소아 시기 노출이 없다가 성인이 돼 외부활동이 증가하면서 오염된 물이나 음식에 노출될 기회가 커져 급성 A형 간염에 걸리게 된다. 

 

우리나라도 위생환경이 좋아지며 2000년대 들어 A형 간염 건수가 늘어나기 시작해 지난 2009년 정점에 이르렀고 이후 감소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이후 신고 건수가 2.5배 정도까지 다시 늘고 있어 예방에 주의해야 한다.   

 

A형 간염은 잘 쉬며 영양상태를 보존하면 별다른 문제 없이 호전된다. 하지만 가장 활발하게 일할 연령대에서 발생하므로 사회적으로 의료비용 지출이 상당한 질병이다. 

 

A형 간염은 안전하고 효과적 백신이 개발돼 있다. 15-35세의 연령별 A형 간염 항체 양성률을 보면 30%를 넘지 않기에 전문가들은 35세 미만의 경우 6개월 간격으로 예방접종을 권유한다. 이 외에도 위생환경 개선, 손 씻기 등 생활습관 개선이 뒷받침돼야 A형 간염을 예방할 수 있다. 

 

B형 간염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 이로 인한 우리 몸의 면역반응으로 인해 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 등 체액에 의해 감염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쉽게 피로해질 수 있으며 입맛이 없어지고 구역, 구토가 생길 수 있다. 근육통 및 미열이 발생할 수도 있다.  

 

B형 간염에서 역시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특히 B형 간염이 있는 산모가 아기를 출산하는 경우 출산 전 반드시 B형 간염 백신과 면역글로불린을 투여 받아 신생아가 간염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러스성 간염을 예방하고 건강한 간을 지키기 위해 전문가들은 술과 담배를 멀리할 것을 권유한다. 특히 술은 예방 단계에서 조심해야 하며, 질환에 걸렸을 경우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피하며 A형 간염과 B형 간염 항체가 없는 경우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수의 의료진들은 “바이러스성 간염 중 만성인 환자는 정기진료를 받고 치료가 필요한 시기 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며 “투약을 시작하면 꾸준히 진행해야 하며, 간경변 또는 간암으로 진행 여부를 체크하는 것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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