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황증거 따져봐야, 치열한 논리 다툼으로 길어질 전망

지난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금감원의 회계 처리 위반 판단에 따른 대응 및 후속조치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심병화 삼성바이오 상무, 김동중 전무, 윤호열 상무(왼쪽부터)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금융위원회 감리위원회가 오는 17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심의한다. 감리위원회 심의는 당일 하루가 아닌 이후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전망된다. 그만큼 사안이 까다롭고 복잡하다는 평가다. 이번 건은 금융감독원이 결론이 나기 전 공개한 이례적인 사안인 만큼, 심의가 이뤄지는 동안 양측이 논리 다툼이 치열할 전망이다. 폭로전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예상이다.

 

감리위원회는 오는 17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기준을 변경하게 된 배경을 중점 다룰 것으로 보인다. 회계처리 자체보다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가치를 변경하는 한 배경이 논란의 근원이다. 따라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배력을 실제로 확대할 의도였는지가 쟁점의 핵심이다.

 

회계처리 일관성에서 벗어나 자회사 관계사로 변경 이유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 기준을 바꾼 것 자체는 분식 회계는 아니라는 것이 학계의 시각이다. 국제회계기준(IFRS)는 원칙만 제시하고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기 때문에 해석에 따라 회계 기준을 바꾼 것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계 관계자는 분식회계란 숨기고 싶은 것이 있어서 회계장부에서 무엇인가를 가리고 조작하는 것을 의미한다그러나 이번 건의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평가 기준을 바꿨다고 투명하게 공개했고 회계상으로는 가린 것이 없으니 엄밀히 말해서 분식회계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회계처리 과정에서 숨긴 것이 있는지는 감리위원회에서 따져봐야 할 문제다.

 

감리위원회에서 들여다볼 내용의 핵심은 회계 자체가 아니라 회계 기준이 바뀌게 된 배경이다. 국제회계기준에는 회계 처리의 일관성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자회사에서 관계사로 바꿔 장부가액에서 시가로 평가한 것은 일관성 원칙에 위배된다

 

일관성을 훼손한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몫이고, 반대 논리는 금감원이 찾아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 근거로서 자회사 지배력 상실 위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이미 제시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합작해서 설립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예정에 있어 일이 복잡해졌고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배력 유지를 위해 회계 기준을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고 기자간담회를 열어 주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 기준 변경 후 20115년 흑자로 전환하며 무사히 상장에 성공했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변경하면서 회계 기준이 장부가액이 아닌 시장가치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 평가 기준이 바뀌면서 단숨에 4년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바이오젠, 바이오에피스 콜옵션 행사 의지 있었나 없었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처리 과정에서 규정 절차는 모두 준수했다. 학계 관계자는 회계 기준은 IFRS에 따라 처리한 것이라며 “IFRS는 원칙만 제시할 뿐 처리 방안은 각 회사에 맡기는 편이어서 회사들은 회계 처리를 할 때 금융감독원에 질의를 하고 이에 대한 답을 받아 처리방안을 결정하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같은 절차를 모두 거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회계기준을 바꾸게 된 의도에 대해서 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입장이 엇갈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기 위해 문서를 발송했다고 주장한다. 금감원은 바이오젠은 콜옵션을 행사할 의도가 없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변경을 하려고 문서 발송을 요청했다고 맞선다.

 

입증하기 까다로운 내용이라 양측의 공방전이 길어질 전망이다. 회계처리 기준을 바꾸게 된 정황 증거를 하나하나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임시 감리위원회를 시작으로 증권선물위원회 등을 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처리 방안을 논의한다. 오는 17일 감리위원회는 대심제로 진행한다.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두 나와 재펀처럼 심의를 하는 형태다.

 

감리위원회 감리 위원들을 대상으로는 비밀서약서를 받고 감리위원회 내용과 일정을 비공개하고 입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감리위원 중 삼성과 관련이 있는 인물은 다 감리에서 배재하기로 했다.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와 관련한 결론은 공방과 맞공방이 이어질 것이어서 결론이 나는 시점이 지방선거 직전이나 직후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학계 관계자는 공방전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결론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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