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부장 2일부터 이틀간 북한 방문…대북 지분 확보 차원 분석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2015년 3월 21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7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일 북한을 방문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3월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중과 지난 달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에 이어 이번 왕이 부장이 방북한다는 소식은 지난해 중국의 대북제재로 파탄 일보직전까지 몰렸던 북중 관계가 회복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왕이 국무위원이 내달 2일부터 3일까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초청으로 방북한다”고 발표했다. 왕 부장과 리 외무상은 이달 3일 베이징에 만난 데 이어 한달만에 평양에서 다시 회동하게 됐다.

이번 왕이 부장의 방북은 기존 북중 관계의 전형성을 따르지 않고 있다. 전통적으로 북중관계는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이라는 ‘당대당’ 교류를 중시하기 때문에 주로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의 역할이 중시됐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직후 시점에서 북한의 비핵화 정책을 총괄하는 외교부장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지난 후진타오 정권 때인 2007년 7월 양제츠 당시 외교부장 이후 11년 만이다. 이에 친선의 의미를 넘어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올해 초부터 남북 화해분위기가 급진전 되는 과정에서 중국이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루캉 대변인은 명의 담화에서 “중국은 계속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하기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차이나 패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왕이 부장의 이번 방북은 중국이 포함된 4자 회담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자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왕 국무위원은 이달 3일 베이징 회동에서도 리 외무상에게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 실현을 추진하고 한반도 평화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적극적인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고, 리 외무상은 “한반도 관련 문제에 대해 중국과 밀접한 전략적 소통을 유지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루 대변인은 앞서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발표한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과 관련해 “적극적인 성과를 얻었다. 축하와 환영을 표시한다. 유관 당사국이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해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힘을 모아 추진하길 희망한다. 중국은 이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계속 발휘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왕이 국무위원은 이번 평양 방문에서 중국의 대북제재 강화에 따른 북중 경제·무역 관계 경색을 풀기 위한 논의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 일정도 논의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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