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종료 2시간 전 “리퍼폰 줄테니 문 닫기 전 백업해라” 요구…애플스토어 “수리 지침대로 처리한 것”

아이폰6S 모습. / 사진=셔터스톡
애플스토어에서 수리기사가 아이폰 배터리를 교체하다가 후면 카메라가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당황스러운 것은 이 사건에 대한 애플의 대응이었다. 애플스토어 측은 매장이 오후 10시에 문을 닫아야 하니 고객에게 문 닫기 전까지 되는대로 백업을 할 것을 요구했다.

아이폰6S를 사용하고 있는 김아무개씨(여‧25)씨는 지난 24일 오후 7시 15분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애플스토어를 방문했다. 배터리게이트로 인한 배터리 교체 비용 할인을 받아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해 매장을 찾은 것이 화근이었다.

오후 8시 15분께 배터리가 교체된 폰을 돌려받기 위해 애플스토어를 찾은 김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애플스토어 직원은 “수리기사가 배터리를 교체하던 도중 잘못 건드려서 쇼크가 난 것 같다. 후면 카메라가 작동이 안 되게 됐다. 죄송하다”며 “서비스폰(리퍼비시폰)을 지급할테니 쓰던 폰은 되는대로 백업을 해서 당일 반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매장 운영 종료시간을 1시간 45분쯤 남겨둔 상황이었다.

당황한 김씨는 9000장이 넘는 사진과 동영상, 전화번호부, 파일 등을 백업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대용량 데이터를 단 시간에 옮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자 애플스토어 직원은 아이클라우드를 사용하면 빠르게 백업이 될 것이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아이클라우드는 무료 제공 용량이 5GB밖에 되지 않아 김씨는 유료 결제를 통해 아이클라우드 용량 50GB를 부랴부랴 확보했다.

이런 노력에도 데이터를 옮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예전 폰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 백업 작업을 하고 싶었지만 직원이 ‘당일 반납’을 요구해서 그럴 수 없었다. 애플스토어 직원은 “일단은 쓰던 폰을 켜둔 채로 귀가하라. 매장 마감 직원에게 백업을 부탁하겠다”며 “일단은 되는대로 최대한 데이터를 살려보자”고 말했다. 김씨는 오후 9시 40분쯤 멀쩡히 살아있는 데이터를 둔 채 빈 리퍼비시폰을 들고 쫓겨나듯 애플스토어를 빠져나왔다. 배터리 교체비용 3만4000원은 지급했다.

김씨는 “사진을 백업하다가 너무 많아서 포기하고 돌아왔다. 하필 마지막에 찍은 영상이 춤 공연용 의상을 착용한 영상이어서 신경이 쓰인다”며 “저렴하게 배터리를 교체해 준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해 갔다가 애플스토어에 붙잡혀서 백업만 정신없이 하다 온 것 같다. 멀쩡한 휴대전화를 못 쓰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심지어 김씨는 지급된 휴대전화가 아이폰6S 새상품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리퍼폰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나 안내도 없었다.

이에 애플스토어 측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애플의 수리지침에 따라 처리했다는 것이다. 애플스토어 매니저는 “보통 데이터 백업에 관해서는 미리 설명한다. 배터리 교체할 때도 마찬가지다”라며 “수리로 인해 데이터가 유실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데이터 유실이 되지 않더라고 다른 문제를 고치기 위해 쓰던 폰을 반납하면서도 데이터가 유실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 백업을 하라고 설명한다”고 해명했다.

당일 반납 조건에 대해서는 “리퍼폰을 지급하면 원래 사용하던 폰을 반드시 반납해야 한다. 반납 후에 쓰던 폰은 바로 본사나 해외로 보내야 한다”며 “리퍼폰을 받지 않고 다른 날에 오셔도 되지만 그때 재고가 있다는 보장도 없고 다시 예약을 하고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씨는 수리 당시 이에 대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

수리기사의 실수로 인해 이용자가 피해를 본 것 아니냐고 묻자 이 매니저는 “사실 100% 수리기사의 잘못으로 볼 수는 없다. 기존에 잠재된 문제가 있던 것이 배터리를 교체하면서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며 “특히 출시한 지 3~4년 지난 오래된 폰을 수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이 더 크다.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도 고객님의 선택”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에서만 이 같은 방침이 적용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이 매니저는 자신이 과거 근무했던 해외매장에서도 동일한 방침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용자에게 백업할 시간을 어느 정도 주고 재고도 확보해 주는 등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해당 내용을 기사화하겠다고 하자 관련 내용은 애플코리아 PR팀을 통해서 연락해야 한다며 더 이상 설명은 드릴 수 없다고 자리를 떠났다. 그는 자신의 말을 인용하는 것도 불허한다고 했다.

앞서 기자는 애플코리아 콜센터와 애플스토어 콜센터에 연락을 했지만 애플코리아 측 메일로 문의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오전 10시 15분에 빠른 답변을 요청하며 애플코리아 측에 이메일을 보냈지만 오후 5시 현재 묵묵부답이다. 기자는 하는 수 없이 애플코리아 매장을 직접 방문해서야 관련 내용을 물어볼 수 있었다.

타 수리업체, 수리기사들은 아이폰 배터리 교체는 어려운 작업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다른 수리에 비해 배터리 교체는 비교적 간단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배터리 교체 비용이 할인되기 전 비용을 아끼기 위해 자가 수리를 하는 이용자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해 한 아이폰 이용자는 “애플 A/S 정책은 늘 문제가 많았다. A/S 때문에 아이폰을 기피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이폰 이용자 역시 “애플은 항상 그런 태도다. 너무 당당하게 지침을 말해서 듣는 사람이 당황할 정도”라고 표현했다.

아래는 기자와 애플스토어 매니저 간 대화다.

Q 배터리 교체는 비교적 쉬운 작업 아닌가. 배터리 갈다가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나나.
A 오래된 기기를 수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래 있던 문제가 발현되는 경우가 있다. 원래 있던 문제라고 치더라도 저희가 다 커버하는 것이다. 어차피 여기서 수리를 하다가 발생했으니.

Q 수리기사 잘못 아닌가.
A 100% 수리기사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다. 오래된 스마트폰의 경우 잠재적인 위험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어떻게 된건지 모른다. 그냥 저희가 책임지는 거다. 원래 카메라에 있던 문제가 배터리를 교체하면서 나타났을 수도 있다. 기기를 여는 작업을 하면 케이블 등이 한 번씩 움직인다.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예상할 수 없다. 확실히 단언할 수 없다.

Q 리퍼폰인가 새 제품인가.
A 우리는 서비스제품이라고 부른다. 리퍼비시폰이다.

Q 왜 당일 반납을 해야 하나.
A 원래 맞교환을 해야 한다. 서비스폰이 지급되면 기존 사용하던 폰은 반납하게 돼있다. 제출해야 한다.

Q 멀쩡히 데이터가 살아있는 기기를 굳이 당일에 반납해야 하나.
A 다른 날에 방문해서 맞교환해도 된다. 하지만 그만큼 기다려야 하고 예약해야 한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 재고가 없을 수도 있다. 장담할 수 없다. 사실은 백업할 시간을 고객에게 많이 드리고 옵션을 많이 드린건 재고를 고객에게 배정한 것이다. 그것도 예외적인 상호아이다. 다른 고객이 왔을 때 재고가 없을 수도 있고. 실수가 있었기 때문에 재고를 빼놓은 거다.

Q 두고 간 폰에서 데이터가 유출될 가능성은 없나.
A 바로 초기화가 진행된다. 그럴 일 없다. 개인정보 보호에 각별히 신경쓴다. 바로 휴대전화가 해외 보내졌을 수도 있다.

Q 상식적으로 오랫동안 사용하던 폰의 데이터를 2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백업하라는 것은 무리인데.
A 그래서 백업을 하라고 안내하는 것이다. 배터리 교체를 진행하기 전 분명히 설명한다. 데이터 유실 위험에 대해 설명한다.

Q 교체 작업 후 카메라가 훼손됐지만 데이터가 유실된 것은 아니었는데.
A 유실은 되지 않았지만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그 문제를 고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유실될 수 있다. 데이터 유실돼도 괜찮느냐고 묻는 이유가 이런 일이 발생할까봐 그런 거다.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 배터리 교체하다 데이터 유실되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다.

Q 아이클라우드를 유료결제한 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
A 해두면 좋다. 자동으로 백업이 되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앞으로도 훨씬 더 좋다. 유료결제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런 방법이 있다고 안내하는 것일 뿐이다.

Q 애플방침대로 한건가.
A 그렇다. 제가 해외매장에서 있다가 왔다. 똑같이 하는 거다. 옵션을 따로 드리고 시간을 어느 정도는 드리려고 하는 것도 굉장히 사실 많이 하고 있는 거다.

Q 배터리 게이트 때문에 기능 저하로 방문한 것인데 원래 있던 문제라고 보긴 어렵지 않나.
A 지금 발생 안한다고 해서 문제가 발생안하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발생하는 것도 아니지만 잠재적으로 문제있던 게 생겼을 수도 있다. 이런 걸 다 떠나서 데이터 관련된 문제인데 데이터는 저희가 딱히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사실 배터리 가는 것도 고객님의 선택이다. 워낙 오래된 휴대폰의 배터리를 가는 것이기 때문에 제 개인적으로는 효과를 못 봤다. 어차피 아이폰7, 아이폰7플러스 쓰다가 교체하면면 몰라도 아이폰6, 아이폰6플러스는 나온 지 3~4년이 됐기 때문에 거기서 배터리 바꾼다해서 iOS11이 부드럽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안드로이드용 예전 폰이 지금 오레오를 깐다고 해서 다 잘 돌아가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배터리 교체 비용 할인은 올해 말까지 진행된다. 방침대로 하고 있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

Q 엔지니어들이 배터리 교체하다가 다른 부분이 망가지는 일은 드문 일이라고 하던데.
A 드문데 발생 안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기사 관련해서는 PR쪽으로 연락을 해야 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코멘트 해드릴 수 없다. 제 말을 인용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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