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단명' 기록 깨며 잇단 원장 사퇴 '충격'…금융권 개혁 앞서 내부 조직 추스르기 더 급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최고경영자 간담회를 마치고 나서자 취재진이 둘러 싸 경쟁을 벌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은 원장의 잇따른 낙마에 침통한 분위기다. 김기식 전 원장 취임으로 기대가 많았다. 실세 원장이란 말도 나왔다. 이렇게 불명예를 안고 떠날 줄 몰랐다. 그 여파가 김 전 원장만 아니라 금감원 전체에 퍼진 상황이다." 김 원장이 취임 이후 15일만에 사퇴한 것을 두고 금감원 관계자가 한 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김 전 원장은 16일 사의를 표명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튿날인 17일 사표를 수리했다. 그는 역대 최단명 금감원장에 불명예스런 기록을 남기게 됐다. 김 전 원장에 앞서 최흥식 전 원장도 취임 후 6개월만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세웠던 '최단명' 금감원장이라는 기록을 후임자가 바로 갈아치운 셈이다. 김 전 원장 취임으로 금감원 금융개혁 업무가 추진 동력을 얻는 듯 했지만 이마저도 김 전 원장의 사퇴로 "금감원은 길을 잃었다"는 한탄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김 원장은 사퇴에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자신의 정치후원금 5000만원을 민주당 의원모임인 '더좋은 미래'에 기부한 것이 위법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 선관위는 또 국회의원이 피감기관의 돈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관행'에 대해서도 위법의 소지가 있어 지양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김 전 원장의 과거 행실에 위법성이 있으면 사임시키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관위가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림에 따라 김원장은 사의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김 전 원장은 선관위 판단에 대해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대통령에게 누를 끼친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면서도 "(선관위 판단결과는)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법 해석상 문제가 있으면 선관위는 통상 소명자료 요구 등 조치를 하지만 지출내역 등을 신고한 뒤 당시는 물론 지난 2년간 선관위는 어떤 문제제기도 없었다"며 "이 사안이 정말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법률적 다툼과는 별개로 이를 정치적으로 (선관위 판단을) 수용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금감원 내부는 김 전 원장 사임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조직 사기만 아니라 금융당국의 금융개혁 과제 수행까지 힘을 잃은 상황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증권 등 대형 금융사고가 터진 시점이었고 그 전에는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채용비리 적발 등 굵직한 금융개혁 사안들이 있는 상황에서 두 원장이 최단기간 사임을 한 것"이라며 "조직이 흔들리면서 당연히 금융감독 전반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전 원장이 강조해온 '금융소비자 보호'도 차기 원장이 올 때까지 뒤로 밀리게 됐다. 금감원 내부 개혁은 방향조차 잡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김 원장은 취임사에서 소비자보호에 역행하는 금융권에 변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금감원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자고 강조하며 금감원의 내부 조직 강화 또한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의 수장이 없는 공백 상황이 길어진다면 금감원이 추진하려 한 금융개혁 과제가 제대로 시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렇다고 인사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인사가 올 경우 금감원 내부 의지와 상관없이 조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엄격한 인사 검증을 통과할 수 있는 인물이 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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