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찾는 관광객 카트 속 들여다 봤더니… ‘불닭볶음면’ 압도적으로 많아

“왕홍(网红·인플루언서·Influencer) 동영상을 통해서 알게 된 ‘불닭볶음면을 사러왔다. 중국에서 불닭볶음면 먹는 동영상이 인기다. 한국에 간다니까 친구들이 신제품은 꼭 사야한다더라. 매운 것을 좋아해서 도전해볼 것이다.” (24세, 중국, 왕옌치)

“인터넷에서 봤다. 맛있다고 하길래 사간다. 특히 신상품은 싱가폴 내에서 살 수 없어서 온 김에 사야한다. 친구들에게 나눠주려고 많이 샀다. 가격도 싱가폴에서보다 한국이 더 저렴하다. 싸게 산다는 생각에 즐겁다.” (29세, 싱가폴, 린샤오팅)

서울역 롯데마트는 마치 외국의 한 마켓을 온 것처럼 중화권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특히 마트를 찾은 이들 사이에서는 눈에 띄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마트 식품코너를 가득 채운 이들이 밀고 있는 쇼핑 카트 속에 담긴 제품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기자가 지난 12일 마트를 찾았을 때는 외국 관광객들은 카트에 담긴 제품의 십중팔구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시리즈(오리지널, 치즈, 까르보나라, 마라, 짜장, 탕면, 커리 등)였다. 이외에는 오뚜기의 보글보글 치즈라면, 오리온 참붕어빵, 계절 특수를 맞은 해태 허니버터칩 체리블라썸 등이 간혹 보인다. 

 

마트 라면 코너에는 분홍색(까르보 불닭볶음면)과 연두색(짜장 불닭볶음면) 봉지를 담는 외국인들로 북적였다. 이는 흡사 일본 ‘돈키호테(잡화점)’에서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관광객의 모습을 연상케한다. 특히 지난달 출시된 짜장불닭볶음면의 경우 아직 중국에서 판매되지 않고 있어 한국을 찾은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이날 마트에서 만난 중화권 관광객들은 ‘매운 맛’을 강조하는 국내 특정 상품에 대한 선호가 뚜렷했다. 중국인 관광객 왕씨는 “중국에서 불닭볶음면 인기가 많다. 아직 안 먹어봤지만 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도전하기 위해 샀다”면서 “영상으로 이미 접해서 친숙한 제품이다. 중국에서는 인터넷으로도 쉽게 살 수 있지만, 한국에 온 김에 많이 사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인뿐 아니라 싱가폴에서 온 린씨 역시 “싱가폴에서도 매워서 인기가 많다. 불닭볶음면을 10개씩 먹는 영상에서도 봤고, 싱가폴 내 한국 식당에서는 불닭볶음면을 조리해서 팔기도 한다. 그때 먹어보고 맛있어서 구매한다”면서 “아무래도 싱가폴보다 가격이 더 저렴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판 유튜브(Youtube)에서 수백만 팔로워를 거느린 왕홍이 업로드한 ‘불닭볶음면 10개 먹기’, ‘핵불닭볶음면 체험 영상’ 등 영상은 조회수가 수백만건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각국의 특이한 음식이나 물건을 리뷰하는 한 왕홍은 불닭볶음면 소개 영상에서 “핵폭발하는 것처럼 맵다”, “오리지날의 첫 맛은 달다가 매워서 괜찮았는데, 이건 바로 맵다”는 등 자세하게 맛을 설명한다.

이 같은 인기는 수출액 수치로도 확인된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불닭볶음면 수출액은 △2014년 224억원 △2015년 307억원 △ 2016년 930억원 △ 2017년 2050억원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7년 수출액 중 불닭볶음면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5% (1750억원)에 달한다. 특히 불닭볶음면 시리즈 수출액 중 절반은 중국에서 나온다. 불닭브랜드 수출 1750억원 중 중국 수출 비중은 약 50%다. 동남아 수출 비중은 35%다.

이에 따라 제조사도 한국의 특별한 매운 맛을 주무기로 해외 소비자를 공략하는 전략을 적극 구사하고 있다. 현재 삼양식품은 징동닷컴, 티몰 등 중국 온라인몰 내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불닭볶음면의 주 소비층인 젊은층에 어필하기 위해 올해에도 온라인몰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중국은 면적이 너무 넓어 모든 지역 유통사와 접촉하기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고 불닭볶음면의 주 타깃층이 10~20대이기에 2018년에도 온라인몰을 집중 공략할 계획 ”이라면서 “또한 웨이보, 위챗 등 중국 내 SNS를 운영하고 왕홍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와 소통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국은 현지화된 제품보다 비싸지만 좋은 제품을 선호하고, 한국의 맛을 좋아해 고추장, 김치 등의 맛과 접목한 제품을 출시해 프리미엄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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