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취업 대안 아냐…젊음 건다는 각오로 치열하게 고민해야

청년 취업난이 심각하다는 소식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안정적인 삶을 목표로 하는 많은 청년들은 오늘도 공무원 시험학원으로 향하고, 정부는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한편에서는 청년창업을 이야기 한다.

각종 스타트업 경진대회, 네트워킹 행사, 강연 등 다양한 행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개최되고 있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투자사들과 액셀러레이터들의 수도 매년 늘고 있다. 아직 수가 많지는 않지만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도 점차 탄생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통해 신화를 만든 사례들이 홍보되고 창업을 권하는 사회 분위기에 맞춰 많은 대학생들이 스타트업을 꿈꾼다. 취업은 어렵고, 언론은 창업자들을 전쟁의 최전선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전사들처럼 묘사한다. 하지만 그들 중 진짜 ‘실탄’을 들고 뛰는 대학생 스타트업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스타트업들의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많은 대학생 대표들을 만났다. 필자의 경험상 스타트업을 한다고 말하는 대학생의 부류는 아래와 같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조금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첫 번째 부류는 세상을 개선하고자 하는 비전을 가지고 시작한 경우이고, 두 번째 부류는 어려운 취업전선에 뛰어들기 싫어 대안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경우이다. 어느 부류나 스타트업으로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나 일을 하는 태도에서 그들의 차이는 극명하다.

필자는 첫 번째 부류에 속하는 대학생 스타트업을 응원하고, 존경한다. 안정적인 직장 대신 불확실성의 세계로 뛰어든 쉽지 않은 결단이다. 퇴근 후 자신 만의 시간을 누리고 싶은 욕망, 마음 편히 휴가 가고 싶은 욕망, 주말에 늘어지게 잠자고 싶은 욕망들.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빠지게 되는 많은 수많은 욕망들을 절제해야 한다. 그 시간에 그들은 어떻게 하면 고객들을 만족시킬지, 돈 없는 회사에 직원들을 어떻게 붙잡아둘지, 매출은 어떻게 발생시킬지 치열하게 고민한다.

두번째 부류를 보는 필자의 시선은 이와 사뭇 다르다. 이들은 취업전선에 뛰어들기 싫어 대안으로 시작했다고 직접 말하지는 않는다. 때로 상당히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작한 스타트업도 있다. 하지만 실행을 통해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만들어 내는 지난한 과정, 그들은 그 죽음의 계곡에 너무나 여유로운 마음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사업의 성패를 떠나서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안광(眼光)과 목소리에 담긴 확신의 깊이가 다르다.

휴일을 어떻게 쓰는가도 차이가 난다. 초기 스타트업은 주말이 없는 게 정상이다. 눈 앞에 놓여진 수많은 당면과제와 사업과 직접 관련없는 지루한 문서작업을 처리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업계 트렌드를 쫓아가려면 그들에게 주말은 사치다. 강의 때문에 주말에 서울 소재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s)들을 방문하면 대부분의 사무실과 회의실은 텅 비어있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스타트업을 해서는 안된다.

스타트업은 취업의 대안이 아니고, 취업난의 돌파구가 아니다. 대표, 파트너 명함을 손에 쥐고 여러 네트워킹 파티에 참가한다고 해서 갑자기 ‘쿨한’ 인생이 되는 것이 아니다. 스타트업을 하겠다는 모든 청년들이 젊음을 걸어보겠다는 자세로 치열한 전선에서 뛰어들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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