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사드악재속 지난해 성적표는 판이…서경배 '과도한 겸임'에 대한 비판론 제기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LG생활건강의 지난해 전체 매출 규모가 아모레퍼시픽그룹을 넘어설 것이라는 증권가의 분석이 현실화됐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사드악재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하며 4년 만에 왕좌를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올해 두 회사 모두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해외 매출을 다각화하는 것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돼 또 한 번의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 6조2704억원, 영업이익 9303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각각 2.9%, 5.6% 증가했다. 사드악재가 불거졌지만 화장품사업부의 매출이 전년(3조1555억원)보다 1556억원 늘어나면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음료사업 부문 매출도 전년보다 350억원 늘었다. 치약, 세제, 샴푸 등 생활용품 부분 매출은 140억원 줄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6조290억원의 매출과 731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사드보복의 직격탄을 제대로 맞았다. 국내로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주요 뷰티 계열사의 매출이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10.0%, 32.4%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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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는 사드보복 같은 대외 리스크에 대응하고 실적개선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올해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이 부분에선 일찍이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던 LG생활건강이 아모레퍼시픽보다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두 회사의 해외 시장 매출 추이를 보면, LG생활건강은 전체 매출의 18%가 중국, 일본, 유럽, 동남아, 북미, 중남미 등 해외에서 발생했다. LG생활건강의 경우 모든 해외 지역에서 전년(2016년)보다 매출이 증가했다. 증권업계는 LG생활건강의 이런 해외 사업기반이 중국발 사드 악재를 넘어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아시아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난해 전체 매출의 36%가 아시아에서 발생했다. 북미와 중동 등 기타 지역의 매출 비중은 1.8%에 그쳤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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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은 올해 중국, 동남아시아에서 럭셔리 화장품의 가능성을 타진한 ‘후’와 ‘숨’ 등을 앞세워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시장 확대에 주력하면서 ‘아시아 톱 브랜드’ 반열에 오르겠다는 계획이다. 화장품 업계는 14년째 LG생활건강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차석용 부회장의 탁월한 경영능력을 주목하고 있다. 차 부회장은 지난 2007년부터 음료, 화장품 관련 회사를 인수합병(M&A) 하면서 그가 손을 댄 대부분의 사업에서 눈에 띄는 실적을 올렸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중동·호주,미국 등 해외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의 해외시장 진출에 대해 업계의 시선은 다소 회의적이다.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의 입지가 탄탄한 유럽, 미국 등에서 경쟁이 쉽지 않을 뿐더러 아모레퍼시픽은 그간 아시아시장에 집중적으로 공을 들였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겸임도 문제 삼고 있다. 민간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지난달 아모레퍼시픽의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아모레퍼시픽 및 아모레퍼시픽그룹, 이니스프리, 에뛰드, 대한화장품협회 등 5개 법인에서 등기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서경배 회장이 과도한 겸임으로 직무에 충실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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