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대통령 첫 보고시점·구조지시시간·보고횟수 모두 조작…朴, 구조 골든타임 내내 침실 머물러"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이틀 앞둔 지난해 1월 7일 대전 서구 둔산동 갤러리아타임월드 앞 도로에서 ‘제8차 대전 시국대회가 열렸다. / 사진=뉴스1

 

베일속에 꽁꽁 가려져 있던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검찰 수사결과 대통령에게 세월호 사고가 최초로 보고된 시각부터 대통령이 최초 구조지시를 내린 시각 및 횟수, 보고 방법, 외부인의 방문이 없었다는 주장 모두가 거짓임이 밝혀진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8일 ‘세월호 사고 보고 시각 조작 및 대통령훈령 불법 변경 등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국가안보실 근무자 및 청와대 비서관·행정관·경호관, 해경청장, 법제처 및 각 부처 담당자 등 총 63명의 참고인을 110회에 걸쳐 조사한 결과 박근혜 정부가 2016년 10월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한 ‘세월호 당일 이것이 팩트입니다’의 중요 부분이 허위임을 확인했다. 

 

먼저 대통령에게 세월호 사고가 최초 보고된 시각은 2016년 4월 16일 오전 10시가 아닌 오전 10시 19분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박근혜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이 사고 당일 오전 10시 국가안보실로부터 최초 서면 보고를 받고 사고내용을 인지했다’고 주장했으나, 수사결과 이보다 늦은 10시 19분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상황보고서 1보가 도착했다.

이는 구조 가능한 마지막 시간인 이른바 ‘골든타임’보다 2분 늦은 시각이다. 세월호는 오전 10시 17분경 108도로 전도돼 구조가 불가능한 상태로 침몰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시각까지 본관에 출근하지도 않고 관저 침실에 있었으며, 안봉근 전 비서관의 수차례 부름을 듣고 나서야 침실 밖으로 나왔다고 검찰은 밝혔다.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은 이보다 앞선 시간에 박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탑승객 구조 골든타임의 마지막 시간을 오전 10시 17분으로 설정하고, 그 이전에 대통령 보고와 지시가 있었음을 가장하기 위해 조작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최초 보고 시각의 조작으로 대통령의 최초 구조지시 시각 역시 조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박근혜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이 오전 10시 15분 김장수 전 실장에게 1차 인명구조를 지시하고 10시 22분 2차 지시를 내렸다’고 했으나, 최초 지시 시각은 2차 시각인 10시 22분이었다.

검찰은 향후 비서실의 보고도 조작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박근혜 청와대는 ‘실시간’ ‘20~30분 간격’ ‘시시각각으로’ 11회 서면보고를 했다고 밝혔으나, 사실은 단 두 차례 서면보고만 있었을 뿐이다. 검찰은 “정호성 전 비서관이 이메일로 수신한 비서실 상황보고서가 오후 및 저녁 시간에 일괄 출력해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호장교와 미용사 외에 외부인 방문이 없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최순실씨가 이날 오후 2시 15분쯤 이영선 전 행정관이 운전하는 업무용 승합차로 검색절차 없이 ‘A급 보안손님’으로 관저를 방문한 사실을 확인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의 관저 방문 이후 세월호 사고에 관한 회의를 했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방문을 결정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세월호 사고는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학생 325명을 포함해 총 476명의 탑승객을 태운 배가 침몰해 304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대규모 재난이자 참사였다”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첫 보고와 지시는 모두 골든타임이 지난 이후에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후 보고도 실시간으로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후에 늑장 부실 대응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보고서 등을 조작했다”면서 “청와대가 재난상황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는 취지로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도 불법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근혜 청와대는 ‘국가안보실이 재난상황의 컨트롤타워’라고 규정된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3조 등을 볼펜을 이용해 두줄로 삭제하고 ‘안행부가 컨트롤타워’라는 취지를 손글씨로 기재해 수정했다. 또 65개 부처와 기관에 공문을 내려 보관중인 지침을 조작된 내용으로 삭제·수정·시행하도록 지시했다.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와 함께 이 과정에 개입해 국회 답변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대통령훈령을 불법 변경한 범죄자들을 기소 등 처리했다.

세월호 사고 당일 박 전 대통령 보고 및 지시 시각을 조작해 국회답변서 등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이 허위공문서작성죄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불법 변경하고 공무원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린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도 공용서류손상죄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또 김규현 전 국가안보실 제1차장, 신인호 전 위기관리센터장의 범죄를 인지해 절차를 진행했다. 미국으로 출국한 김 전 차장에 대해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 및 기소중지하고, 현역 군인인 신 전 센터장은 군검찰로 이송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세월호 사고 당일 대통령의 행적에 관해 허위 증언한 윤전추 전 행정관도 불구속 기소됐다.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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