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승수 헌법자문특위 부위원장…“토지공개념·동일노동 동일임금 헌법 명시 필요”

하승수 비례민주주의 연대 대표(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 / 사진=이준영 기자,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정부가 지난 20일부터 사흘간 대통령 개헌 발의안을 발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6일 대통령 개헌안을 국회 발의할 예정이다. 

 

정부 개헌안은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헌법자문특위)가 만든 개헌 자문안을 토대로 했다. 하지만 현재 정치권에서는 정부 형태를 두고 각 당 입장이 갈리며 개헌안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헌법자문특위 부위원장을 지낸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대표는 선거제도 변화와 직접민주주의 강화가 전제된다면 정부 형태는 각 당이 절충해 합의하면 된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 야당이 주장하는 국회의 총리 추천을 골자로 한 분권형 대통령제가 이뤄지기 위해선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국민소환제, 국민발안제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으로부터 불신 받는 국회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선 국민 신뢰를 높이는 개혁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하승수 대표를  만나 개헌의 핵심 방향성 등에 대해 물었다.

정치권에선 정부형태 방향을 두고 갈등이 심하다.


대통령제든 분권형 대통령제인 이원집정부제든 선택하기 나름이다. 각각 장단점이 있기에 그것을 보완하면 된다. 현재 정치권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로 싸우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에 투표자 의사 비례성 강화와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 국민 발안제와 국회의원 소환제가 도입되면 정부형태는 정당들이 협의해 절충하면 된다. 정부 형태는 정답이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당들이 정부 형태에 대해 절충을 못해 개헌 논의가 진전이 없었다.

국민이 원하는 정부형태 방향은?

특위에서 여론조사와 온라인으로 여론을 수렴했다. 무작위 추출한 시민 대상 숙의형 시민토론회도 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국민들은 국회 불신이 강했다. 국민이 국회를 신뢰하지 않기에 그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거나 선출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여론 조사나 토론 등에서 나왔다. 선거제도가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국회에 많은 권한을 주는 것에 대해 불신이 많았던 것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원하는 국회의 총리 선출이나 추천 방식이 이뤄지려면 그 전제가 되는 것이 선거제도 개혁이다. 국회의원 선거를 국민 의사가 비례적으로 반영되는 제도로 개혁해 국회 구성이 확 바뀌어야 한다. 또 국회의 특권 내려놓기가 선행되지 않으면 국회의 총리 선출은 쉽지 않다.

다만 예산법률주의 도입에 대해 시민들의 찬성이 많이 나왔기에 국회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개혁해서 국회가 바뀌고 국회의 특권 내려놓기가 선행되면 여론도 바뀔 수 있다. 즉 국회가 먼저 바뀔 필요가 있다고 시민들은 생각했다.

국회 개혁은 국회 입장에서도 필요하다. 국민들에게 ‘우리가 먼저 스스로를 개혁했으니 국회를 믿고 권한을 더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이는 여당과 야당 모두에게 적용되는 점이다.

이번에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해서 국회로 넘어가면 국회는 선거제도 개혁과 국회 개혁을 정부 형태와 함께 논의할 수밖에 없다. 이미 안은 다 나와 있는데 국회가 이를 안 받아 들이는 면이 있다. 국회가 국회개혁을 받아들이면서 국회로 권한을 분산시켜달라고 말하는 게 국민 동의를 받는 유일한 방법이다. 특히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회가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전제로 국회 개혁을 말했다. 이를 위한 선거제도 변화와 국회의 특권 내려놓기는 어떤 것인가?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필요하다. 현재 시행 중인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300명의 전체 의석 가운데 47명만 정당득표율대로 배분한다. 그래서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이에 한국의 역대 총선은 민심을 왜곡했다. 거대 정당들이 득표율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의석을 얻어 단독으로 과반수를 차지하는 일이 반복됐다.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다. 

 

또 1등이 아닌 후보를 찍은 표는 모두 사표가 됐다. 이는 지역주의도 고착화시켰다. 그러므로 각 정당이 얻은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필요하다. 이를 도입하면 다양한 정당들이 의회에 진출해 다양한 계층, 연령대, 성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정당들이 정책으로 경쟁하므로 정책의 질도 올라간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경우 국회의원 연봉이나 보좌진 규모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의원 연봉이나 예산 지원은 과도한 면이 있다. 국회의원 개인 보좌진 수는 줄이고 정당의 정책 연구소가 활성화되는 게 정치 선진화 길이다. 국회의원 연봉, 여러 예산 지원 받는 것들은 불투명해서 공개도 안하고 있다. 국회의원 연봉, 예산 지원, 보좌진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국회의원 숫자도 늘릴 수 있다. 지금 국회 예산이 6000여억원이다. 이를 가지고 300명 국회의원을 두는데 이 돈으로 400명을 써도 되는 거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혁과 국회 개혁에 반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국무총리를 국회가 선출 또는 추천할 수 있게 해 달라 하는데 그게 되려면 선거제도와 국회 개혁을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 동의가 가능하다.

4년 연임제를 자문안에 넣은 이유는.


5년 단임제는 책임성이 떨어진다. 임기 뒤로 가면 레임덕이 오고 국정 운영의 연속성도 떨어진다. 그런데 중임제로 하면 한 사람이 대통령을 한 후 다음 대선에서 떨어질 경우 전임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이 대통령을 한번 더 하려는 과정에서 정치적 갈등 요인이 생길 수 있다. 중임제는 시기와 상관없이 두 번까지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반면 연임제는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지만 재선에 실패하면 다시는 대선에 도전할 수 없다.

개헌안에 들어간 토지공개념에 대해 설명해달라. 


1987년 이후 지속적으로 부동산 투기 문제, 집값·전세값 폭등 문제가 있었다. 이를 통해 이익을 얻는 사람이 있었다. 반면 집값이 올라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많아졌다. 87년 민주화 이후에 경제적 불평등 문제가 심해졌다.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80년대 후반에 토지공개념이 나왔지만 지속되지 못했다. 독일 헌법에서도 토지는 다른 재산과 구분해서 본다. 토지는 무한정 생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한정돼있다. 토지가 어느 한쪽에 너무 편중 돼거나 투기의 수단이 돼 버리면 그 사회의 건전한 경제 활동에 피해를 준다. 기업도 땅값이 비싸면 부지를 짓는 활동을 할 수 없다. 농민도 땅이 비싸면 농사를 짓지 못한다. 서민도 집을 구해야 하는데 집값이 비싸면 어려워진다. 토지는 한정돼 있기에 사람들이 공평하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토지공개념이 헌법에서 강화되면 이를 토대로 법률이나 정책을 구체화할 수 있다. 조세 정책을 할 때나 국가가 사람들에게 저렴한 주택 공급 정책 할 때도 근거가 될 수 있다. 토지공개념이 도입된다고 해서 사회주의는 아니다. 토지공개념은 자본주의 국가이기에 나온 개념이다. 제한된 토지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건전하게 배분할지에 대한 것이다. 토지공개념은 국유화하자는 게 아니다. 소유권을 인정하되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수준에서 합리적이고 건전하게 제한이나 의무 부과를 하자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도 토지공개념 찬성 비율이 반대보다 높게 나온다.

헌법은 사회적 합의다. 100% 국민이 동의하는 것은 있기 어렵다. 그 시대의 다수 국민들이 이 사회의 방향에 대해 바라는 게 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국회와 정부, 정치다. 또 이를 이한 개혁이다.

대통령 개헌안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수준임금 지급 노력 의무'도 신설됐다.

30년 전에는 비정규직이란 단어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비정규직이 1000만 명에 달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 문제도 심각하다. 이런 시대 변화가 있기에 개헌을 해야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헌법에 담기면 국가가 나중에 관련 법을 만들거나 정책을 짤 때 헌법을 근거로 할 수 있다.

대통령 개헌안에 정보기본권이 담겼다. 목적이 무엇인가?

알권리를 헌법에 명시하면 더 많은 국민들이 알권리가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 알권리는 지금도 해석상 인정이 돼 공공기관에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보공개청구 제도 자체를 모르는 이도 많다. 자기정보 통제권도 해석상 인정이 되지만 이러한 권리를 잘 모른다.​ 정보화 사회서 개인 유출이 많다. 내 정보는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헌법에 명시하자는 것이다. 또 정보가 한쪽에 집중돼 사람 간 정보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정부가 이를 완화 하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도 개헌안에 포함돼 있다. 


개헌 시기도 쟁점화 돼있다.

개헌 시기는 본질적 쟁점은 아니지만 6월 지방선거와 함께 하면 좋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개헌에 대해 말만 많고 각 당의 안조차 내놓은 적이 없었다. 이걸 무한정 미룬다고 답이 나올 것으로 보지 않는다. 6월 지방선거와 개헌 투표는 대선 후보들이 모두 약속했었다.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투표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사실상 정부 형태만 논의하면 된다. 대통령이 26일 개헌안을 발의하면 4월 28일까지만 국회서 합의하면 된다. 대통령 안은 철회하고 국회서 합의된 안을 다시 발의하면 된다.

대통령 개헌안 발의 효과는 책임 있게 논의해서 결론을 봐야 한다는 데 있다. 시한을 정해놓고 논의하게 만들었다. 그동안은 개헌 논의하다 미뤄서 30년 동안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자유한국당도 이를 의식해서 개헌안 시기와 내용까지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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