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재건축 수주도 외면, 주택사업 철수설 고조…"반도체공장 등 그룹내부물량 집중" 관측 제기

이미지= 조현경 디자이너
정비사업 입찰 시장에서 모습을 감춘 삼성물산 주택사업인 ‘래미안’의 입지가 불안하다. 신규 수주가 사라진 상황에서 5년치 사업물량만이 남아 주택사업 폐지설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사를 전담하는 건설부문 ‘하이테크팀’이 래미안의 자취를 지울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대출규제 완화, 재건축 연한 축소 등으로 주택사업이 초활황을 보이면서 2015~2017년은 건설사에게 황금기였다. 각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실적도 크게 늘었다. 상위 10대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액은 2016년 13조3943억원, 2017년 18조8468억원으로 뜀박질 했다. 대형 건설사 모두 정비사업팀을 확대하며 사업 수주에 사활을 걸었다. 10대 건설사 중 6개 업체에서 수주액이 증가했다. 수주액 증가폭은 ▲현대건설(3조3825억원) ▲GS건설(1조3189억원) ▲대우건설(1조2044억원) ▲현대산업개발(6668억원) ▲롯데건설(3883억원) ▲SK건설(1289억원) 순으로 높다.
표= 조현경 디자이너
수주액이 증가한 건설사들은 재무구조도 개선됐다. 재무 건전성을 측정하는 데는 영업이익률을 사용한다. 수주액이 증가한 6개 건설사 중 SK건설을 제외한 5개 건설사의 영업이익률이 증가했다. 2017년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률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폭은 ▲롯데건설(3.6%포인트(p)) ▲대우건설(3%p) ▲GS건설(1.4%p)​ ▲현대산업개발(0.2%p)  ▲현대건설(0.07%p) 순으로 높다. 마진이 높은 정비사업을 대거 수주하면서 건설사들의 재무구조도 개선된 셈이다.

하지만 도급순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삼성물산은 2015년말부터 지난 2년 간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전무했다. 삼성물산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 여러 의견이 제기됐다. 가장 빈번히 제기된 것은 ‘삼성물산이 주택부문을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 2016년에는 KCC건설의 삼성물산 주택사업 인수설이 제기됐지만, KCC건설이 이를 부인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 지속되는 인력 감축과 조직 슬림화

이같은 주택부문 포기설(說)은 삼성물산의 구조조정 및 조직 슬림화로 더욱 촉발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 7952명이었던 건설부문 임직원 숫자는 2016년 6453명, 2017년 9월말 기준 6021명으로 감소했다. 2015년과 비교해 2017년 3분기말 임직원 숫자가 24.3% 가량 줄었다. 제일모직과 합병한 삼성물산 전체 임직원 숫자가 이 기간 1만252명에서 9775명으로 4.7% 감소한 것과 비교해 높은 감소폭이다. 해외부문 손실 등이 누적되면서 2015년 합병 이후 3분기 연속 건설부문에서 손실이 발생한 점도 인원축소를 부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퇴직을 통해 삼성물산은 건설부문을 포함한 사업 전 부문의 임직원을 줄였다. 차장급 이상은 수억원 이상의 퇴직금 지급, 2년간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으로 삼성물산은 조직 슬림화를 단행했다. 지난해초에는 지급되는 퇴직금이 더 상향됐다. 올해는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고 있지만, 회사 전체 사업부문 대비 재직 임직원 감소율이 높은 건설부문의 불안감이 커지는 배경이다.

회사가 퇴직을 권유하면서 주택사업팀의 불안감도 가중되고 있다. 주택사업 수주잔고는 2015년 13조290억원에서 2017년 3분기말 10조3310억원으로 20.7% 감소했다. 주택사업팀이 앞으로 5년간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물량이다. 2014년 빌딩사업부로 흡수 통합, 2016년 팀 단위로 축소된 주택사업팀 추가 축소 가능성도 업계는 거론하고 있다.

◇ “삼성전자 공사 담당하는 하이테크팀 밀어주나”…불안한 주택사업

이같은 직원들의 불안감을 방증하듯 외부에선 여러 시나리오가 돌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물산이 주택사업을 접고 ‘하이테크팀’을 건설부문 주력으로 할 수 있다는 방안이 거론된다. 하이테크팀은 삼성전자가 발주하는 반도체 공장 건설 등의 사업을 전담한다. 삼성전자 발주 공사는 그룹사 물량인 만큼 다른 도급사업 대비 높은 이익도 보장한다. 

삼성전자를 통해 삼성물산이 안정적 매출을 올리는 점도 주택사업 철수설의 원인이다. 지난 2016년 삼성물산이 반도체 건설 등으로 삼성전자에서 벌어들인 매출액은 2조5767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는 2조463억원이다. 삼성물산의 주택사업팀이 매년 얻는 매출액이 2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는 것과 비교해 비슷한 액수다. 삼성전자의 물량을 담보로 입주민 등의 민원이 빈번히 제기되는 등의 문제를 낳는 주택사업을 포기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아예 건설부문 전체를 삼성물산이 포기할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합병설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사옥 일부를 임차하기로 하면서 의혹은 더 커졌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서초동 사옥에서 경기 판교 알파돔시티로 사옥을 이전한지 2년도 안돼 이사가 재차 이뤄지면서 합병설에 불이 붙었다.

삼성물산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전부터 그룹 차원에서 경기 변동성에 민감하고, 잦은 민원이 발생하는 주택부문을 좋지 않게 생각한다는 소문이 빈번하게 제기된다. 이에 반도체 공사 등을 담당하는 하이테크팀만으로도 발주처인 삼성전자를 통해 적정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된다”며 “지난해초 희망퇴직금 단가가 높아진 것도 건설부문 추가 축소를 의도한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구성원 사이에 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측은 선제적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건설부문 인원을 줄였을 뿐이지 주택사업 철수, 엔지니어링과 건설부문 합병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주택부문 철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수주 자체를 보수적으로 하다 보니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없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이테크팀에 건설부문을 집중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하이테크 부문은 반도체와 관련된 만큼 전도양양한 사업이다. 반도체 (시장 경기가) 상승곡선을 그리니 이에 발 맞추는 수순”이라며 건설부문 축소, 주택사업 철수설과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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