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 앱으로 운전습관 확인해 보험료 차등…DB·KB손보 이어 삼성·한화도 출시 검토

보험 가입자가 안전 운전만 해도 보험료를 할인하는 UBI 상품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직장인 김아무개씨(여·43)는 운전습관 측정 스마트폰 앱을 켜고 조심스레 운전을 시작한다. 김씨의 차가 도로에 나서자 앱은 김씨의 운전행태 정보를 수집해 점수를 매긴다. 운전 중 급감속, 급가속, 과속은 감점 요인이다. 500km 정도 주행하자 김씨의 앱에 안전운전점수 88점이 기록됐다. 안전운전 기준 점수인 61점을 넘긴 운전자 김씨는 '모범 운전자'로 보험사로부터 자동차 보험료 할인 안내를 받는다. 


보험 가입자가 안전 운전만 해도 보험료를 할인하는 UBI(Usage Based Insurance)​상품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UBI는 자동차 운전습관 연계보험으로 계약자의 차량에 장착된 내비게이션을 통해 안전운전 습관정도를 측정한 후 그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하는 보험 상품이다. ​보험업계로서는 자동차 사고 가능성이 낮은 우량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가입자로서도 안전운정에 신경 쓰면 그만큼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윈윈하는 구조로서 인기를 끌고 있다.


UBI는 주로 차량에 장착된 OBD(운행기록 자기진단장치)나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을 통해 운전자의 급가속 여부, 운행시간대, 급경로 변경 등 수집된 주행정보에 기반해 운전습관을 점수로 계량화한다. 기존 자동차 보험이 가입자의 연령, 차종, 사고 이력 등에만 기반해 보험료를 산출한 것과 달리 운전습관에 따라 개인 별 차등화된 보험료 산출이 가능하다.

해외 보험업계는 발 빠르게 UBI 상품을 도입해왔다.

미국 손해보험사 '프로그레시브’는 ‘스냅샷’이라는 차량 장비로 운전습관을 분석해 최대 30%까지 보험료를 할인하는 상품을 2011년에 출시했다. 미국 보험사 ‘스테이트팜’은 차량에 장착된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통해 운전정보를 수집하고 개인별 보험료를 책정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영국 리서치사 TechNavio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글로벌 UBI 시장의 연평균성장률이 7.93%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국내서는 DB손해보험이 2016년 업계 최초로 SK텔레콤과 제휴해 ‘스마트(smarT)-UBI 안전운전’ 특약 상품을 출시했다. 특약 가입자는 스마트폰 네비게이션 앱 ‘T-map’을 통해 안전운전 점수를 평가받는다. 가입자가 500km 이상 주행하는 동안 앱은 운전자의 급가속, 급감속, 과속 등 여부를 측정해 복합적인 안전운전 점수를 산출한다. 안전운전 점수가 61점을 넘는 가입자는 보험료를 10% 할인 받는다. 

DB 손해보험 관계자는 “UBI 특약 가입자 수는 매년 증가해 올해 가입자가 20만명으로 늘었다. UBI 특약이 가입자들로 하여금 안전운전을 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가입자들의 손해율은 평균보다 훨씬 우량하다”며 “앞으로도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KB손해보험도 지난해 UBI 기반 안전운전자 할인 특약을 출시한 가운데, 삼성화재와 한화 손해보험도 UBI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 자동차 보험은 업체 별 서비스 내용에 큰 차별성이 없어 우량고객 확보가 어려웠다"라며 "UBI 연계 상품은 보험업체가 차별화될 수 있는 상품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UBI 상품이 향후 보험사와 가입자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커넥티드 보험 상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UBI는 앞으로 개발될 커넥티드 보험의 초기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보험사고 발생 시 사고 사실을 통보하기 전에 보험사가 미리 알고 보상 처리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이 가능하다”라며 "미래 보험상품으로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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