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코크·비비고 등 제수음식 간편식 매출 증가…전통시장은 사람 없어 고민

13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한 전통시장. 명절을 앞둔 때이지만 사람 없이 썰렁한 모습이다. /사진=박견혜 기자

전통시장의 작은 반찬가게들이 설 명절 특수에도 활짝 웃지 못하고 있다. 설을 앞둔 지금이 대목이라지만, 제수음식 시장이 대형 유통업체가 내놓는 간편식 위주로 재편되면서 영세 반찬가게는 파리만 날리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더욱 다양한 제수용 가정간편식을 내놓는데다 설 맞이 할인까지 하고 있어 이를 당해낼 수 없는 영세 상인들은 코너에 몰리게 됐다. 예전 같았으면 며칠 전부터 명절 음식 예약이 잡혀 있어야하지만, 지금은 예약은커녕 방문 손님 발길 역시 뜸해졌다. ​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제수용 간편식 시장은 해마다 가파르게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1~2인 가구 및 맞벌이 부부 증가로 가정간편식(HMR)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제수음식으로 역시 구매와 조리가 손쉬운 간편식을 활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 동그랑땡·떡갈비·전 등 제수용 간편식 매출·가짓수 동시에 ↑

CJ제일제당의 ‘비비고’ 한식반찬 매출은 매 명절을 거듭하며 매출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2014년 추석 65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15년 설과 추석에는 70억원대, 90억원대로 크게 올랐다. 2016년 설에는 처음으로 100억원을 넘겼고, 이어 추석에는 매출 13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설과 추석 모두 약 1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올해는 지난 11일(명절 D-5일) 기준 135억원(자사 매출 소비자가 환산 기준)의 매출을 기록했다. 회사는 가장 많은 소비가 발생하는 남은 기간 매출까지 더해지면 명절 매출만 175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간편식 시장서 CJ의 맞수격인 이마트 피코크 역시 2014년 제수용 간편식을 처음 선보인 이후, 꾸준히 매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첫 해 설 명절동안 1억원에 불과했지만, 같은해 추석에는 4억5000만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설과 추석 매출은 각각 11억4000만원, 12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간편 제수음식을 시장에 선보인 지 3년 만에 매출이 12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가짓수도 늘고 있다. 2014년 6종이었던 제수용 간편식은 지난해 설 40개에서 추석에 45개로, 올 설에는 47종으로 상품수가 확대된다.

이마트는 올 설에도 이 같은 성장세가 이어져 피코크 제수용 간편가정식 매출이 전년보다 15~2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도 설 차례상 준비에 간편식을 활용하겠다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이 최근 30~40대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명절 제수음식 간편식 소비 트렌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설에 차례상을 준비하며 간편식을 활용하겠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응답자의 47.5%인 190명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명절에 간편식을 활용했다고 답한 170명보다 약 12% 증가한 수치다.

올해 설 차례상 준비에 간편식을 활용하겠다고 응답한 소비자들은 ‘시간을 절약하고 싶어서’를 간편식 구매 결정의 가장 주된 이유로 꼽았다. 190명의 응답자 중 45.8%인 87명이 시간 절약이라고 응답했으며, ‘간편하게 조리하고 싶어서’가 79명(41.6%)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응답자의 대부분이 가정간편식의 대표적인 특징인 ‘시간 절약’과 ‘조리간편성’을 구매 이유로 선택한 셈이다.

◇ 전이 남아 돈다… 소외된 전통시장  


지난 13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한 반찬가게 매대에 각종 전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박견혜 기자

설 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 13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전통시장은 풀린 날씨에도 불구, 행인이 드물었다. 명절의 설렘이나 들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시장 안에 위치한 한 반찬가게 앞에는 갓 부쳐낸 전이 층층이 쌓여있었다. 동태전, 삼색전, 동그랑땡, 두부부침 등이 손님 맞을 태세를 갖추고 매대에 도열했지만, 정작 이들을 사가는 이는 없었다.

해당 가게를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는 “장사는 단골 손님 위주로 돌아간다”고 답했다. 한참 ‘잘 나가던 시절’에야 열흘 전부터 전이고 국이고 요리고 떡이고 예약을 받았다. 설 당일에 손님이 주문한 음식 물량을 맞추려면 거래처와 미리 이야기를 해 두어야 하기 때문. 하지만 예약 주문이 뚝 끊긴 요즘에는 “그냥 아무 때나 오셔서 사가시기만 하면 된다”로 장사 기조가 바뀌었다.

 

김씨는 “그래도 열심히 부쳐야지 별 수 없다. 이렇게 장사가 안 되다가도 단골 손님들이 확 몰릴 때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혹시 모르니 설날 당일까지 문을 닫을 수가 없다. 마트가 닫는 날 우리가 열어야 그나마 승산이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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