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사항 이행 강제할 수단 부족…실효성 ‘도마’

이번 광물자원공사 사태로 공기업 경영평가의 실효성 역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공기업 대부분이 외부위원들로 이뤄진 경영평가를 매년 받고 있지만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광물자원공사의 경우 자본잠식 이전에도 부채비율 감축과 재무구조 안정화, 해외투자 손실 감소 노력 등이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 사진=뉴스1

이번 광물자원공사 사태로 공기업 경영평가의 실효성 역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공기업 대부분이 외부위원들로 이뤄진 경영평가를 매년 받고 있지만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광물자원공사의 경우 자본잠식 이전에도 부채비율 감축과 재무구조 안정화, 해외투자 손실 감소 노력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매년 진행되는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광물자원공사는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성적이 낮은 기관으로 꼽힌다. 2016년 기준 기관 평가 종합 등급은 C등급이다. 자원 공기업 가운데 평가대상 공기업 30곳(준정부기관 제외) 가운데 이보다 낮은 등급을 받은 곳은 6곳 뿐이다. 2015년에는 E등급이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상승한 수준이다.

 

최근 자원공기업 부실 사태로 함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자원 공기업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가스공사와 석유공사는 2016년 기준 종합등급 D등급에 위치하고 있고 석탄공사는 최하 등급인 E등급이다. 2015년에는 석유공사가 E등급, 가스공사와 석탄공사는 모두 D등급을 받았다.

 

광물자원공사의 투자사업 부실 문제는 경영평가에서도 이미 수년전부터 지적됐다. 2016년에는 평가결과 볼레오와 암바토비 사업의 자구노력을 강화하기 위해 핵심성과지표(KPI)를 별도로 구성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지 못하고 추가 자금이 필요한 상황을 맞이하면서 광물자원공사의 위험을 막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공기업 경영평가에 참여한 평가위원들 사이에서는 공기업들의 경영평가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경영평가로 실질적인 자구노력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정부와 정치권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공기업 입장에서는 재무개선 자구노력 보다는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공기업법에 따라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저조한 성적을 낼 경우 성과급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등급별로 차이가 있지만 최대 300%까지 차이가 날 수 있는 구조다. 그 외에는 기관장이 경고를 받아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2년 연속으로 경영평가에서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평가를 받으면 연임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공기업들의 방만한 경영을 제어하기에는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다.

 

경영평가에서 저조한 실적은 물론 과도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어도 광물자원공사와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자원공기업 3사의 성과급 지급액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이들 3개 공기업이 최근 10년간 집행한 성과급은 4879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성과급을 지급한 곳은 가스공사로 2008년부터 2017년 7월까지 3717억원을 지급했다.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는 각각 885억원, 277억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가장 많은 성과급을 받아간 가스공사의 경우 2016년 연간 실적은 당기순손실 6736억원, 경영평가 결과 종합등급은 D등급이다. 그러나 391억원의 성과급이 지급됐고 다음해인 2017년 7월에도 391억원의 성과급을 받아갔다. 석유공사 역시 2012년 이후 당기순손실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성과급을 받아갔다. 2014년에는 105억원, 2016년에는 16억원의 성과급이 지급됐다. 

 

경영평가 결과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정부권장 정책지표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2014년도 경영평가에서 정부권장 정책지표가 2.1점 상승하면서 가장 많이 상승한 기관으로 선정됐다. 당시 경영평가에서 부채비율 감축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사항에도 성과급은 지급된 셈이다. 이때 경영평가에서는 석유공사와 가스공사가 재무예산 성과에서 대폭적인 하락을 기록했다.

 

기관장의 연임 불가 역시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기업 수장직 대부분을 관료출신 인사가 채우고 있는 상황에서 연임 등에 욕심이 있을 경우, 경영 성과보다는 정치권에 잘보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하게 들려온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공시를 집계해보면 국내 공기업 대표이사와 기관장 324명 가운데 전직관료 출신은 111명에 달한다. 산업부 산하 공기업 및 공공기관에서는 전체 기관장 41명 중 15명이 관료 출신이다. 사실상 공기업 수장을 낙하산 인사가 채우는 상황에서 경영 성과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과거 공기업경영평가에 참여했던 한 대학교수는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저조한 성적을 냈더라도 퇴임후 재공모를 통해 사장직에 다시 오를 수 있다​며 ​복잡한 평가 과정에 비해 실질적으로 해당 기관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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