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총선 여론조사비는 향후 기소…혐의 20개, 화이트리스트 수사 등 남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30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대기업 뇌물 수수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총 20개로 늘었다.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4일 오후 박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국고등손실,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매월 5000만∼2억원씩 총 35억원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국고등손실)를 받는다.또 2016년 6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1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업무상횡령)도 받는다. 검찰은 특정범죄가중법상 국고등손실죄는 회계관계직원이 관여한 경우 성립하기 때문에 회계관계직원 없이 이뤄진 국고 횡령 범죄에 대해서는 업무상횡령 혐의를 적용했다.범죄액수는 총 36억5000만원이다.검찰은 이번 특활비 상납이 박 전 대통령이 지시했고 이 중 33억원을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보관·지출·전달을 담당했다고 밝혔다. 이 비서관은 국정원으로부터 상납받은 33억원을 청와대 공식 특수활동비와 별도로 총무비서관실 내 자신만의 금고에 넣어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2016년 9월 상납된 2억원은 정호성 전 비서관이 직접 대통령 관저 내실에서 전달했고, 이 전 비서관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1억5000만원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병호 국정원장이 직접 이원종 전 비서실장에게 매월 5000만원씩 3차례 상납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검찰은 청와대가 4·13 총선 경선 과정에 개입하기 위해 여론조사 비용으로 5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추가 파악했으나, 박 전 대통령의 관여 여부를 계속 수사 중인 관계로 이번 기소 내용에서는 제외했다.

검찰이 확보한 최순실씨의 메모. / 사진=검찰 / BH (청와대) ● J(정호성) 13년 3000만원, 14년 5000만원, 15년 5000만원(합계 1억3000만원) ● Lee(이재만) 정호성과 같다는 의미에서 ‘〃’ ● An(안봉근) 13년 3000만원, 14년 5000만원, 15년 3000만 원(합계 1억1000만 원)

검찰이 확보한 최순실씨의 메모. / 사진=검찰 / BH (청와대) ● J(정호성) 13년 3000만원, 14년 5000만원, 15년 5000만원(합계 1억3000만원) ● Lee(이재만) 정호성과 같다는 의미에서 ‘〃’ ● An(안봉근) 13년 3000만원, 14년 5000만원, 15년 3000만 원(합계 1억1000만 원)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이 자금을 사용한 용처도 파악했다.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33억원 중 15억원을 최순실씨 등과 사용한 차명폰 요금, 삼성동 사저관리비용, 기치료·운동치료 및 최측근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전 비서관의 관리비용(활동비, 휴가비, 명절비 명목 9억7600만원 상당)으로 사용했다. 검찰은 압수된 최순실씨의 메모에서 최측근 3명에게 돈이 지급된 내역을 파악했다.33억원 중 약 18억원은 정확한 용처가 파악되지 않았다. 검찰은 일부 금액이 최순실씨에게 전달돼 의상실 운영비로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는 2013년 5월부터 2017년 1월까지 남산, 강남 등지에서 고영태씨와 함께 대통령 전용 의상실을 운영했고, 2016년 9월 독일 도피 전까지 매월 1000만원~2000만원의 의상실 운영비를 현금으로 지급했다.검찰 관계자는 “메모의 필체는 최순실씨의 것으로 확인된다”면서 “최씨가 적어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와 상납금 관리 및 사용 과정에서 관여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용처를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자금의 용처는 국민적 관심이 커 파악된 사실을 정확히 설명하는 것이 오해를 방지하고 알 권리를 충족한다고 판단했다”면서 “뇌물액 모두가 현금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조사를 수차례 거부하는 등 현실적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국정원 특활비 수사 ‘몸통’인 박 전 대통령이 기소되면서 수사도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검찰은 이미 남재준·이병기 전 원장과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을 구속기소했으며, 이날 오전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특활비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도 구속했다.검찰은 향후 이원종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현기환 전 정무수석,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 등 국정원 자금 관련자들을 순차적으로 수사·기소할 계획을 갖고 있다. 검찰은 이밖에도 보수단체 불법 지원(화이트리스트) 사건 등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의 혐의가 확인 되는대로 추가 기소할 예정이다.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관련 사안을 다 모아 기소하면 좋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연초에 정리된 것부터 하나씩 정리해 나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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