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상대 행정소송서 승소…공정위 “대법 판결까지 지켜봐 달라”

지난 2014년 2월 전북 부안군 줄포면 난산리의 한 관상용 조류 농장에서 농장주가 금계와 공작새 등에게 사료를 주고 있다. / 사진=뉴스1

돼지·소·닭 등에게 주는 사료 가격을 수년간 짬짜미(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42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받았던 하림(하림홀딩스·팜스코·제일홀딩스) 측이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 판결만 남겨둔 상황이다. 

법원은 사료업체 관계자들이 ‘사장단 모임’ 등을 통해 정보를 교환한 사실이 인정되지만, 친분 상 만난 것으로 볼 수 있고 구체적인 담합행위 내용이 파악되지 않아 공정위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하림 측은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 명령취소’ 소송을 제기해 지난 5월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당시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윤성원 부장판사)는 가격에 대한 합의가 존재한다는 공정위의 판단을 부정했다.

재판부는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었던 것과 일치하는 외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고, 사업자 사이의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에 대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강조했다.

대법원 판례는 또 정보교환 사실만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면서, 이에 대한 증명 책임을 공정위 측에 요구하고 있다.

재판부는 “피고(공정위)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이 나머지 8개 경쟁사와 함께 정보교환행위를 통해 공동으로 축종별 배합사료 가격을 결정 또는 변경하려는 묵시적 또는 명시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담합의 핵심 증거로 제출한 A사 직원들의 진술 내용과 관련해 “A사가 자진신고자로 인정받은 점, ‘회사의 압력으로 가격 등 합의 사실이 없음에도 자진신고 했다’는 진술이 있는 점, 국내 배합사료시장의 특수성 등을 종합 고려했을 때 11개사의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하림 등 11개사의 사료 가격이 유사 시점에 비슷하게 변동됐다는 공정위 측의 주장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배합 사료 원재료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의 특성 ▲국제 곡물 가격과 환율의 영향 ▲사료업체들이 원재료를 해외에서 공동으로 구매하는 사정 등으로 유사가격변동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하림 측이 포함된 11개사 사장급 인사들이 지속적으로 모임을 가져온 것과 관련해 “이 사건 정보교환행위가 시작되기 전부터 존재해오던 모임으로서 친목 도모 및 사료업체간 상호 견제를 위한 정보공유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들은 일부 특정 대학 축산학과 및 수의학과 출신들이 대부분으로, 사료 업계 내 임직원들 간 다양한 친목모임이 오랜 기간 존재해 왔다고 인정했다.

앞서 공정위는 하림 측이 포함된 11개 사료업체들이 2006년 10월부터 2010년 7월까지 총 16차례에 걸쳐 가축 배합사료의 가격, 인상·인하시기 등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방법으로 답합했다고 보고 지난 2015년 11월 77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처벌 대상 기업은 카글애그리퓨리나(카길), 하림(하림홀딩스·팜스코·제일홀딩스), 씨제이(CJ)제일제당, 대한제당, 삼양홀딩스, 한국축산의 희망 서울사료, 우성사료, 대한사료, 두산생물자원 등이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하림 측에는 총 142억여원의 과징금(하림홀딩스 32억6400만원, 팜스코 37억6200만원, 제일홀딩스 71억7700만원)이 부과됐다.

하림 측 외에도 한국축산의 희망 서울사료, 대한사료 등도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법원 판결과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패소해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인 사건 등이 있다”면서 “법원의 판단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재판 전략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언급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법원 최종판결까지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위 처분에 대한 불복소송은 사실상 2심제로 진행된다. 공정거래법(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에 대한 불복소송의 전속관할을 서울고등법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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