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주요 상품들 가격 급등락…맹추위 속 장사 나섰지만 손님도 없어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가 연일 계속되는 등 맹추위 속에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 발걸음이 뚝 끊겨 상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냉난방이 가동되는 대형마트와 달리, 사위가 뻥 뚫린 전통시장은 ​혹서와 혹한에 취약한 탓에 계절적 영향을 크게 받는 탓이다. 더군다나 수산물과 정육, 과일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은 구매가 쉽고 최저가 마케팅으로 무장한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로 향하고 있다. 

 

14일 기자가 찾은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한 전통시장. 추운 날씨 탓에 지나가는 행인이 매우 적다. / 사진=박견혜 기자

14일 기자가 찾은 서울시 중구의 한 전통시장. 낮 최고온도가 0도에 머무는 혹한 탓에 시장을 메운 사람은 상인들 뿐이었다. 대부분 점포가 문을 열긴 했지만, 물건을 구매하는 손님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해당 시장에서 10년째 채소장사를 한다는 상인 이아무개씨(63)는 “채소가격이 전보다 떨어졌는데도 너무 추워서인지 손님이 없다. 김장철에도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면서 “아직 1월도 안 됐는데 벌써부터 추워서 남은 겨울이 걱정이다”고 푸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2월 채소 가격은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이소박이김치 주재료인 백다다기오이(100개) 이달 가격이 출하량 증가로 작년 동기(4만7614원)보다 낮은 4만∼4만4000원으로 전망된다. 애오박(20개) 가격도 풍작에 힘입어 작년 동월(1만8932원)보다 하락한 1만4천∼1만7천원에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반풋고추도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가격(10㎏)은 2만7천∼3만1천원으로 하락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참가격(www.price.go.kr)에서도 채솟값 하락을 확인할 수 있다. 전주대비 1.3% 하락한 채소 가격을 품목별로 자세히 뜯어보면, △무 0.9% △ 당근 7.4% △ 양파 13.9% △ 시금치 3.4% △ 마늘 2.1% △ 포기김치 0.4% △ 배추 9.1% △ 콩나물 3.2% △ 오이 11.9% △ 호박 4.9% 등 주요 품목 가격이 대부분 하락했다.

하지만 채솟값이 낮아져 소비가 늘어난다고 해도 전통시장 채소 판매 상인이 곧바로 수혜를 입는 것은 아니다. 이씨의 경우처럼 애초에 소비자 발길이 끊긴 경우 값싼 채소라도 팔 수 있는 길이 끊겨 상인들은 생활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씨는 “채소를 밖에 내놓고 팔아야하는 시장 특성상 시금치나 배추, 무 등이 얼어버리기도 한다. 이렇게 얼어버리면 어쩔 수 없이 내다 버려야 한다. 채소가 재산인 우리에게 요새는 하루하루가 끔찍하다”고 전했다. 

 

14일 서울시 중구 한 전통시장에서 옷을 두껍게 껴입은 상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박견혜 기자
채소뿐만 아니라 정육 역시 처지는 비슷하다. 고기를 다루기 때문에 채소 매장보다는 설비를 갖추고 운영한다지만 줄어든 방문자 수를 이길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깃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최저가 마케팅을 내건 대형마트, 온라인몰에 뒤쳐질 수밖에 없다.

참가격에 따르면 정육·난(卵)류의 이번주 가격은 전주 대비 39.3% 상승했다. 돼지고기와 계란은 지난 주와 비교해 각각 42.9%, 0.9% 떨어졌지만 닭고기는 0.5% 올랐고, 쇠고기는 무려 123.1%나 급등했기 때문이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55)씨는 “원래도 대형마트에 밀리고 있는 데다 근처에 도매하는 가게가 있기도 해서 여러모로 시장서 장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의 수산물 가게도 마찬가지다. 특히 오징어 값이 크게 올라 금(金)징어라는 별명도 붙었다. aT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국내산 생오징어 한 마리 평균 소매가격은 10마리 기준 4428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보다 49.3% 상승한 가격이다. 이처럼 비싼 가격에 서민 장바구니에 쉽사리 담기지 않는 것이다.

전통시장 내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한아무개씨(49) 역시 고충을 토로했다. 한씨는 “날씨가 너무 추워서 굳이 반찬을 시장에서 직접 사다먹는 사람들보다 휴대폰으로 바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면서 “날이 좀 풀리면 달라질까 생각하지만 그마저도 큰 기대 않는다. 어차피 추위는 4월까지 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증권업계에 따르면 식품과 생필품을 등 온라인 장보기 시장은 지난해 66조원 규모였다. 2021년에는 8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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