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찰 등 혐의 29일 피의자 소환…'우병우 사단' 와해 불구 ‘직권남용’ 여전히 쟁점
검찰이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네 번째 소환조사에 돌입한다.
이른바 ‘우병우 사단’이 검찰 조직 내에서 와해되고, 불법사찰 의혹에 이름을 올린 국정원 전 국장이 구속되면서 우 전 수석의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29일 오전 10시 우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 등과 공모해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에 대한 불법 사찰을 지시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은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전 감찰관이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 등을 내사하자, 우 전 수석이 추 전 국장에게 이 전 감찰관에 대한 사찰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추 전 국장은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관련 결과를 우 전 수석에게 비선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 전 차장도 추 전 국장의 불법사찰 등 범죄 행위를 알고 있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최 전 차장은 추 전 국장의 직속 상관으로 우 전 수석과 서울대 법대 84학번 동기다. 두 사람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추 전 국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우 전 수석이 직접 전화를 걸어 이 전 감찰관 등의 뒷조사를 지시했으며, 사찰 동향을 담은 보고서를 우 전 수석에게 비선으로 서면 보고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8명,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 공무원과 민간인들도 불법 사찰의 피해자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우 전 수석이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인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의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 부분도 살펴볼 계획이다.
그간 검찰은 우 전 수석을 세 차례(검찰 2번, 박영수 특검팀 1번) 불러 수사했음에도 구속 수사에 실패해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11월 검찰청사에 불려온 우 전 수석이 조사를 받으며 팔짱을 끼고 웃고 있는 장면이 포착돼 ‘황제 조사’ 논란이 있었으며, 8개월간 수사를 한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과 1기 특별수사본부가 우 전 수석의 처가와 넥슨과의 토지 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은 결국 지난 4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좌천 인사 압박 및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CJ 고발 압박(직권남용) ▲국정농단 핵심 관련자인 안종범 전 수석 감찰 의무 방기(직무유기) ▲자신을 감찰하던 특별감찰관 위협(특별감찰관법 위반) ▲세월호 수사에 외압 행사 안 했다고 국회에서 위증(국회증언감정법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불법사찰 수사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고 법조계는 분석한다. 검찰 안팎에서 우 전 수석을 도왔다고 지목된 이른바 ‘우병우 사단’이 현재 와해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우병우 사단’이라고 지목됐던 인물 대부분은 스스로 검찰을 떠나거나 수사 지휘 부서에서 배제됐다. ‘우병우 별동대’로 불리던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전원도 모두 물갈이됐다.
또 ‘우병우 비선보고’ 혐의 등으로 추 전 국장이 구속 기소된 사정, 지난 24일 검찰이 우 전 수석의 차량과 휴대전화를 전격 압수수색한 사정 등도 우 전 수석에게 불리한 정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