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현금지급 비율 높아 영향 없다”…중소업체 “자금운용에 어려움 초래”

정부의 어음발행 규제 움직임을 두고 건설업계의 온도차가 감지된다. / 이미지= 조현경 디자이너
정부의 어음발행 규제 움직임에 건설업계에서 상반된 반응이 나온다. 대형건설사는 현금지급 비율 상향 등으로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평가를 내놓는다. 반면 지역 건설사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업체는 유동성 악화를 우려한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건설업종의 전자어음 이용자는 지난해말 기준 7만9053명에 이른다. 이는 직전해 7만1513명 대비 10.5% 늘어난 수치다. 아파트 분양이 늘면서 자금거래 용도로 어음 이용자도 증가했다.

건설업계에서 어음은 현금의 대체 용도로 쓰인다. 거래 당사자인 하청업체, 물품거래 업체와 거래시 건설업체에서 어음발행으로 갈음하는 경우가 있다. 대규모 거래시 현금지급은 건설업체의 유동성 악화를 부르는 만큼, 어음발행으로 이를 대신한다. 어음을 받은 업체는 만기일에 가까워질수록 금융권에서 낮은 할인율을 적용 받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대기업과 하도급 업체 간 거래시 현금지급을 장려했다. 이에 건설사들도 어음발행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그럼에도 거래규모가 크거나 거래반도가 높아지면 어음으로 대금지급이 이뤄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가 어음발행에 규제를 가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같은 거래풍토에 변화가 초래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어음 단계적 폐지’를 공약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어음발행 부담금 신설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정부 방침에 건설업체들은 규모에 따라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디. 대형건설사를 필두로 한 1군 건설사는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현금 지급비율을 지속적으로 늘린 만큼 별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어음규모와 만기 축소, 물품카드 등의 현금대체 수단 지급확대를 진행했다. 이에 어음 의존도가 높지 않다”며 “예전과 같이 거래처에 1년 이상 만기어음을 지급한뒤 사채시장에서 과도한 할인율을 적용받는 '어음꺾기'를 종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지역 건설사 등 중소건설업체, 시행사들은 어음발행 규제에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해당 업체는 현금 유동성이 낮아 어음 의존도가 높다. 이에 정부규제가 경영악화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역 건설사 관계자는 “어음발행 규모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건설업계의 자금사정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특히 규모가 작은 건설업체는 자재대금, 안전용품 등을 결제시 어음 의존도가 높다”며 “종합건설업체에 하청을 받아 공사를 진행하는 전문건설업체 등에 타격이 갈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반면 업체 규모를 불문하고 어음발행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피라미드 형태의 건설업 하청 구조에서 대금지급이 단계를 거칠수록 어음지급이 활성화된다. 이때 지급보증 의무를 지닌 상위 단계 업체가 파산할시 최종적으로 건설 노동자가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즉, 건설업계의 약자 구제 차원에서 어음발행에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도권의 한 건설현장 소장은 “재하청 과정에서 어음지급이 보편화된다. 이때 어음발행 업체가 파산시 거래업체가 줄도산하게 된다. 이는 타워크레인 운전자 등 건설노동자의 임금체불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단계적으로 정부가 어음발행을 규제해야 피해사례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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