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120만대 수입 초과 韓세탁기에 50% 관세…월풀 주장 50% 고율관세-삼성·LG 제시 TRQ 절충안 풀이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가 삼성, LG전자 세탁기에 대해 120만대 초과 물량부터 50%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권고했다. / 사진=뉴스1

우려가 현실이 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 120만대를 초과하는 수입물량에 대해 5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를 촉발한 월풀의 주장과 한국 측이 내놓은 대안을 나름대로 절충안 방안이라는 풀이 때문이다. 삼성, LG전자도 곧바로 ITC 권고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공히 미국 현지 공장을 언급한 게 눈에 띈다. 

미국 ITC는 21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삼성, LG전자의 대형 가정용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권고안을 발표했다. 앞서 미 가전업체 월풀은 두 국내 회사 제품에 대해 일률적으로 50% 관세를 부과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이를 두고 ITC는 TRQ(저율관세할당)를 120만 대로 설정하고 이 물량을 넘어 수입되는 세탁기에 50% 관세를 부과했다. 국내 업체들은 월풀의 주장에 반박하면서도 굳이 필요하다면 TRQ를 적용할 것을 주장해왔다.

그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ITC에 TRQ 물량을 145만대 정도 제시했다고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ITC가 월풀과 국내업체 주장 사이에서 절충안을 내놓은 셈이다. 관세 부과를 두고 ITC 위원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ITC는 삼성, LG전자가 수출하는 세탁기 중 한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세이프가드 조치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이다.

ITC는 이들 의견을 담은 2개의 권고안을 곧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와 수위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중에는 국내 업체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가 발동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계는 권고안에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일단 최악의 결과는 피했다는 분위기다. 특히 삼성, LG전자 모두 미국 현지 공장을 언급한 점이 눈에 띄었다. 두 업체가 ITC에 어떤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했는지를 방증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ITC 권고안 발표 직후 미국법인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오늘 ITC가 월풀의 터무니없는 관세 부과 요구를 적절하게도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작은 관세라도 가격을 올리고 제품 선택의 폭을 제약하며, 삼성전자의 사우스 캐롤라이나 공장에서 생길 일자리를 손상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삼성전자는 우리는 여전히 어떤 구제조치도 필요하지 않다고 믿는다면서 “(삼성전자는) 이미 내년 1월부터 생산에 들어갈 공장을 준비하기 위해 350명을 채용했으며 올해 연말까지 150명의 생산직 일자리를 더 충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LG전자는 세이프가드 발효로 인한 최종적인 피해는 미국 유통과 소비자가 입게 될 것이므로 ITC 권고안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권고안이 한국기업의 미국 내 기반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현재 건설 중인 현지 공장의 정상적 가동,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LG전자는 세이프가드 발효를 대비해 건설 중인 미국 테네시 세탁기 공장의 가동 시점을 앞당기는 등 세이프가드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세탁기는 생산능력을 감안해 현재 수준 물동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도 대책을 모색키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오후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강성천 통상차관보 주재로 외교부 수입규제대책반과 삼성전자, LG전자와 대책회의를 한다. 산업부는 ITC의 권고안이 시행될 경우 수출에 미칠 파장을 분석하고 업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권고안이 채택되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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