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소속된 일반인이 개설…관리 규정 있으나 주관에 의한 한계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몇 년 전부터 대학교와 직장 등에서 대나무숲이라는 익명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각종 고발성 게시물로 음지에 있던 사건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대나무숲은 어떤 공간이고 어떻게 관리되는지 알아보자.

Q 왜 이름이 대나무숲이죠?
A 신라 제48대 임금인 경문대왕은 귀가 당나귀 귀를 닮았습니다. 왕관을 만드는 복두장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왕이 모두에게 비밀로 하는 바람에 어디서도 밝힐 수 없었습니다. 답답해진 복두장은 대나무 숲에 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습니다. 그 사건을 본 따 만들어진 것이 익명을 보장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인 대나무숲이죠. 말하기 힘든 속내, 비밀, 비리 등을 밝히는 공간이 된 셈이죠.

Q 언제부터 만들어졌나요?
A 2013년 서울대 학생이 만든 대학 대나무숲은 전국 대학 120곳 넘게 개설하면서 확대됐다. 직장 관련 대나무숲도 꾸려져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대학 상관없이 같은 전공, 같은 직업, 같은 성별, 같은 나이를 위한 대나무숲도 생겼습니다.


Q 어떤 글이 올라오나요?
A 일상, 연애, 고민, 비리, 성폭력사건 등 다양한 주제가 자유롭게 게시됩니다. 일례로 서울대 대나무숲을 보면 인간관계, 연애, 진로, 개인, 토론이슈, 유머, 연예, 디지털, 궁금증 등으로 제보 내용을 분류하고 있습니다.

Q 누가 만드나요?
A 일반인 이용자가 만듭니다. 즉, 누구라도 만들 수 있는 셈입니다. 특정 소속, 주제별 대나무숲에 소속된 이들이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전문적인 관리자가 아니기 때문에 불미스러운 일들도 자주 일어납니다. 제대로 된 확인 없이 게시글을 게재하기도 하고 약자를 비난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글들도 자주 올라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Q 관리규정 같은 것도 없는 건가요?
A 대다수 대나무숲은 관리자가 제시한 필터링 제도를 갖고 있습니다. 소극적인 관리 규정이 있는 곳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규정을 판단하는 것도 관리자 개인적인 주관이기 때문에 때로 한계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대나무숲 관리자들은 대체로 논리적인 비판을 넘어선 욕설과 비방, 적나라한 성적 표현, 사적인 대화로 전달 가능한 말, 시험 관련 부정행위를 조장하는 글 등의 제보를 걸러낸다고 밝혔습니다.

Q 같은 소속이라는 건 어떻게 증명하고 믿을 수 있죠?
A 제보 시 간단한 질문으로 소속 여부를 가려냅니다. 대학 내 건물 이름에 관한 질문을 받기도 하고 소속 커뮤니티의 메뉴이름을 묻기도 합니다. 지인과 검색으로 충분히 알아낼 수 있는 정보기 때문에 생각보다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는 편은 아닙니다.

Q 쿨타임 제도가 뭔가요?
A 특정 이슈로 대나무숲이 과열되는 조짐을 보일 때 관리자들의 판단에 따라 해당 주제에 대한 제보 업로드를 일시적으로 보류하는 것입니다. 해당 주제에 관한 글은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 묶어서 업로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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