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경제적 능력 없어 체납…재산 해외도피 가능성 낮아”

사진=셔터스톡

가수, 작곡가, 성우, 개그맨 등으로 1980년대 활발한 활동을 했던 연예인 A씨가 4억원의 세금을 미납해 지난 8년간 출국금지 당했다. 그러나 법원은 최근 A씨에 대한 출국금지가 법무부 장관의 재량권 등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윤경아 부장판사)는 A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출국금지기간연장처분 취소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1998년부터 2010년까지 각종 세금 미납해 2017년 3월 기준 합계 4억1000여만원을 미납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은 2009년 6월 ‘국세 체납’을 이유로 A씨에 대해 6개월 간 출국금지처분을 했고, 그 이후 6개월 단위로 기간을 계속 연장해왔다. A씨에 대한 출국금지는 지난 6월부터 오는 12월까지 재차 연장(이 사건 처분)됐다.

이에 A씨는 “외환위기와 음반 산업의 쇠퇴로 경제적 능력이 없어져 세금을 납부하지 못한 것”이라며 “재산을 해외에 도피시킬 염려가 없음에도 8년간 출국 금지를 당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출국금지는 조세 체납자가 출국을 이용해 재산을 해외로 도피하는 등 (세무당국의)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하는 것을 방지함에 주된 목적이 있고, 출국의 자유를 제한해 심리적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짐에 따라 조세를 체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출국을 이용해 재산을 해외로 도피하는 등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가 달리 재산을 은닉하거나 소비해 세금 납부를 회피하고 있다는 정황이 엿보이지 않는다”면서 “피고가 8년 동안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해 온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또 A씨가 두 차례 해외도박으로 형사 처벌된 사례가 있었지만, 이 사정만으로 출국금지를 연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199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2002년 필리핀 마닐라 카지노에서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바 있다.

재판부는 “비록 원고가 해외에서 도박을 했더라도 10년 전에 발생한 사정일 뿐”이라며 “이 사건 처분 무렵 같은 사정이 있다고 볼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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