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에 막 내린 ‘하우스 오브 카드’…애플 콘텐츠 공략 강화‧디즈니 저렴한 스트리밍 제공 전망, 일각선 ‘넷플릭스 수성’ 관측도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왼쪽)와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가 지난해 6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사진=뉴스1

넷플릭스(Netflix)의 비즈니스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하나만 꼽으라면 그건 아마도 ‘위기’일 것이다. 넷플릭스의 성장사(成長史​)에는 그 흔한 장애물이 하나 없었다. 헌데 보기 드물게도 넷플릭스가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고 있다. 


넷플릭스의 수익 모델은 비교적 단순하다. 유료 가입자에게 동영상 스트리밍을 제공해 돈을 벌어들이는 방식이다. 넷플릭스에 가입자는 곧 실적이다. 분기마다 신규가입자 숫자가 시장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3분기에만 530만명의 신규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총 가입자는 1억명을 넘어섰다.

비슷한 동영상 서비스들이 명멸해갔다. 넷플릭스는 유독 한 가지 무기가 더 있었다. 이야기다. 넷플릭스는 수 년 간 오리지널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독자적인 영화‧드라마들을 시장에 쏟아 부었다. 올해 콘텐츠 제작에 60억 달러(약 6조 6800억원)를 쓴 넷플릭스는 내년 투자금액이 80억 달러(약 8조 9000억원)라고 밝혔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기조연설자로 나와 “모바일 플랫폼이 콘텐츠보다 우선순위가 아니다”라며 “넷플릭스는 모바일 기술이 아니라 이야기를 만드는 데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 첫 타자이자 대표적인 대체불가 콘텐츠가 ‘하우스 오브 카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애청한다는 그 드라마 말이다. 정작 이 ‘시대의 명작’은 예상치 못한 스캔들에 발목 잡혀 어이없게 막을 내렸다. 주인공 케빈 스페이시가 최악의 성추문에 휘말린 탓이다. 지난달 29일 할리우드 배우 앤서니 랩의 ‘버즈피드’ 인터뷰 폭로로 스페이시의 성범죄가 드러난 이후 ‘나도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고백이 줄을 잇고 있다.

넷플릭스는 3일(현지시간) “케빈 스페이시가 출연하는 ‘하우스 오브 카드’의 추가 제작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케빈 스페이시가 출연하는 영화 고어(Gore)도 방영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는 내년 방영 예정이던 하우스 오브 카드6 제작도 중단했다.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은 분기실적(29억 8000만 달러, 약 3조 3185억원)을 발표하면서 주가도 반등한 시점에 나온 성추문 변수라 더 뼈아팠다.

내우(內憂)는 외환(外患)을 부르는 모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애플은 미국 아침 뉴스 진행자들의 삶을 다룬 새 드라마의 제작 계약을 따냈다. 애플은 이 드라마 제작을 위해 HBO 출신의 마이클 엘렌버그가 이끄는 미디어 레스(Media Res)와 할리우드 스타 제니퍼 애니스톤, 리즈 웨더스푼과 손 잡는다. 외신에 따르면 에피소드 당 제작 비용은 우리 돈 100억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 이미지=셔터스톡

특히 눈길 끄는 건 넷플릭스도 이 드라마 제작 계약을 위해 나섰다는 점이다. TV업계 ‘신참’ 애플이 고참 넷플릭스와 주요 방송사 계열사까지 제치고 대어를 낚아챘다는 뜻이다. 앞서 애플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회사와도 손잡고 TV영화 ‘어메이징 스토리’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시가총액 1조 달러를 코앞에 둔 애플이지만 TV업계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애플이 TV산업 시장 개척을 위해 10억 달러를 쓴다지만 아직 넷플릭스에 비하면 규모가 작다. 하지만 애플에겐 아이폰이 있다. 아이폰이 점점 더 패블릿(5.5인치) 수준으로 커지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대화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시청 가능한 애플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여러 모로 매력적인 상품이다. 여기에 애플TV까지 껴넣을 수도 있다. 애플이 넷플릭스를 제치고 대규모 제작 계약을 따낸 사건을 단순 에피소드로만 보기 어려운 까닭이다.

넷플릭스에 더 큰 위협은 디즈니가 될 거라는 시각도 있다. 8월에 디즈니는 2019년께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디즈니는 이와 동시에 넷플릭스에 제공하던 콘텐츠도 끊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새로 나오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넷플릭스보다 저렴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렇게 되면 내후년부터 넷플릭스 가입자는 해당 서비스를 통해 마블 시리즈를 시청할 수 없다. 스타워즈도 마찬가지다. 디즈니는 스타워즈로 유명한 루카스필름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더해 CNBC 등 외신은 디즈니가 최근 21세기폭스의 영화와 TV스튜디오 부문 인수를 위해 협상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역시 목적은 양질의 콘텐츠 확보다.

애플과 디즈니의 도전이 넷플릭스의 비즈니스를 흔들까. 이견도 있다. 넷플릭스가 자리를 수성하리라 보는 측에서는 특유의 ‘글로컬라이제이션’(Global+Localization) 전략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넷플릭스는 플랫폼을 진출시킨 국가에서 맞춤형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놓는 걸로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터널’ 김성훈 감독과 ‘시그널’ 김은희 작가가 손잡은 ‘킹덤’을 넷플릭스가 제작한다.

한 콘텐츠 사업기관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단순히 똑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여러군데 공급만 하는 업체가 아니다. ‘글로컬’이라는 특징에 맞게 투자를 하는 덕에 앞으로도 시장을 늘려갈 수 있으리라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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