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임자에 정의석 부사장, 음성인식 전문지식 갖춘 인물 평가…구글, 아마존 잡기 위해 성능 개발 속도낼 듯

그래픽=삼성전자

삼성전자 인공지능 음성비서 빅스비(Bixby)를 담당하는 개발자가 전격 교체된 가운데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관련 업계와 학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단말기 명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빅스비 성능을 높이기 위해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쯤 자사 인공지능 음성비서인 빅스비 총책임자를 이인종 무선개발1실장에서 정의석 부사장으로 교체했다. 이인종 부사장은 앞으로 빅스비를 제외한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맡게 된다.

새롭게 빅스비 총책임자로 온 정의석 부사장은 그동안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리서치아메리마(SRA)에서 모바일 플랫폼 개발 업무를 담당해 왔다. 이번 인사이동으로 정 부사장은 국내로 들어와 빅스비 음성인식에 매진하게 됐다. 직급도 SRA보다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항간에서는 인사 변화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모바일 전체 소프트웨어를 챙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동안 이인종 부사장은 빅스비 외에도 다양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함께 챙겨왔다.

삼성전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빅스비에 좀 더 공을 들인다는 복안이다. 아직 정의석 부사장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SRA에서 직접 연구해 온 만큼 음성인식에 대해 어느 정도 전문 지식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지난 3월 공개된 빅스비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등 인공지능 스피커나 인공지능 비서에 비해 반응속도, 정확도, 이해도 면에서 뒤처지고 있는 실정이다. 검색엔진이 없다보니 이용자가 원하는 결과물을 1차적으로 내놓을 수 없고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음성인식 전처리 기술 부족으로 원거리나 잡음 등의 환경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아직 인공지능 스피커도 내놓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앞선 기업들을 따라잡기 위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뿐만 아니라 미국을 자주 오가면서 글로벌 기업과 접촉해 정보를 획득하고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발을 위해서 인력을 확보하는 한편 빠른 결정과 추진력을 위해 전담 책임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음성인식을 연구하는 학계에서는 반기는 분위기다. 삼성전자가 음성인식 만을 전담하는 부사장 자리를 내어줄 정도로 중요도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음성인식을 연구하고 있는 한 교수는 “음성인식이 요즘 최절정기에 접어든 것 같다. 예전에는 음성인식이 하나의 요소기술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그 한 분야를 위해 부사장을 앉혔다”며 “삼성전자가 엔지니어들에게 여러 세미나를 여는 등 여러모로 힘을 쏟아 붓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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