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비' 제동 걸린 현대건설은 생색 내고 추가 제안 여유…"과당경쟁 조장 행위에 벌 대신 상" 비판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아시다시피 재건축 수주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돼있지 않습니까. GS건설이 정부로부터 ‘과도한 이사비 지급공약은 위법’이란 룰을 이끌고 비용절감을 유도한 격이니 다행입니다.” (중견건설사 관계자)

업계를 뜨겁게 달군 반포주공1단지 7000만원 이사비 지급 논란이 국토교통부의 시정지시로 일단락됐다. 건설업계 전반은 국토부의 이번 결정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향후 재건축 사업장을 수주할 때 시공사 비용절감을 이루는 등 치킨게임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잠원동 한신4지구, 잠실 미성‧크로바 등 강남권 주요 재건축 정비사업장에선 이 사업장이 도화선이 돼 이사비 지급 공약이 유행처럼 확산해왔다.

반면 해당 사업장 조합원들 사이에선 정반대의 기류가 흐른다. 그동안 GS건설은 현장에서 아웃소싱 요원을 앞세워 ‘경쟁사의 이사비 지급 공약이 자칫 시공 품질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비방성 여론전을 펼쳤다. 때문에 일부 조합원들은 이번 국토부 조사가 GS건설의 비방전으로부터 비롯됐고 결국 자신들의 막대한 재산상 이익 침해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반포주공1단지 한 조합원은 “경제력있는 신사가 다이아반지를 들고 와 프로포즈를 하는데, 구리반지로 프로포즈하려던 또다른 남성이 불공평하다며 훼방놓은 격 아니냐”고 비유하기도 했다.

때문에 현대건설로썬 이사비 지급 공약을 철회하게 됐지만 오히려 득이 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약만으로 자금력이 충분하다는 홍보는 마친 데다가, 줄어든 이사비를 대체할 1600억원 상당의 추가 제안이 가능해진 때문이다. 실제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하루 전인 지난 21일 열린 조합원 대상 합동설명회에 참석해 “이사비는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조합원 모두의 이익으로 돌려줄 것”이라며 “이를 대신할 안이 마련 되는대로 이행보증증권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GS건설은 인근 ‘반포자이’ 시공으로 반포를 2000년대 중후반부터 약 10여년 간 압구정을 잇는 국내 최고의 부촌으로 끌어올리는데 기여한 대표 건설사로 꼽힌다. 이후 반포 한양아파트(신반포자이), 신반포 6차(신반포센트럴자이) 재건축 시공권까지 획득하면서 반포 재건축의 터주대감으로 평가된다. 때문에 GS건설과 현대건설이 반포주공1단지를 상대로 한치의 양보없는 팽팽한 경쟁을 벌이는 속에서도, 반포가 GS건설 텃밭이라는 측면에서만 봤을 땐 GS건설의 근소한 우위를 점치는 이들도 있었다. 현대건설은 자사 프리미엄브랜드인 ‘디에이치’로 준공한 사업장은 없다.

결국 시공사 선정이 5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국토부의 이번 결정은 GS건설에 역풍으로 돌아와 양 건설사가 출발선으로 되돌아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일대 P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으로썬 우위를 점치기가 힘들다. 조합원 투표가 약 5일 남은 시점에서 현대건설이 제공하는 시정안이 무엇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상황에 따라 과당경쟁을 조장했던 현대건설에 벌은 커녕 되레 상을 안기는 결과가 전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혼탁한 재건축 사업의 추진 과정에 근본적으로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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