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에서도 최고급 호텔에나 있는 시설…"강남권 재건축 거품 상징" 지적

 

상부는 GS건설이 반포주공1단지에 제시한 조감도. 하단 좌측은 롯데건설이 한신4지구에 제시한 스카이브릿지 조감도. 우측은 현대산업개발이 부산 촉진3구역에 제시한 조감도 / 사진=업계 취합

 

건설사들이 최근 시공사 선정을 했거나, 시공사 결정이 임박한 부촌(富村) 내 공사비 총 1조 안팎의 대규모 정비조합에 제시한 조감도에는 공통점이 있다. 스카이브릿지와 인피니티 풀이 들어선다는 점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조합에 하늘위의 커뮤니티 시설이란 모토로 국내 최대 규모인 145m 길이의 스카이브릿지 5개를 설치할 것을 제시했다. 또 아파트 최상층부인 36층에는 스카이 인피니티 풀 2개를 조성해 주민들이 한강을 바라보며 야외수영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롯데건설 역시 서초구 잠원동 한신4지구에 주거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유일무이한 아파트를 짓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롯데건설은 한신4지구를 입지에 따라 총 4개의 섹션으로 나누고, 각각의 섹션에 동과 동을 잇는 총 4개의 스카이브릿지를 조성해 입주민이 한강을 비롯한 서울 전경을 360도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반포주공1단지와 마찬가지로 최상층부에는 인피니티 풀이 들어선다.

현대산업개발은 부산 시민공원 촉진 3구역에서 스카이브릿지를 설계해 피트니스센터를 들여놓고 건물 하단부에는 인피니티 풀을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이 회사는 특화설계를 앞세워 지난주말 쟁쟁한 경쟁사를 제치고 시공권을 획득했다.
 

 

좌측은 롯데건설이 한신4지구에 제시한 인피니티풀, 우측은 현대산업개발이 촉진3구역에 제시한 인피니티 풀 / 사진=업계 취합

 

스카이브릿지와 인피니티 풀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즈샌즈 호텔 등 세계적 명성있는 일부 최고급 호텔에만 설치돼 있다. 그만큼 호화스러운 건축물의 상징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아파트는 물론 호텔에도 이 두 개 모두가 도입된 곳은 없을 정도다. 이처럼 건설사들의 대담하고 실험적인 아파트 설계안에 조합은 크게 기뻐하면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건축 진행속도가 더뎌지거나 추가공사비용이 늘어날 게 우려되서다.

실제 기존에 건축심의나 경관심의를 받은 내용에서 사업시행 변경 내용이 달라지면 재심의를 받아야 한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기존에 받은 심의안과 사업계획 내용이 달라지고, 특히 올림픽대로변 측이어서 한강 조망에 영향을 미친다면 서울시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도시계획과 관계자 역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가 해당 내용으로 재건축을 진행하기 위해선 “재심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통상 건축심의나 경관심의는 해당부서에서 1달 이내에 하도록 하고있는데, 준비기간에 공문이 오고가는 기간까지 감안하면 최소 2달은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연내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야 하는 조합의 사업추진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걸까. 전체 재건축 진행일정이야 늦어지겠지만, 조합 입장에선 다행히도 이같은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리처분인가를 먼저 신청하고 그 이후 건축심의와 경관심의를 받아도 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계획 변경내용에 따라 건축심의와 경관심의를 추가로 받는 것이기 때문에 재심의를 신청하는 시기는 관리처분신청 이후가 되더라도 절차상 관계없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재건축 사업장에 이같은 최고급 부대시설이 설치되는 것을 비판적으로 본다. 불필요한 시설설치는 지나친 건축비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상생활에 불필요한 공사를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추가하는 것은 그만큼 재건축에 거품이 잔뜩 끼어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