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너무 닮은 로봇은 경계심 자극…국내선 논의조차 일러

사진=셔터스톡
매년 미래에 사라질 직업과 유망 직업에 대한 발표가 나온다. 최근 발표된 결과들을 살펴보면 미래에 사라질 직업은 로봇과 인공지능이 대체 가능한 직업이고, 각광받을 직업은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오롯이 감당하기 힘든 영역이다. 직업 전망의 잣대가 인공지능‧로봇으로 재편된 셈이다.

인공지능이 날이 갈수록 똑똑해지고 로봇의 모습이 사람과 닮아갈수록 사람들은 적지 않은 위협을 느낀다. 비단 일자리 문제뿐만 아니라 인간 만이 갖고 있는 외모나 감정, 문화에도 근접했기 때문이다.

‘언캐니밸리(uncanny valley)’는 불쾌한 골짜기를 뜻하는 말로 로봇이 점점 사람의 모습과 닮아갈수록 인간이 로봇에 대해 호감도를 갖다가, 어느 정도 수준을 넘어서면 거부감을 느끼는 현상을 말하는 로보틱스 이론이다. 1970년 일본 모리 마사히로 로보티시스트에 의해 소개됐다.

언캐니밸리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경계심이나 혐오감을 갖게 된다. 어느 정도 인간과 유사할 때까지는 호감을 갖게 되나, 인간과 구별이 모호한 상황에서 이상 행동을 하면 인간에게서보다 더 큰 부정적 감정을 갖게 된다.

실제로 세계 최초 섹스로봇을 만든 맷 맥멀렌은 로봇을 만들면서 모공이나 솜털 등은 재현하지 않았다. 맥멀렌은 너무 사람 같으면 오히려 거부감을 유발하기 때문에, 로봇을 사람과 비슷하게 만들더라도 똑같은 모습으로는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워싱턴대학교 컴퓨터 공학부 폴 알렌 센터 연구팀이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목소리에 맞춰서 립싱크로 말하는 오바마 AI(인공지능)을 만들면서 언캐니밸리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했다. 이 연구팀은 자연스러움 입 움직임과 치아 등을 구현해 냈고, 이는 친근감과 불쾌감을 넘어서 다시 호감으로 가기 위한 방법론적 접근으로 평가된다. 언캐니밸리 이론에 따르면 언캐니밸리 구간을 넘어서면 인간은 다시 로봇에게 호감을 느낀다.

앞서 두 사례처럼 로봇연구자, 개발자들은 언캐니밸리 해소를 위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두 사례의 유형은 언캐니밸리 직전, 언캐니밸리 직후로 조금은 다르지만, 불쾌한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언캐니밸리가 익숙한 개념이 아니다. 국내 로봇연구원에게 취재한 결과, 언캐니밸리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듣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학계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한 연구로 선행 결과를 발표하고 신기술을 뽐내지만, 정작 현장에서 느끼는 로봇 개발에 대한 체감 수준은 다른 셈이다.

한 수석연구원은 “국내 로봇에 대한 연구는 한참 뒤떨어져 있어 논의가 산업에만 국한돼 이뤄지고 있다”며 “기초적인 것에도 문제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아직 고급스러운 지능에 대해서는 많이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연구원들 중에 인공지능에 대해 따로 공부하는 사람들과, 국내에서 머신러닝을 가장 먼저 도입한 인사에게 물어보면 로봇이 인간하고 과연 유사해지겠느냐는 물음에 다들 회의적이었다”며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가 바둑 두는 기능을 학습하는 데에만 수많은 컴퓨터를 필요로 한 것처럼 인간이 가진 기능을 다 흉내내는 로봇을 만들기는 어렵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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