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건의 중 반대표 나온 안건은 2건 불과

표= 조현경 디자이너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5대 대형건설사의 사외이사들이 안건마다 찬성 ‘몰표’를 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독립성을 골자로 한 사외이사의 견제기능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2분기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의 사외이사는 총 22명으로 나타났다. 건설사별로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이 5명, 현대건설‧대우건설‧GS건설 4명 등이 사외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사외이사들은 매 회의 때 상정되는 안건에 찬성 몰표를 주는 경향을 보인다. 사외이사만이 찬성과 반대표를 던질 수 있는 회의는 2분기까지 총 36회 열렸다. 이 기간 사외이사들이 찬반을 표할 수 있는 개별 안건은 총 88건이 나왔다. 이중 사외이사들이 반대표를 던진 안건은 총 2건으로 모두 대우건설에서 나왔다. 그마저도 개인당 한표씩 개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결과다. 다른 건설사에서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진 사례는 전무하다.

대우건설에서 반대표가 나온 안건은 ‘순수건설업 및 관련 부대사업을 위한 신규 투자사업의 연간 투자한도액 승인의 건’, ‘퇴직임원 처우에 관한 규정 개정의 건’ 등이다. 첫 번째 안건과 두 번째 안건에 각각 지홍기 전 사외이사, 유주하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졌다. 두 번째 안건에서 나머지 사외이사들은 모두 보류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지홍기 전 사외이사의 경우 사장추천위원회 맴버로 박창민 전 사자의 취임에 끝까지 반대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오너기업이 아닌 산업은행이란 공적기관이 관리하는 건설사다. 아무래도 다른 건설사와 달리 사외이사가 의견을 제시할 때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외이사들의 거수기 행렬에 외부감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다. 5대 건설사의 사외이사 평균 연봉은 7400만원에 달한다. 기업활동의 적정성을 외부에서 공정히 판단하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다만 사외이사들이 독립된 의견표시를 주저하면서 외부견제 기능이 퇴색될 수 있단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는 현대건설의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이 회사는 올해 6월 지난 4년치 재무제표를 변경했다. 해외 사업장을 확인한 결과 진행률상 변경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4년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95억원, 165억원식 감소했다. 이 기간 사외이사들은 해당 기간 사업보고서 확정 안건에 매해 한명도 빠짐없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된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를 통해 견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기업은 무작위 추첨 형식으로 인선을 결정한다. 회사의 입김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서다. 다만 오너가 있는 건설사의 경우 회사의 입김을 피하기가 힘들다. 아울러 너도나도 사외이사를 희망하는 만큼 회사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최근 정부에서 수주산업의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외이사의 회사견제 기능이 강화돼야만 수주산업의 재무 건전성도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단순히 반대표가 적은 걸로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판단하기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외이사들은 안건에 찬반투표를 하기 전 안건을 상정할지 여부를 사전에 조율한다. 반대표가 나올 안건의 경우 애초에 상정 자체를 하지 않는다”며 “반대표가 나올 안건을 미리 피하는 한국의 기업‧사외이사 문화가 합쳐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외이사의 재무제표 점검의무에 대해 학계의 한 전문가는 “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분식회계 등의 대다수 잘못된 재무제표 작성사례는 내부 고발자를 통해서만 발견된다. 사외이사가 회사에 상주하지 않는 한 재무제표를 일일이 들여다 보면서 잘못된 수치를 찾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사외이사의 역할은 회사가 경영을 제대로 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이 감사를 제대로 수행하는 지 점검하는 채널을 만드는 데 있다. 또한 문제가 생겼을 시 문제를 조사하고 고치는 게 사외이사의 역할이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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