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 ‘대립군’ 이어 워너 ‘V.I.P.’도 손익분기점 넘지 못할 듯…영화계 “향후 반등 가능”

배우 장동건(왼쪽부터),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이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영화 ‘브이아이피(V.I.P)’(감독 박훈정) 언론 시사회에 참석한 모습. / 사진=뉴스1

 

지난해 한국 영화산업에는 작은 파란이 일었다. ‘해묵은 4강체제’에 균열 조짐이 보였기 때문이다. 2009년 이후 국내 투자배급업계는 CJ E&M과 쇼박스, NEW, 롯데엔터테인먼트가 4분할 하고 있었다. 여기에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와 20세기폭스가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흥행홈런을 쳤다. 영화 ‘밀정’과 ‘곡성’이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기세가 오래 가지 못했다. 올해는 ‘워너‧폭스 동맹’이 완전히 체면을 구겼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는 개봉 전부터 주목을 끈 ‘V.I.P.(이하 브이아이피)’가 손익분기점 넘기에 실패하면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세기폭스 코리아가 내놓은 ‘대립군’은 겨우 83만 관객에 그치면서 흥행에 참패팼다. 다만 영화계 안팎에서는 아직 성패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보는 분위기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가 투자‧배급한 영화 브이아이피는 전날까지 누적 135만 관객을 동원했다. 일일 박스오피스 순위는 10위까지 내려앉았다. ‘살인자의 기억법’과 ‘그것’ 등이 개봉하면서 전국 상영횟수는 538회까지 급전직하했다. 더 많은 관객을 모을 동력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손익분기점 미달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브이아이피의 손익분기점은 270만에서 300만 관객 사이다. 6일부터 하루 관객은 4000명 이하로 떨어졌다. 최종 스코어는 140만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은 110억원 안팎에 그칠 전망이다. 배우 장동건, 김명민, 이종석을 내세우고 영화 ‘신세계’의 박훈정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뼈아픈 실패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의 타율도 하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는 지난해 투자‧배급한 영화 ‘밀정’이 750만 관객을 모으며 국내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당시 개봉 후 한 달 간 벌어들인 매출액은 613억원이었다. 업계서는 밀정 성공 후 워너브러더스 본사가 국내 진출에 확실한 믿음을 갖게 됐다고 알려져 왔다.

밀정 차기작인 ‘싱글라이더’(2월 개봉)는 최종 관객 35만명을 동원했다. 다만 이 영화는 저예산 작품이라 흥행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시장에서도 싱글라이더 실패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 영화 개봉 두 달 후 나온 펀드 결성 소식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 4월 28일 화이인베스트먼트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는 100억원 규모 한국영화 펀드 ‘화이-워너 콘텐츠 투자조합’을 결성했다. 브이아이피를 포함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가 5년 간 투자‧배급하는 영화에 투자하는 펀드다. FNC애드컬쳐와 우리종합금융도 출자자로 참여했다. 하지만 정작 펀드 결성 후 처음 시장에 내놓은 영화가 손익분기점에 미달하게 된 셈이다.

국내 4강(CJ E&M, 쇼박스, NEW, 롯데엔터테인먼트)을 위협하던 할리우드 공습이 잠시 숨을 고르게 된 모양새다. 지난해 20세기폭스 코리아가 내놓은 ‘곡성’은 최종관객 688만명을 동원했다. 매출액은 550억원을 넘었다. 영화를 연출한 나홍진 감독은 지난해 청룡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덕에 ‘워너’와 ‘폭스’가 쌍끌이로 국내 4강을 압박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당시 “외자사의 시장 진입으로 (국업체들에내 ) 2017년 영업환경도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20세기폭스 코리아가 올해 5월 내놓은 ‘대립군’은 83만 관객 동원에 그치며 흥행에 참패했다. 이정재, 여진구가 출연한 걸 감안하면 참담한 실패다. 지난해 곡성‧밀정으로 1440만 관객을 동원한 두 ‘동맹’은 올해 대립군‧브아이아피로 220만명 안팎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시장의 전망이 크게 빗나간 셈이다.

다만 업계서는 할리우드 공습을 실패로 단정하기에 아직 무리라는 입장이다. 시장에 나타난 메기효과가 향후 반등을 기대해볼 만한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제작사는 자본을 끌어와야 하는 입장 아니냐. 전에는 (제작사들이) 주로 대규모 투자여력을 가진 소수 업체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가 진입하면서 (제작사 입장에서) 선택지가 늘어난 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그간 소수 투자사 입김이 너무 커지면서 한국영화의 장르관습이 다소 수렴되는 경향을 보였다”라면서 “이제는 상업영화 군에서도 다른 실험이 가능한 공간이 열리고 있다. 곡성이나 밀정 같은 성공사례가 다시 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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