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 이어 CEO리스크 노출…지주회장·은행장 분리 도미노

지방은행들이 경영공백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입건됐다. BNK금융지주가 성세환 전 회장 겸 부산은행장의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후 장기간 경영 공백이 이어지는 가운데 DGB금융마저 경영공백 악재를 맞게 된 것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인규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최근 배임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박 회장은 '상품권 깡'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박 회장 등은 2014년 3월부터 올 7월까지 고객에게 사은품으로 주는 상품권을 법인카드로 구매한 뒤 판매소에서 수수료를 공제하고 현금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거액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런 혐의 제기만으로 금융지주 회장이 갖춰야 할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비자금 규모는 3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5일 대구경찰청 수사관들이 대구은행 칠성동 제2본점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한 후 증거품을 담은 박스를 들고 나오고 있다.경찰은 대구은행 박인규 은행장 등 임원 6명이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후 상품권을 판매소를 통해 '상품권깡'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하고 관련자 사무실과 주거지 등에서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 사진=뉴스1
현재 DGB금융은 박 회장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공식적인 업무는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박 회장 임기가 2020년 3월24일까지 남아 자진사퇴를 일축하고 있다. 

 

다만 금융권에선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는 DGB금융 조직개편이 요구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DGB금융도 BNK금융과 마찬가지로 회장이 은행장까지 겸직하는 구조라 최고경영자의 공백은 지주 전체에 경영 불안정을 유발한다"며 "박 회장의 혐의가 벗어지더라도 DGB금융 조직개편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BNK금융지주도 성세환 전 회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되면서 넉달째 경영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성 전 회장이 부산은행장도 겸직하면서 지주 전체 경영공백이 발생했다. 이에 BNK금융지주는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기로 하고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차기 회장, 은행장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

JB금융그룹이 지난 1일 JB금융 회장직과 광주은행장을 분리키로 한 것도 다른 지방금융지주들이 경영 공백사태로 후유증을 겪는 것에서 자극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중심의 그룹사 간 시너지 제고와 함께 최근 일어나는 '제왕적 CEO' 비판을 피하고 은행장을 분리해 지주회사 역할과 기능 강화, 은행 수익구조 개선 등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JB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를 통해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그룹 디지털화 전략가과 지역적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한 해외사업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박인규 회장의 비자금 혐의로 DGB금융 지배구조에 우려가 나오고 있는 만큼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자는 목소리는 높아지게 될 것"이라며 "국내 금융지주사에서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하는 체제가 전환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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