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아이스크림·과자가 젤리로 변형…어쩐지 클래식이 그리운 맛

젤리. 누군가에겐 간식, 누군가에겐 안주.
 

사진=박견혜 기자

대학 졸업을 두 학기 앞뒀을 당시. 학교 앞에 인기를 끄는 가게가 생겼다. 하교하던 학생들은 지하철역에 들어가기 전 모두 ‘그 곳’에 들렀고 천 원, 이 천 원을 기꺼이 쓰고 나왔다. 돈이 참 꾸준히도 없던 우리 역시 그 곳에 들렸다. 하교를 위한 길은 아니었고 음주를 위한 길이었다. 학식 대신 맥주를 먹던 때였다. 거칠 것 많았지만 거치지 않은.

‘그 곳’은 외국에서 들여온 주전부리를 모아 파는 곳이었다. 인기 제일은 단연 젤리였다. 젤리라곤 포도맛 마이구미와 지렁이 젤리 밖에 몰랐는데 과연 그곳은 미식천국. 겉에 설탕을 잔뜩 묻힌 젤리 한 줌과 맥주를 함께 먹으면 그렇게 맛있었다. 달다 쓰고, 쓰다 달았다. 그 둘을 함께 놓고 먹고 있으면 조별 과제? 학점? 다 우스웠다. 덕분에 졸업 학점이 정말 우습긴 하지만.

이젠 굳이 외산식품을 사러 그 곳이든 저 곳이든 가지 않아도 된다. 요즘 편의점엔 요즘 인기있는 젤리가 많다. 젤리라 하면 상큼한 과일이나 톡 터지는 콜라맛을 떠올리기 쉽지만, 반전. 아예 옥수수맛 과자 ‘꼬깔콘’이 젤리가 되기도 한다.

편의점 젤리코너 가장 상위에 매달린 4개 제품을 고른다. 쿨망고 젤리, 스크류바 젤리, 수박바 젤리, 그리고 꼬깔콘 젤리.

바삭하지 않은 꼬깔콘은 얼마나 텅 빈 맛일까. 의심으로 포장을 뜯는다. 꼬깔콘 냄새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기자는 안 먹는 중 먹는 유일한 과자가 꼬깔콘이어서 좀 아는 편. 그 심심한 중에 고소한 냄새말이다. 그 냄새가 젤리에서도 났다. 과자엔 없는 달콤한 향이 난다. 모양과 색은 꼬깔콘을 꼭 닮았다.

냠.

이 맛을 아는 사람도 있을까. 군옥수수 아이스크림이라고 옥수수 모양의, 옥수수 맛의 아이스크림이 있다. 달지만, 달며, 달고도, 달다. 아님 이건 어때. 스타벅스 신메뉴였던 리얼콘 프라푸치노. 빨대로 음료를 먹다보면 옥수수 낱알이 왕왕 발견되는 그 것. 그 음료의 맛이 젤리의 몸을 갖고 환생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 맛이다.

스크류바 젤리와 수박바 젤리를 보고는 스크류바와 수박바의 다양한 활용에 대해 감탄한다. 수박 젤리는 수박을 통통하게 썰어낸 모양이다. 겉에 설탕이 묻어있다(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맛은 역시나 가공된 수박 맛. 더도 덜도 않다. 대신 말랑말랑, 거칠거칠(설탕) 씹으면 재밌다. 스크류바는 스크류바의 모양처럼 뱅뱅 꼬아져있는 긴 원통 모양이다. 맛은 스크류바인데 씹기가 까다롭다. 상하악이 조금 수고를 해줘야 하는 질김. 수박 젤리보다 질기다.

쿨망고 젤리는 어디가 ‘쿨’인지 모르겠는 상온의 맛이다. 한 번 깨물면 부서지는 생 망고를 오래, 여러번 씹어보고 싶었다면 권한다. 당신이 지금 ‘그 맛’을 생각했다면 바로 그 맛이다.

네 가지 젤리를 신중히 먹는 나를 옆에서 보고 있던 동료가 묻는다.

“뭐가 제일 맛있어요?”
“수박 드세요, 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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