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카드·증권사들 챗봇 개발 경쟁 뜨거워…고객 편의성 증대·상담품질 개선 기대

최근 금융업계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챗봇(chat-bot)’ 열풍이 불고 있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최근 금융업계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챗봇(chat-bot)’ 열풍이 불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고객의 요구에 빠르게 응대하기 위해서다. 챗봇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기기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챗봇은 ‘수다를 떨다’라는 뜻의 ‘채터(chatter)’와 ‘로봇(robot)’의 합성어로 사람 대신 인공지능(AI)이 문자나 음성으로 대화하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사람이 했던 업무를 대체할 수 있어 인건비 등 관련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아울러 제품을 판매하는 커머스 채널로의 활용을 통한 수익 창출까지 가능해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 2월 대신증권은 금융투자업계 최초로 인공지능(AI) 금융 전문 챗봇 ‘벤자민 서비스’를 오픈했다. 현재는 기본적인 업무 처리와 일상 대화 수준만 가능하지만 머신러닝 기법을 통해 계속적으로 진화시켜나갈 계획이다. 올초 처음 선보였을 때만 해도 1000여개 질문 정도에만 대답할 수 있었던 벤자민은 현재 1만여개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대신증권은 벤자민을 카카오톡에서 이용할 수 있는 ‘벤자민-카카오톡 연계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말 은행 최초로 ‘금융봇’ 서비스를 내놨다. 금융봇은 카카오톡 채팅을 기반으로 하며 24시간 상담이 가능하다. 채팅창에 질문 내용을 직접 입력하거나 제시된 질문번호를 입력하면 해결책을 안내해준다.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등 4대 시중은행도 챗봇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챗봇 개발로 24시간 고객 응대 체제를 갖추는 동시에 내부에서 확장해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까지 구현할 방침이다. 최근 개발업체 선정 마무리단계에 돌입한 신한은행은 르면 이달 내 협상을 마무리하고 개발을 시작할 계획으로 내년 초 신한은행 독자 인공지능 플랫폼과 챗봇을 공개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자연어 기반 챗봇 서비스인 ‘위비봇’을 9월중 도입할 예정이다. 위비봇은 기존 은행권에서 질문과 답변만을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상담원처럼 고객과 대화하는 기능을 차용했다.

우리은행은 또 상담원과 챗봇의 협업 모델도 도입하기로 했다. 단순업무는 챗봇이, 심도 있는 상담은 상담원에게 연결하는 방식이다. 콜센터 상담원이 퇴근한 후에는 챗봇을 통해 고객 질의를 응대하고, 이를 통해 접수된 고객 문의를 자동 분류하고 저장했다가 직원 출근후 한꺼번에 처리하는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KEB하나은행은 SK텔레콤과 하나금융지주의 합작법인 핀크(Finnq)를 통해 올해 하반기 챗봇을 탑재한 핀테크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해당 서비스는 금융 소비자가 질문을 문자 형태로 남기면 챗봇이 이를 분석해 답변하고 복잡한 사안의 경우 상담원에게 연결해주는 형태다. 단순한 금융 상담 외에도 통장과 카드 사용, 입출금 내역도 채팅을 통해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간편한 가계부 서비스도 가능하다.

KB국민은행 역시 챗봇도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도 챗봇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 6월 업계 최초로 365일 24시간 실시간으로 운영되는 ‘모바일 챗봇’ 서비스를 오픈했다. 해당 서비스는 카드 추천부터 서비스 안내, 고객이 자주 묻는 700여종의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또 ‘사랑해’, ‘힘들어’ ‘오늘 뭐 해’ 등의 일상적인 대화도 할 수 있다.

신한카드 챗봇의 경우,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3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에서 구현됐다. 카카오톡 신한카드 친구추가, 페이스북 메신저 신한카드 검색, 네이버 신한카드 모바일 검색 및 신한카드 톡톡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현대카드도 지난달 18일 실시간으로 상담해주는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 ‘버디’를 출시했다. 버디는 질문자의 의도에 따라 카드 혜택과 맞춤 카드 추천, 금융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슈퍼콘서트 등 현대카드에 관한 각종 정보도 알려준다.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기능은 IBM 왓슨의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했다고 현대카드는 설명했다. 이 기술을 적용한 챗봇 서비스를 출시한 것은 금융권 중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챗봇 서비스 도입을 통해, 업무 효율성 증대와 비용 절감효과, 대고객 서비스 만족도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단순상담은 챗봇으로 대체하고 기존 상담원들의 경우, 금융전문성을 향상시켜 질 높은 마케팅상담을 제공함으로써 비대면수익을 개선할 수 있다. 특히 24시간 상담이 가능하게 돼 고객 편의성이 대폭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로 아직 갈 길이 멀다. 머신러닝 기술의 특성상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어느정도 축적되면 향후에는 인공지능이 일반 상담원과 대화하는 수준까지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진 복합적인 질문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지 못하고 있지만 향후 데이터가 축적되면 어려운 질문에도 답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챗봇 도입을 통해 기존 상담원들은 전문 상담에 집중 투입됨으로써 전체적인 상담 품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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