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구 은행연합회장-허권 금융노조 위원장 회동 후 입장 차이만 확인

금융산업 산별교섭이 무산됐다. 금융권 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조가 만나면서 업계 현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산별교섭 재개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9일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 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장과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만나 산별교섭 재개를 논의했지만 양측이 합의를 이루지 못한채 헤어졌다.

허 위원장은 "산별교섭 재개 후 임금, 과당경쟁 구조 개편, 4차 산업혁명 등 과제를 논의하자는 것을 하 회장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라며 "결국 산별교섭 재개는 불발됐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 금융권 금융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한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오른쪽) / 사진=뉴스1

허 위원장에 따르면 하 회장은 산별교섭 재개 요구를 거부하고 각 사안에 대한 태스크포스(TF)를 먼저 신설한 뒤 산별교섭 테이블을 마련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 회장 입장은 선(先) TF 마련, 후(後) 산별교섭 재개다. 반면 허 위원장은 산별교섭을 마련하고 관련 사안에 대한 TF를 마련하거나 협의를 하자는 입장이다. 산별교섭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허 위원장은 "산별교섭 틀이 있어야 과당경쟁 근절과 비정규직 정규직화, 4차 산업혁명 등 산적한 과제에 대응할 수 있다"며 "하 회장이 말하는 것과 노조가 요구하는 게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산별교섭을 열고 관련 TF를 만들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성과연봉제를 강행하다 그게 무산됐기 때문에 하 회장이 각 은행장을 모아 산별교섭에 나서기 어려운 것 같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노조에선 성과연봉제는 이미 금융권에서 다 폐기된 것이라며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 회장은 지난 28일 은행연합회 이사회를 열고 은행장들과 금융노조 산별교섭 요구에 대해 의견을 나눈 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을 만나겠다"며 "허심탄회하게 말하겠다"고 전했다.

은행연합회 이사회에 참석한 은행장들은 산별교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자는 데에는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산별교섭이 이뤄져도 한차례 교섭으로 끝나지 않고 지부교섭 등으로 복수교섭이 열릴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 위원장은 "산별노조를 재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이를 거부한 것"이라며 "산별교섭을 다시 정상화하자는 게 노조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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