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환경 악화 국내 시장 대안으로 관심…오히려 손실나는 곳도 있어 치밀한 전략 요구

김정태(왼쪽 여섯번째)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7월 탄자니아에서 보다콤(Vodacom)과 ‘모바일 머니 엠페사(M-PESA) 결제 활성화’ 업무협약을 맺고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하나금융

국내 카드사들이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시장이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르러 수익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카드 수수료인하 정책을 펼치면서, 향후 수익 감소는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해외 진출의 경우, 아직 정착 단계인 상황인데다가, 오히려 손실이 나는 곳도 있어 장밋빛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카드업계, 해외진출 러시
 

2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들은 해외 진출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다.

BC카드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만디리은행과 합작법인 ‘미트라 트란작시 인도네시아’를 설립했다. 올해는 인도의 지급결제기관인 NPCI와 상호 네트워크 제휴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NPCI는 인도 중앙은행이 2008년에 설립한 기관으로 자국 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거래와 카드 업무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인도는 경제성장률이 연 7%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카드보급률은 30% 미만에 그친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두 회사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BC카드 국내전용 카드로 인도 내 결제 ▲인도 국내전용 카드로 한국 내 결제 ▲BC카드-NPCI 제휴카드 출시 ▲신규 사업모델 개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KB국민카드는 미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KB국민카드는 미국 ‘뱅크오브호프(Bank of Hope)’ 은행과 ‘미국 내 공동 사업 추진 등을 위한 전략적 업무 제휴’를 지난 6월 맺었다. 뱅크오브호프는 지난해 미국 1·2위 한인 은행인 ‘BBCN’과 ‘월셔은행’이 합병해 출범한 미국 내 최대 한인 은행으로 아시아계 은행 중 최초로 카드발급 면허를 취득한 바 있다.

이번 제휴를 통해 두 회사는 공동 투자 및 공동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뱅크 오브 호프의 신용카드 사업 재정비 및 활성화 도모, 현지 영업망과 인프라를 활용한 금융사업 추진, 빅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 발굴 등을 협업할 방침이다.

KB국민카드는 미국에 이어 최근 중국에도 진출했다. KB국민카드는 중국 금융그룹사 핑안그룹의 계열사인 이치엔빠오와 손을 잡고 포인트 상호교환프로그램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을 찾는 중국인관광객은 이치엔빠오의 포인트를 KB국민카드 포인트로 교환해 국내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에 현지법인 ‘신한인도파이낸스’를 설립하고 지난 2월초 ‘신한 하이캐쉬 카드’를 출시했다. 국내 카드사 최초로 해외 소비자를 대상으로 직접 카드를 발급해 수익을 내는 모델이다. 신한카드는 인도네시아 최대 유통그룹인 살림그룹과 제휴해 카드 회원을 직접 모집하고 있다.

하나카드의 경우, 동남아나 미국이 아닌 아프리카 신용카드 사업에 진출했다. 하나카드는 지난 7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현지 이동통신업체인 ‘탄자니아 보다콤’과 모바일머니 ‘M-PESA’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금융사 중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것은 하나카드가 처음이다.

M-PESA는 2007년부터 케냐·탄자니아 등 아프리카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모바일머니로 휴대전화를 이용해 결제와 송금 등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하나카드는 원큐(1Q)페이 온·오프라인 결제기술을 활용해 아프리카 지역 내 금융정보처리 시스템 사업자인 페이링크(PayLink)와 함께 관련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나카드는 또 최근 일본에 자회사를 세우고 현지에서 위챗페이 매입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 관광객이 일본에서 위챗페이로 결제하면 하나카드가 결제대금을 지급하고 이후 위챗페이에서 해당 대금과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매년 600만명 이상의 중국 관광객이 일본을 방문하는데 위챗 결제서비스가 활성화되지 못한 점에 착안했다.

위챗페이는 중국 텐센트의 모바일 결제회사로 현재 8억명 이상의 중국인이 이용하고 있다. 위챗페이는 지난해부터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시장을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 하나카드가 300여개 위챗페이 가맹점을 관리하는 것이 인연이 돼 함께 일본에 진출했다.

◇아직은 정착단계, 손해보는 곳도 있어…치밀한 전략 요구

카드사들이 해외진출에 적극적인 이유는 국내 시장이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수수료 인하 압박 등 외부 환경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터넷 전문은행이 최근 돌풍을 일으키며, 카드업계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상반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신한 KB국민 삼성 현대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53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584억원) 대비 44.0%(4214억원) 급감했다. 포화된 국내 시장에서 제살깎기식 마케팅을 벌인 까닭이다.

순이익 감소 주요인은 마케팅 비용 증가와 충당금 적립 기준 강화다. 부가서비스 등의 마케팅 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736억원(14.7%) 증가했다. 대손 비용은 5143억원이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부터 복수 카드론 이용 차주의 카드론 채권에 대해서는 30%의 추가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이 강화되면서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해외 진출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해외 진출을 지양해야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이제 막 해외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단계라 가시적인 성과를 보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일부 해외 법인의 경우 손실이 크게 증가한 곳도 있다.

국내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신한인도파이낸스는 최근 큰 손실을 기록했다. 신한카드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신한인도파이낸스의 올 상반기(1~6월) 순손실은 29억4200만원으로 전년 동기 3500만원에 비해 84배 증가했다. 지난해 3월 설립한 미얀마 현지 법인 신한마이크로파이낸스 역시 올 상반기 1억72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초기 투자 비용 등으로 인해 당장 해외 법인에서 수익이 나긴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손실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경쟁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섰지만, 실제로 해당 국가에 가보면 파리 날리는 법인도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카드업계 역시 치밀한 전략을 통해, 해외 진출에 나서야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 보여주기식 해외진출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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