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시대 연 CGV는 ‘스크린X‧4DX’ 합한 상영관, 잠실 롯데시네마는 LED 스크린 내놔

CGV용산아이파크몰에 자리한 4DX with ScreenX. / 사진=CJ CGV

IT(정보기술)의 도전에 IT로 응전하는 모양새다. 국내 영화관 얘기다. 정보기술 분야 기업들이 영화시장의 경계를 넘나들며 존재감을 보이자 똑같이 기술로 맞대응하는 형국이다. 특히 업계 1, 2위 멀티플렉스의 ‘기술 기지개’ 움직임이 도드라진다.

CJ CGV는 ‘용산시대’를 맞이해 오랫동안 공들여온 스크린X와 4DX를 버무린 새 상영관을 내놨다. 롯데시네마는 잠실에 위치한 그룹의 상징 월드타워점에 힘을 싣고 있다. 이곳에는 삼성전자와 손잡고 LED(발광다이오드) 스크린을 내놓으면서 영사기 없는 영화관이 등장했다. 극장가가 테크놀로지의 전쟁터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CGV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용산’이다. 일단 본사가 상암동에서 용산으로 이전했다. 이 한복판에 선 게 CGV용산아이파크몰이다. 이 공간은 일종의 IT 복합관이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상영관은 ‘4DX with ScreenX’와 ‘IMAX 레이저’ 특별관이다. 4DX with ScreenX는 그 명칭이 오롯이 나타내듯 그간 CGV가 담금질해 온 4DX와 스크린X를 결합한 곳이다.

스크린X는 CGV가 카이스트와 공동으로 개발한 기술이다. 극장 정면 스크린뿐 아니라 양 옆 벽면까지 사용해 3면 270도의 입체적 화각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상영관이다. 4DX는 CGV가 독자 개발해 수출 먹거리로 활용하고 있는 오감체험 특별관이다. 용산 새 상영관에서는 이 두 가지를 버무렸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영화 ‘군함도’는 이 상영관에서 4DX with ScreenX 버전으로 처음 상영하는 영화다.

개관에 맞춰 지난 18일에 개최된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행사도 있었다. 기자도 4DX with ScreenX의 앞쪽 두 번째 줄에 앉아 직접 체험해봤다. 트레일러 영상이 나타나자 다면 상영 시스템이 등장했다. 영상이 차량 운전자의 관점에서 진행되는 까닭에 마치 직접 운전하는 것처럼 특수 제작된 가죽시트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영상에서 운전 중 핸들을 꺾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시트 역시 좌우로 움직이고 회전했다. 급가속이나 드리프트 같은 장면에서는 이 같은 모션 체험이 더 도드라졌다. 멀미를 걱정할 만큼 시트의 움직임이 남달랐다. CGV 설명에 따르면 기자가 체험한 기술은 Sway&Twist로 불린다. 기존보다 약 4배 이상 강렬하고 리얼한 모션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또 강가 액션이나 물이 튀는 장면이 등장하니 실제로 소량의 물이 뿌려지기도 했다. 몇 방울의 물이 튄 기자의 안경이 그 ‘치열했던’ 관람경험을 그대로 보여줬다.

IMAX 레이저 상영관은 크기가 관객을 압도한다. 일반 상영관 보다 5배 이상 큰 가로 31m, 세로 22.4m의 스크린과 고해상도 레이저 영사기를 갖추고 있어서다. 

 

포럼에 참석한 정성필 CGV 국내사업본부장은 기자들에게 “용산 아이파크몰 IMAX는 전 세계 1200개 스크린 중 가장 크고 멀티플렉스가 보유한 스크린 중에서도 가장 크다”며 “시야감이 꽉 찬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일반 영사기가 제논램프 형식을 사용하는 데 반해 이 상영관은 레이저 방식을 활용한다. 이 덕에 기존보다 50% 더 밝고, 2배 선명한 화면, 최고 40%까지 늘어난 1.43:1의 화면비를 갖췄다는 게 CGV 측 설명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첫 실화 작품으로 지난 20일 개봉한 ‘덩케르크’가 첫 ‘IMAX 레이저’ 개봉작이다.
 

(왼쪽부터) 차원천 롯데시네마 대표와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이 13일 서울 잠실에 위치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영화 상영관 'SUPER S'에서 삼성전자 '시네마 LED'를 소개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롯데시네마는 그룹의 새 상징 노릇을 하고 있는 잠실 월드타워점을 통해 추격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 13일 롯데시네마는 서울 잠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영화관 13관에 시네마LED를 설치한 상영관 ‘SUPER S’를 공개했다. 시네마 LED는 삼성전자가 지난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극장 전용 LED 스크린이다.

SUPER S관에 설치된 삼성전자 시네마 LED는 LED 캐비닛 96개를 활용한 가로 10.3m 크기다. 영화에 최적화된 4K(4096x2160) 해상도를 구축했다. 지난 5월 영사기가 아닌 영화 장비로는 세계 최초로 디지털 시네마 표준 규격인 DCI(Digital Cinema Initiatives) 인증을 획득해 화제가 됐었다. 이 기술 덕에 기존 프로젝터 램프와 비교해 약 10배 이상 향상된 최대 146fL(Foot-lambert)의 밝기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게 롯데시네마 측 설명이다.

또 롯데시네마는 삼성전자가 갖춘 차세대 핵심 영상 기술인 HDR(High Dynamic Range)을 이 상영관에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야말로 극장에서의 몰입감을 극대화하겠다는 얘기다. 앞서 롯데시네마는 지난 5월에 월드타워 영화관 수퍼플렉스G에 국내 최초로 듀얼 6P(Primary)레이저 영사기 도입소식도 알렸었다. 6P레이저 영사기는 기존 영사시스템 대비해 2배 정도 밝다. 롯데시네마는 2015년 국내 최초로 레이저 영사기를 도입했었다.

CGV와 롯데시네마의 기술 담금질은 도전에 대한 응전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모바일 시청행태의 확산을 등에 업고 OTT(Over the top)들이 새 대세로 자리 잡고 있어서다. 이 선두행진에 넷플릭스가 서 있다. 아직 한국 시장에서는 큰 힘을 못 쓰는 형국이지만 이 분위기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영화 ‘옥자’를 두고 넷플릭스와 멀티플렉스 3사가 대립하는 모양새가 연출된 점도 극장가에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국내서는 빅데이터 영화추천 서비스를 활용하는 ‘왓챠플레이’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당장 통신기업들이 내놓는 IPTV의 도전도 만만하게 볼 건 아니다. 각 분야의 IT기업들이 영화관을 포위하고 있는 형국이다.

최병환 CJ 4DPLEX 대표는 18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4DX, 스크린X 등은 절대 집에서 경험할 수 없고 반드시 CGV에 와야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들”이라며 “모바일과 영화 두 미디어는 함께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의 말은 영화관이 나아가야 할 길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모바일이 집에서 가볍게 즐기는 일종의 스낵컬쳐(Snack Culture)라면 영화관은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문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얘기다.

CGV가 용산에 가상현실(VR) 복합 체험존 VR PARK를 설치한 점도 그래서 흥미로운 대목이다. IT 분야의 기술진보를 ‘올드미디어’의 대표주자인 영화관에서도 적극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로 읽히는 탓이다. 업계 1위 CGV가 이 같은 길로 나아가면 업계 2, 3위 업체들의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 박사는 “그간 극장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영화장르는 판타지, 무협, 호러, 액션 등이 꼽혔다. 그런데 극장들이 상영기술을 더 발전시키고 몰입감을 키우면서 장르의 경계마저 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의 재개봉 열풍도 이 덕분”이라며 “집에서의 홈비디오 시청과 극장관람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관객들에게 소구하는 매력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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