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근거로 '파라마운트 판결' 거론하는 것에 불만 표출…“영화산업 글로벌화위한 큰 그림을"

18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는 서정 CGV 대표이사. / 사진=CGV

서정 CJ CGV 대표이사가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된 영화 상영‧배급 겸업 금지 움직임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어조는 그 어느 때보다도 공세적이었다. 특히 서 대표는 1948년 미국 파라마운트 판결이 주요 규제 근거로 거론되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70년 전 법을 갖고 국내 영화산업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서 대표는 규제로 국내 산업을 위축시키기보다 글로벌화가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18일 서 대표는 CGV 용산아이파크몰 개관에 맞춰 열린 ‘2017 중반기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 기조연설자로 나와 “최근 들어 수직계열화, 스크린독과점에 관해 많은 얘기들이 있다. (그런데 수직계열화가) 그렇게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반문하게 된다”며 “70년 전 법을 갖고 대한민국 영화산업을 재단하는 게 맞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 대표가 언급한 70년 전 법은 미국 파라마운트 판결이다. 영화계 안팎에서 상영‧배급 금지에 힘을 싣는 측에서는 파라마운트 판결을 전범으로 삼아 국내 영화산업을 개혁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1948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내놓은 ‘파라마운트 판결’은 법무부 독점금지국이 8개 영화 스튜디오들의 셔먼법 위반행위 금지를 청구한 민사소송에서부터 시작됐다. 연방대법원은 가격 담합, 독립극장 차별 등 당시 영화 스튜디오들의 거래 관행이 반경쟁적 행위라고 판단했다. 문제의 근원으로 수직계열화가 꼽히는 바람에 결국 스튜디오들은 극장을 계열분리해야 했다.(관련기사: ‘영화시장 독과점’ 이번엔 메스 제대로 댈까, 《시사저널》 1443호

지난해 안철수 전 국민의당 의원과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동시에 제출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의 핵심골자 역시 상영‧배급 겸업 금지다.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도 의원이 문체부 장관에 취임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김상조 체제로 바뀌면서 규제론에 더 힘이 실리리라는 전망도 많았다. CJ는 상영업자 CJ CGV와 배급업자 CJ E&M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롯데는 롯데시네마와 롯데엔터테인먼트를, 제이콘텐트리는 메가박스와 플러스엠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 영화투자배급업계 강자 NEW도 올해 극장을 연다. 

 

이런 분위기에서 공개석상에 나선 서 대표는 “1980년대~1990년대까지 영화산업이란 표현조차 없이 영화판으로 불렸다. 1990년대 많은 대기업 자본이 영화판으로 들어왔고 제작자, 감독, 스태프 등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영화시장이) 산업화에 성공했다”며 “CJ그룹과 CGV가 영화산업을 글로벌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 대표는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법의 속도가 가장 늦다고 했다. 바뀌지 않는 법의 속도를 가지고 기업의 속도, 산업 변화의 속도를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을지 공론화의 장을 거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론화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사실상 국회와 정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덧붙여 서 대표는 “한국영화산업이 규제 틀 속에서 위축될 건지, 정말 글로벌로 나아갈 건지 기점에 서 있다”고 밝혔다.

서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그는 새 정부 출범 전인 지난 2월 8일 CGV 여의도에서 열린 ‘2017 상반기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도 “영비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과연 영비법 개정이 국내영화산업에 득이 될지 (모르겠다). 상영‧배급 분리까지 얘기하고 있다”며 “한국영화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한다면 큰 그림을 봐야한다. 너무 작은 부분에 매달려 한국영화산업이 성장할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비판했었다.

또 그는 지난해 6월 22일 열린 같은 포럼에서도 CGV를 겨냥한 스크린 독과점 비판이 부당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영화가 문화이자 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었다. 다만 이때까지만 해도 영비법 개정안 제출 전이라 비판의 과녁에 정치권이 세워지진 않았었다. 포럼이 거듭될수록 발언 수위는 강해지고 겨냥하는 과녁은 넓어지는 모습이다.

서 대표의 ‘글로벌 기업 육성론’은 국내 영화산업 시장 정체와도 무관치 않다. 이날 서 대표는 “국내 상영매출액은 1조 7000억원으로 통신, 출판, 방송, 게임 등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라며 “출점과 관련해서도 국내 시장은 솔직히 말해 포화다. 결국 해외에서 성장발판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CGV는 그간 해외 엔터테인먼트 산업 트렌드가 M&A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수직통합이 가진 장점을 주장해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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