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정상회담서 트럼프 재협상 의지 명백하게 밝혀…"한국과의 무역 운동장 평평하게"

문재인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청와대) /사진=뉴스1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앞날이 안갯속이다. 취임후 줄곧 무역장벽을 주장해 온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미FTA 재협상 의지를 명백하게 밝힌 것이다. 한미FTA 재협상이 현실화될 경우 양국은 첫 협상 못지 않은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한미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며 사실상 FTA 재협상을 통보했다. 이어진 공동언론발표에서는 "한국과의 무역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간 한미FTA로 인해 한국과 무역에서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며 재협상을 주장해왔다. 앞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21∼22일 상원 재무위원회와 하원 세입위원회 공청회 “200억∼3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한국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무역장벽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재협상 테이블이 마련될 경우 미국은 자국의 자동차에 대한 수입규제나 값싼 중국산 철강을 사용한 한국산 철강제품의 미국 수출 등을 문제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한미 무역 불균형의) 가장 큰 단일 요인은 자동차 무역이다. 미국산 자동차를 수출하는데 많은 비관세 무역장벽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다른 문제는 유정용 파이프와 철강제품 수입 문제다. 한국은 이 시장이 없어서 전량 수출하고 있다"고 덤핑 문제를 지적했다.

한미 FTA 재협상은 양측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이 계속 반대하면 일방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 그러나 일방폐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이 폐기를 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로선 재협상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이에 전문가들은 재협상에서 우리 측이 원하는 결과를 최대한 이끌어 내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미 무역에서 특정부문의 수입을 확대하거나 일본과 중국처럼 현지 진출기업의 투자약속 등 협상도구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트럼프의 최대관심사항이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셰일가스 등에서 수입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미국 내 투자확대를 원하는 민간기업도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는 30일(현지시간) 한미 양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합의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한미FTA 재협상에 대해 한미 양측간 합의한 바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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