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쓰레기 투척에 취객 난동까지…이전 요구 민원 빗발

16일 봉천역 인근 공중전화 부스 유리가 깨진 채 방치돼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과거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던 공중전화가 최근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흡연과 쓰레기 투척이 이어지는 데다, 취객 난동이 빈번히 일어나면서 이전을 요구하는 민원도 빗발치고 있다.

“우리 집 대문 옆에 공중전화 부스가 있는데 새벽 시간에 고성으로 싸우는 사람들이 많다. 부스 주변에 버려지는 담배꽁초, 가래침, 구토, 방뇨 등으로 불편하고 기분이 나쁘다. 창문 틈으로 담배연기도 들어온다. 철거를 요청한다.”

8일 국민신문고에는 이 같은 민원이 접수됐다. 민원이 접수되자 공중전화 관리를 담당하는 KT링커스는 우체국과 협의해서 이전 설치가 가능한 장소를 마련한 후 옮기기로 결정했다.

공중전화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정아무개씨(여‧25)는 “아파트 앞 길 모퉁이에 공중전화 부스가 있었는데 늘 쓰레기와 구토, 오줌이 많았다”며 “너무 관리가 안돼서 주변을 지나갈 때 마다 불결했다”고 전했다.

미관상의 문제는 안전 문제와 직결될 가능성도 높다. 16일 서울 봉천역 주변 옥외에 설치된 공중전화 부스 5곳을 살펴본 결과 5곳 가운데 3곳이 훼손돼 있었다. 3곳 모두 유리가 깨져있었다.

 

16일 봉천역 인근 공중전화 부스 유리가 깨진 채 방치돼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심리학의 깨진 유리창 이론에 따르면 깨진 창문이 방치된 곳에서 범죄가 더 많이 일어난다. 법과 질서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다. 공중전화 부스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열악한 상태로 방치되는 곳도 부쩍 늘었다.

변화의 움직임도 있다. 공중전화 부스를 은행 ATM기와 합치거나 책방, 안전부스, 전기차 충전 부스, 와이파이 부스로 바꾼 사례도 있다. 비영리단체 라이터스는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2번 출구 부근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를 오디오북 녹음 공간으로 개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다수 공중전화 부스는 방치돼 있다. 깨지고, 쓰레기 쌓이고 흡연부스로 전락하기 일쑤다. 현재 전국에 6만 여대의 공중전화가 설치돼 있다. 최근 들어 매년 적자를 내고 있지만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운용되고 있다. 이아무개씨(여‧30)는 “많이 사용하지도 않고 관리도 안 할 거라면 공중전화가 미관만 해칠 뿐”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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