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 김진표 "또 유예" 언급 기독교계 대변 의심…'면세특권' 더이상 인정 말아야

지난 2013년 10월 29일 국무회의. 헌정 사상 최초로 종교인 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지급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전격 통과했다.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지난 1968년 성직자에게도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표명한 이후 45년 만에 진정한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가 실현된 것이다. 


당시 공포된 시행령 안대로라면 종교인들은 2015년부터 일반국민과 똑같이 세금을 내야 했다. 하지만 종교인 과세는 현재까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종교계의 거센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유예’라는 희망고문만 남기고 지금까지 표류하고 있다. 2018년부터 시행되는 것으로 끝날 것 같았던 이 항해는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새 정부에서 종교인 과세를 다시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진표 국가기획자문위원장이 총대를 메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내년으로 예정된 과세를 2년 늦춰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여기에 공감을 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탈세 제보가 오면 국세청이 나가서 세무조사를 해야 하는데, 준비가 부족해 국가권력과 종교가 충돌하는 일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내년 시행에 문제 없다”는 기존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7일 인상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문제는 김 위원장의 인식이다. 인터뷰 발언대로라면 김 위원장은 종교를 국가권력과 견줄만한 하나의 권력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앞서 언급했던 국민개세주의는 면세특권을 누리던 귀족층에게 세금을 걷기 위해 도입된 논리다. 그 누구도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원칙에서 자유롭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현 세태를 보면 새 정부가 종교계를 또 하나의 귀족세력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선 한국의 3대 종교인 기독교(개신교), 천주교, 불교 중 유독 기독교 종교인들의 반대가 심하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대형 교회 장로에 독실한 개신교인이라서 해당 교계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후보시절 유예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화살을 돌리기도 한다. 논란이 커지자 김 위원장은 "청와대와 조율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김 후보자의 입장변화는 암시하는 바가 크다. 

 

현재 일부 종교계는 투명하지 못한 재정운영과 상실해 버린 자정능력으로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불신을 받고 있다.​ 이는  종교계가 '국세청 세무조사'에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종교계는 이미 오랫동안 헌법 제38조(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의 예외를 인정받아 특권을 누리고 있다. 이젠 그 특권을 스스로 벗어 국민의 요구에 당당히 응답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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