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통신망 구축보다 수중이 까다로워

30일 고학림 호서대 ICT공학부 교수가 수중 통신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30일 오전 8시가 되기도 전에 서울에서 인천으로 향했다. 한 시간 남짓 시간이 흘러 어느새 인천 남항에 다다랐다. 이번 SK텔레콤 수중통신기술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발걸음을 재촉한 이들은 비장한 각오로 패치형 멀미약을 귀 언저리에 붙였다. 바다를 제대로 감상할 새도 없이 곧바로 배 위에 올랐다. 한 관계자는 “파도가 높아야 ‘그분(구토)’을 보는 사람이 많을 텐데”라며 농담을 던졌다.

배 안에서는 구명조끼와 관련 자료가 배포됐다. 모두들 세월호 참사를 떠올린 탓인지 단단히 구명조끼를 챙겼다. 자료는 분산형 수중 관측‧제어망 개발 사업, 수중 관측 제어망 설계 기술에 대해 각각 한 부씩 배부됐다. 하지만 일렁이는 배 안에서 자료를 훑는 건 쉽지 않았다. 파도 높이가 0.5m로 비교적 잔잔한 편이었으나 파도가 낯선 이들에겐 텍스트를 꼼꼼히 읽어나가는 것도 곤욕이었다.

20분쯤 지나 바다 가운데서 배가 멈춰 섰다. 기술에 대한 설명을 위해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멀리까지 여러분을 모시게 된 이유는 이색적인 네트워크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며 “언론에서 수중통신망에 관심을 가져주면 좀 더 빨리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비릿한 짠 내가 진동하는 좁은 선실에서 수상(水上) 발표가 시작됐다. 고학림 호서대 ICT공학부 교수가 마이크를 들었다. 고 교수는 “바다나 강 호수가 지구의 면적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바다가 육상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 해외에서는 바다 쪽 데이터로 수중통신망을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고 교수는 반도 국가인 한국에게 수중통신기술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해양환경, 지구온난화, 수자원 모니터링을 통해 방사능이나 패류, 적조 등을 감시할 수 있다. 세월호 사고처럼 해양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수중통신망을 이용하면 정확하고 빠르게 사고에 대응할 수 있다. 통신망으로 실시간 데이터를 바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예측 정확성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구조작업하는 잠수부도 먼저 입수한 잠수부의 구조 현황을 모니터로 보면서 구조활동을 진행할 수도 있다. 현재는 해저에서 잠수부간 소통이 잘 되지 않아 깜깜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수중통신망은 해양 방위와 쓰나미‧해저 지진 조기 경보 등에도 활용된다.

수중 기지국 기반 통신망은 크게 수중 센서, 수중 기지국, 해상 통신 부표로 구성된다. 센서에서 수집된 정보는 기지국을 거쳐 해상 통신 부표로 전달된다. 이 데이터가 다시 위성·LTE 등 통신망을 거쳐 지상으로 전송되는 구조다. 물 속에서는 음파를 공기 중에서는 전파를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한다. 수중 기지국을 사용하면 간섭이 줄어들어 기존 음파를 통한 1 대 1 통신보다 저전력으로 관리할 수 있다.

 

30일 수중 통신기술을 시연하기 위해 안테나가 준비돼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이윽고 시연이 이어졌다. 시연에 앞서 파랗고 기다란 안테나가 먼저 바다에 투입됐다. 이 안테나가 있어야만 통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탑승한 배가 수신배, 500m 거리에 떨어진 배가 송신배가 되어 서로 통신하는 과정을 시연했다. “시나리오 1번 시연하겠습니다”라고 하자 20초 후에 문자가 전송됐다. 이어 센싱정보와 사진 등도 전송됐다. 컬러사진이 수중통신망을 통해 안정적으로 전달되자 연구진들은 반색했다. 

 

30일 SK텔레콤과 호서대 해양IT융합기술연구팀이 수중 통신기술을 활용해 사진을 전송받는 시연을 진행했다. / 사진=변소인 기자
그러나 해양 특성상 걸림돌도 많다. 육상과 달리 바다의 환경이 수시로 바뀐다. 그리고 동해, 남해, 서해 등 수중 지형에 따라 통신 환경이 현저히 달라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학림 교수가 이끄는 호서대 해양IT융합기술연구소는 채널환경을 스스로 구축해서 매개변수를 바꾸는 똑똑한 통신모뎀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팀은 1~3차년도에 해상부표-수중기지국간 통신시스템을 개발한 뒤 4~5차년도에 수중기지국-센서노드 간 통신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노드는 통신망 중 시간을 잇는 기간회선과 단말에 연결되는 접속 부분이다. 이어 5차년도에는 해상부표-수중기지국-센서노드간 통신시스템을 통합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6~7차년도에 육상망과 수중망을 연동하는 실험망을 마련할 계획이다.

호서대와 SK텔레콤은 기지국 기반 수중통신망 연구를 위해 10월쯤 서해안에 실험망 구축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7월까지는 실해역 측정, 9월에는 실증 시험 작업을 마무리한다. 2020~2021년에는 실험망을 최종 완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기지국 기반 수중 통신기술은 국책 연구과제로 진행되고 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연구가 이뤄지며 호서대 연구팀과 SK텔레콤 외에도 13개 연구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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