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새 정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토론회 열려...파이로프로세싱 방식 두고 갑론을박

대전원자력안전협의회가 2월15일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기술원(KINS)대회의실에서 긴급 소집됐다. 이날 임시회의에서 하나로 원자로 내진보강 공사 부실의혹, 방사능 오염 가능성 폐콘리트 무단 반출, 파이로프로프로세싱 안정성 검증, 사용후핵연료 반환 등 안건이 다뤄졌다. / 사진=뉴스1
원자력발전소 등 핵관련 시설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완벽하게 처리한다는 명분으로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의 건식재처리-소듐고속로’ 개발 정책의 문제점을 따져보는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문가들은 원자력 당국이 추진 중인 사용후연료 처리 방식의 효과성을 두고 뚜렷하게 입장 차이를 보였다.   

 

24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는 ‘새 정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유승희·김경진·최명길 국회의원과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탈핵에너지교수모임, 핵없는세상을위한 한의사회 등이 주최해 기획됐다. 

 

먼저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학 경제학부 교수가 이날 토론회에서 ‘재처리와 고속로 개발 문제’를 주제로 강연했다. 장 교수는 이날 원자력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건식재처리와 소듐냉각고속로의 병행 추진 정책을 신랄히 비판했다. 

 

이날 장 교수가 주로 강연 주제로 주로 다룬 ‘파이로프로세싱’은 금속연료의 고온전기화학법으로, 각 원소의 산화 환원 전위 차이를 이용해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을 분리하는 방법을 말한다. 건식재처리법을 활용한 파이로프로세싱은 기존 습식(PUREX법)에 비해 시설을 간소화할 수 있고, 취급량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장 교수는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해 “500~1300℃로 작업을 하면 기기와 부품의 빠른 열화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 유지와 보수비 등 경제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이외에도 높은 방사능으로 인한 피폭 리스크, 염화물과 금속 등 2차 폐기물의 대량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장 교수는 “파이로프로세싱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고속로의 상용화가 절대적인 전제조건”이라면서 “현행 경수로에서는 파이로프로세싱 방식의 금속연료를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도 장 교수는 “재처리 공장의 근본적인 리스크를 안고 있다”면서 “사고시의 대규모 피해뿐만 아니라 작업원의 피폭증가로 인해 사고시나 보수시 기간이 장기화돼 경제성도 악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찬성론자 측 전문가들을 강하게 반박했다. 송기찬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연료주기기술연구소장은 “오늘의 발제에서 제기된 주장은 우리나라 연구개발 능력에 대한 불신과 폄하에서 시작됐다”고 전제하고 “앞으로 일정 기간 동안이라도 불가피하게 원자력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면 후손들에게 사용후핵연료 관리라는 무거운 짐을 남기지 않도록 다양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술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소듐냉각고속로개발사업단장도 “(개발 중인 금속연료기반 고속로는) 원자로 출력이 불분명한 이유로 급등할 경우, 원자로의 고유 안전기능에 의해 자동정지된다”면서 “(강연자의 주장처럼) 양의 반응도에 의한 핵폭주는 (앞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경수로와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고속로의 건설비를 직접적으로 비교해 경제성을 평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면서 “경제성 평가의 기본을 너무 무시한 것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건식재처리-소듐고속로 병행개발은 사용후연료 처분면적인 줄어들고 관리기간이 짧아지는 등 장기적 효과를 다소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중단기적으로는 빠듯한 국가예산의 상당 부분을 위험기술 개발과 실증단지 건설에 쏟아부어야 하는만큼 공론화가 선결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재처리시설이든 소듐고속로든 테러와 미사일, 지진 등 인공과 자연재해는 물론 북한과 대치 상황에서 수십기의 대형설비는 상상하기 힘든 원자력 사고와 방사능 재능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사용후연료에 관한 국민적 수용성 확보는커녕 기술적 타당성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건식재처리와 소듐고소로 건설이 가져다줄 장밋빛을 섣불리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서남덕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전문위원은 파이로 연계 소듐냉각고속로의 긍정적인 효과를 주장하는 측의 논리를 검토한 결과, 효과가 기대보다는 미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서 위원은 “파이로 연계 SFR 순환핵주기의 효과성은 합리적인 방법론과 현실적인 가정을 바탕으로 엄밀하게 평가돼야 한다”면서 “현재의 순환핵주기 연구가 국내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최적화된 문제해결을 찾는 방안 중의 한 가지”이라고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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