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노동공약 첫 시험대…최저임금위원회는 여전히 파행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중앙홀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국회를 나서고 있다. / 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도 최저임금을10% 이상 올리겠다고 공약한 가운데,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 노동공약 가운데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최저임금 결정 법정시한이 6월 29일이어서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가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노동의제가 된다. 그런데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여전히 파행상태인 탓에 우려를 키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대구 성서공단내 한 자동차부품회사에서 '일자리 100일 플랜'을 발표하며 "최저임금 인상률이 한자리수인 것도 이제는 바뀔 때가 됐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10% 이상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보완책과 관련,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과 중소기업에 어려움이 되지 않도록 보상대책도 함께 마련하겠다"며 "카드 수수료 인하, 납품단가 최저임금 인상률 이상 연동 등이 포함된다. 최저임금 위반사업장 감독과 시정조치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파행상태다. 노동자위원들이 지난해 공익위원 중심의 최저임금 결정에 불만을 표시하며 회의장을 퇴장한 뒤 위원회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공익위원 위촉방식을 비롯한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전반적으로 손보기 전에는 복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노동자위원들의 이 같은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정부가 최저임금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한다면 복귀를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혀 대화가능성을 열어뒀다.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인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1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까진 그 입장에 변동이 없다”면서 “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에 관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다. 새 정부가 막 출범을 했으니 차차 로드맵을 제시하면, 이를 바탕으로 노동자 위원들이 논의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 전원회의는 지난해 이례적으로 6월에 시작됐지만, 2011년에는 3월에, 2012~2015년에는 4월 초에 열렸다. 즉 이달 내에 전원회의를 시작하더라도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얘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이르면 이달 마지막 주에 6월 임시국회를 개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6월 임시국회가 열린다고 해도 노동계가 요구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이 이뤄지기 어렵다.

국회에는 공익위원 선출방식 변경 등을 비롯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다수 계류돼 있다. 하지만 법안이 환노위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까지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예측하기 어렵다. 새정부 인선도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고용노동부와 법안을 조율하기도 녹록치 않다. 정부, 여당 의견이 조율돼도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 반발을 넘어서는 것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9일 논평을 내고 정부와의 대화가능성을 내비췄다. “문재인 정부에 제안한다. 민주노총과 만나는 것부터 시작하자”며 “가장 시급한 노동정책은 6월까지 결정해야하는 2018년도 최저임금이다. 입법절차 없이 행정부권한으로 즉각 시행 가능한 노동적폐청산과 개혁조치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한 환노위 관계자는 “최저임금법 개정을 조건부로 최저임금위원회에 복귀하겠다는 노동계 입장은 무리가 있다”면서 “환노위에 계류된 최저임금법안만 해도 여러 개여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노동부장관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정부가 민주노총과 바로 대화를 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또 “최저임금 수준은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 95년도에 최저임금위원회가 출범한 이래로 정부의 의지에 따라 연평균 인상률이 많이 달랐다”며 “법제화, 제도 개선만이 문제해결의 전부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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