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생명 통해 삼성전자 지배력 확장…보험사 자산운용비율 주식액 시가 적용해야"

김성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다음 정부가 기업 총수의 보험사를 통한 부당한 지배력 확장을 막아야 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를 위해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 주식 소유액을 시가로 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사진=이준영 기자

재벌 개혁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대선 후보들은 잇따라 재벌 개혁 공약을 내놨다. 김성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다음 정부가 기업 총수의 보험사를 통한 부당한 지배력 확장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 주식 소유액을 시가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만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 의지에 달렸다는 것이다.

보험사 자산운용비율 주식 소유액을 시가로 바꿔야 하는 이유는.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계열사의 주식이나 채권을 총자산의 3%까지만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보험사는 보험금을 적시에 보험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하기에 자산운용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에 현행법은 보험사가 다른 회사의 채권 또는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 보유액이 총자산이나 자기자본의 일정 비율을 초과하지 않도록 한도를 정했다.

그런데 금융위원회가 고시한 보험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할 때 총자산 및 자기자본은 시가 등을 반영해 작성된 재무제표상 가액을 적용한다. 반면 주식 또는 채권의 소유액은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적용한다. 자산운용비율 계산 시 분모와 분자의 기준이 다른 불합리한 상황이다. 주식 취득 원가는 대부분 시가보다 낮다. 이에 보험사는 시가를 적용하는 경우보다 더 많은 계열사 주식을 가질 수 있다. 총수들은 보험사를 통해 계열사 지배력을 키울 수 있다.

이러한 보험업 감독규정으로 총수가 지배력을 확장하는 기업이 있나.

삼성생명이 그렇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 지배력을 부당하게 확장했다. 2016년 9월말 기준 삼성생명 총자산은 약 192조원이다. 시가를 기준으로 하면 약 5조8000억원 한도로 계열사 주식을 가질수 있다. 그러나 취득원가 기준을 적용받고 있어 약 23조2000억원에 달하는 계열사 주식을 갖고 있다.

금융위가 고시한 보험업 감독규정에 따라 자산운용비율에서 주식 소유액이 취득원가로 적용된다. 이에 삼성생명은 주식 소유액을 시가로 산정했을 경우보다 더 많은 삼성전자 지분을 갖게 됐다. 그만큼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커졌다. 지난해말 기준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55%를 가지고 있다.

일각에선 보험사의 계열사 투자한도 규제가 취지상 취득시점 규제에 해당한다고 반박한다. 시가변동에 따른 가격변동은 실제 투자금과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보험사를 제외한 다른 금융사는 자산운용비율 계산 시 보유 주식에 대해 시가를 기준으로 한다. 다른 금융사와 달리 보험사만이 특별하게 보유 주식에 대해 취득원가를 적용하는 것에 대한 합리적 설명이 없다. 금융위원회 고시에 불과한 보험업 감독규정에서 상식 밖의 기준을 정하고 있다. 이에 총자산 대비 계열사 보유 주식 비중이 대폭 줄어든다. 자산 운영의 건전성을 지키려는 보험업법 취지에도 어긋난다.

이를 어떻게 개선하나.

보험업 감독규정만 바꾸면 된다. 금융위원회가 의지만 있으면 바꿀 수 있다. 사실상 정부 의지에 달린 것이다. 다음 대통령은 기업 총수의 부당한 지배력 확장을 막아야 한다. 보험사도 다른 금융사처럼 자산운용비율 산정 시 소유 주식액을 시가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서도 할 수 있으나 감독규정을 바꾸는 것 만으로 가능하다.

다만 완충 장치는 생각해 볼 수 있다. 보험사 자산운용비율 산정 시 소유 주식액을 시가 기준으로 개정하면 삼성생명은 2016년 9월말 기준 약 17조원의 계열사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몇 년에 걸쳐 매각할 수 있는 방안 등은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원칙은 바로 세워야 한다.

다음 정부는 국민 경제에 재벌들이 긍정적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총수 일가를 최우선으로 하는 폐해를 용납해선 안된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으로서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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