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감성 연구소 보테니크의 대표 디자이너이자 결혼한 지 이제 8개월 된 새댁 이보람 씨의 아파트 리모델링 이야기.

사진=리빙센스 백경호(프리랜서)

차근차근 내 손으로 만든 신혼집

지난해 8월 말 결혼한 이보람 씨. 결혼식을 앞둔 두어 달 전, 남들 다하는 뻔한 준비보다 의미 있는 앞날을 계획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신혼집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순간부터 한 달 이상 신혼집 리모델링에 올인했다. 신부라면 필수인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패키지보다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결혼식을 치르되, 신혼집을 공들여 꾸며보자는 생각이 컸다. 

 

물론 이를 직접 진행한 것은 플랜트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아내 이보람 씨였고, 회사원인 남편은 이를 물심양면 지원해줬다. “남편은 제가 원하는 컬러나 스타일을 연애 시절부터 배려해주고 따라주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신혼집 또한 저희 둘이 살 아기자기한 공간을 상상하며 직접 꾸몄어요. 인테리어 화보에 가득 담긴 트렌디한 부분도 멋졌지만 이를 마냥 따라 하기보단 저희가 실제로 매일 살아갈 아파트 공간에 맞는 선택이 필요했어요. 고가의 소품을 사용한 스타일링이 아닌 달콤한 신혼 분위기를 내고 싶었거든요. 꼭 투자하고 싶었던 포인트는 공간의 틀을 짜넣는, 목공 작업이 필요한 웨인스코팅이었어요. 둘만의 첫 집인지라 최대한 꼼꼼하게마무리하려고 해서 손이 많이 간 소중한 신혼집이에요.”

 

 

사진=리빙센스 백경호(프리랜서)

사진=리빙센스 백경호(프리랜서)

아파트에 그린 감성 더하기

이보람 씨의 아파트 인테리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집 안 곳곳에 들인 식물이다. 현관에 들어서면 주인보다 먼저 반기는 식물들. 

 

실제로 그녀는 꽃과 나무, 식물을 공간에 디자인하고 그린 감성을 전하는 스튜디오, 보테니크를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집안에서 기르는 식물을 ‘반려식물’이라 부른다.

 

“요새 아파트에서도 반려동물과 함께 살잖아요. 식물도 생명체고 돌보며 위안을 얻으며 함께 살아가니 반려라고 할 수 있죠. 집 안에 함께 머물면 활기도 더하고 특별한 인테리어 요소도 되고요.” 

 

이보람 씨의 셀프 리모델링은 공간감에 맞게 집 안의 스타일을 요목조목 짚어내고 이를 실제 공간으로 구현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사진=리빙센스 백경호(프리랜서)

사진=리빙센스 백경호(프리랜서)

분야별 전문가 섭외로 더 꼼꼼하게

단계별 공정을 위해서는 전문가들을 직접 수배했다. 벽과 바닥, 필름 시트 시공은 을지로에서, 나머지 시공 작업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프리랜서를 직접 알아보고 섭외했다. 각각 공정별로 날짜를 맞춰가며 매일매일 시간을 투자해 현장을 직접 꼼꼼하게 살폈다. 

 

주말을 제외하고 전문가들의 작업 기간을 2주일로 잡고 입주 청소와 도어 손잡이, 콘센트 커버 등 디테일한 부분부터 큰 가구를 들이는 마무리 기간까지 합치면 총 40일 정도가 소요된 대장정이었다. 

 

“처음 해보는 리모델링 작업이다 보니 작업 순서가 겹치기도 해서 진행 도중 어려움이 많았어요. 막상 20년 가까이 된 아파트의 살을 뜯어내고 보니 눈에 보이지 않았던 설비나 배선 부분도 보였고요. 이를 공간에 맞게 손보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하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많아서 애를 먹었어요. 집의 컨디션을 꼼꼼히 체크해두고 원하는 공간 구조와 실생활에 필요한 디테일까지 완수하려면 작업 순서를 따져가며 계획하는 것이 중요해요. 셀프 인테리어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작업 시간은 줄이되 조사하고 발품을 파는 시간은 늘려서 더 많이배우고 아는 만큼 좋은 집을 얻을 수 있다는 거예요.”

 

 

사진=리빙센스 백경호(프리랜서)

사진=리빙센스 백경호(프리랜서)

SELF GREEN INTERIOR TIP 1아파트에서도 손쉽게 플랜테리어

“요즘 식물과 인테리어를 접목해 실내에 들이는 방법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베란다 외에도 식물을 들여서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요. 

 

식물은 살아 있는 가습기라 불릴 정도로 습도 조절 능력이 뛰어나잖아요. 특히 침실은 밤에 잠을 자는 곳이므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와 음이온을 내뿜는 실내 공기 정화 식물을 두는 것이 좋기 때문에 호접란과 다육식물을 추천해요.

공간에 플라워를 들일 때는 다양한 컬러나 종을 섞는 것보다 한두 가지 종류의 식물에 잎과 가지를 함께 활용해보세요. 나만의 로맨틱 테이블이 완성될 거예요.”

 대리석 라운딩 테이블은 웨인스코팅 코너 벽의 폭(70cm)에 맞도록 율림가구에서 맞춤 제작했다. 아웃도어용 TOOU 의자의 컬러와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을지로 가구거리에서 구입해 테이블과 매치했다.

 

 

사진=리빙센스 백경호(프리랜서)

사진=리빙센스 백경호(프리랜서)

 

 

SELF GREEN INTERIOR TIP 2드라이플라워로 시즈널 스타일링

“드라이플라워로 만든 리스는 크게 공들이지 않아도 시즌마다 변화를 줄 수 있는 아이템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스타일링 방법이에요. 

 

반영구적이어서 생화보다는 좀 더 오래 곁에 두고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봄, 여름에는 싱그러운 꽃과 말린 장미로 빈티지한 느낌을 내고, 가을과 겨울시즌에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돋우는 낙엽과 작은 크리스마스 소품을 활용해 연말 분위기를 살릴 수도 있어요.”

수중식물인 개운죽은 빛이 들지 않은 곳에서도 물에 담가 두면 잘 자란다. 드라이플라워로 장식한리스와 장미로 싱그러운 감성을 더한 게스트 룸 벽면.

 

 

 

 

 

사진=리빙센스 백경호(프리랜서)

사진=리빙센스 백경호(프리랜서)

SELF GREEN INTERIOR TIP 3코너 벽을 활용한 식물 인테리어

“소형 아파트는 대부분 층고가 2.7m 미만으로 낮기 때문에 너무 큰 식물이나 화기보다 크기와 밸런스가 맞는 화기와 식물을 공간 곳곳에 배치하는 것이 좋아요. 

 

식물을 돋보이게 하려면 기본 형태의 화기를 선택하는 것이 좋고, 식물이 단조로울 때는 컬러나 패턴 있는 화기를 고르는 것도 팁이에요. 

 

코지 코너 같은 구석진 자리는 빛이 잘 들지 않기 때문에 이에 영향을 잘 받지 않는 수종을 선택하거나 시간에 맞춰 볕을 쬐어주는 것이 좋아요. 

스탠드 화분 위 식물은 딱딱하고 곧은 수종보다 줄기가 흘러내리는 식물을 매치하길 추천해요. 아이비, 페페, 고사리 같은 식물들이 좋아요. 코너 벽에도 세련된 화분 스탠드와 내추럴한 토분을 매치하면 좀 더 멋진 나만의 인도어 가든이 완성될 거예요.” 

백설공주 아이비를 놓은 화분 스탠드와 신종셀렘을 놓은 화장실 앞 코너 공간. 골드 화분스탠드는 플러스탠 제품.

 

 

사진=리빙센스 백경호(프리랜서)

사진=리빙센스 백경호(프리랜서)

SELF GREEN INTERIOR TIP 4베란다에서도 도전! 그린 정원

“베란다에서 키우는 식물들은 제가 직접 가드닝 작업을 한 것들이라 더 애정을 갖고 보살피고 있어요. 

 

아파트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베란다처럼 빛이 잘 통하고 통풍이 잘되는 공간에서는 허브를 키우는 게 훨씬 수월해요. 

 

다양한 요리의 식재료나 유기농으로 허브차를 직접 재배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또한 계절별로 꽃이 피고지는 야생식물을 키우게 되면 꽃 피는 계절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기다림의 미학을 즐길 수도 있지요. 

 

우리 뇌를 활성화시키며 행복감을 높여주는 반려식물을 가까이에 두고 일상에서 소소한 기쁨을 누려보세요.” 

루콜라와 식용허브인 바질, 캣닙을 파종해 싹을 틔우는 중인 이보람 씨의 미니 텃밭. 떡갈나무와 노랑자귀, 청산호, 수염 틸란드시아 등 행잉 식물과

화분이 함께 놓인 작은 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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