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 SBS, 매출 8290억원·영업손실 76억원…CJ E&M 방송부문 매출 1조 1284억원·영업이익 464억원

배우 고경표, 임수정, 유아인(왼쪽부터)이 5일 오후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에서 열린 tvN 드라마 ‘시카고타자기’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모습. / 사진=뉴스1

'지상파가 갑'이라는 낱말은 바뀐 세상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모양새다. 한국의 대표적인 민영 방송사 SBS와 최대 MPP(복수방송채널사업자) CJ E&M의 희비가 확연히 엇갈렸다. CJ E&M이 방송에서 1조원 넘는 매출과 5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는 사이 SBS의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공영 성격을 가진 KBS, MBC와 달리 두 회사는 민간에 의해 운영되는 대규모 방송사업자다.

업계 안팎에서 꼽는 원인은 광고다. 다만 SBS 내부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경영실패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와중에 CJ E&M은 흥행 콘텐츠를 연이어 만들어내는 제작 자회사까지 만들었다. 다급해진 SBS는 꼼수 중간광고 등 다른 수입원을 찾고 있다.

14일 금융당국 전자공시에 따르면 CJ E&M의 지난해 방송부문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 1284억원, 464억원이다. CJ E&M 전체 매출액이 1조 5384억원이니 사실상 방송이 먹여 살리는 구조다.

또 다른 민영 방송사는 어떨까. 같은 기간 SBS의 매출액은 8290억원으로 직전해보다 4.6%가 뛰었다. 문제는 영업이익이다. -77억원으로 적자전환해서다. 당기순이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SBS의 경우 라디오 사업도 하지만 TV 방송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두 회사의 엇갈린 희비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광고매출을 짚어야 한다. 두 회사 모두 사업보고서에서 변화하는 광고매출 비중을 설명해놨다. CJ E&M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의 방송통신광고비 조사보고서를 활용했다. SBS는 제일기획과 SBS의 추정치를 버무렸다.

다소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지상파 광고 감소는 두 보고서의 공통된 특징이었다. SBS는 사업보고서에 지난해 지상파TV 총광고비가 1조 6576억원, 케이블/종편 총광고비가 1조 9468억원이라고 밝혔다. 지상파는 1%가 줄었고 케이블/종편은 25%가 뛰었다.

CJ E&M도 사업보고서에 TV 1조 6628억원, 케이블TV 1조 9459억원으로 명시했다. 어찌됐든 판도가 뒤바뀌었다는 얘기다. CJ E&M 측은 “(케이블TV의) 전체 방송광고시장에서의 구성비는 41.7%에서 43.3%로 증가하면서 지상파TV의 구성비를 따라잡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광고수익은 줄어드는데 경쟁 격화 탓에 제작비용은 늘고 있는 점도 SBS의 고민거리다. SBS의 지난해 광고수입은 4609억원이다. 직전 해에는 5260억원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방송제작비는 5620억원에서 6369억원으로 급증했다. 사업비용도 40%이상 늘었다.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배우 이상윤, 이보영, 박세영, 권율(왼쪽부터)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SBS 새 월화드라마 ‘귓속말’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모습. / 사진=뉴스1

이에 대해 SBS는“최근 케이블TV 성장, 위성방송 출범 등 방통융합에 따른 다매체·다채널 시대의 도래로 지상파 3사의 시장지배력이 잠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부서는 이에 대한 반박도 있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지난 2월 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노보를 통해 “지상파 3사 공히 독과점 우위 소멸과 광고매출 축소, 올림픽 등 대형 이벤트로 인한 제작비 증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음을 감안하면 SBS의 나 홀로 적자는 명백한 경영실패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SBS 노조는 주주총회를 통해서도 지주회사 체제의 실패를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CJ E&M의 상승세는 돋보인다. 이미 CJ E&M은 지난해 1월에 주력 시간대인 22시 금요일 광고단가에서 지상파를 넘어섰다.

CJ E&M은 tvN, m-net OCN, 올리브TV, 온스타일 등을 보유하고 있다. tvN 드라마 상승세가 단연 주목받는 동력이다. 특히 제작 자회사 스튜디오 드래곤의 공세가 뜨겁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tvN에서 ‘또 오해영’, ‘굿 와이프’, ‘시그널, ‘도깨비’를 지상파에서 ‘공항가는 길’, ‘푸른바다의 전설’을 방영했다.

이에 대해 김회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작비 증가를 감안하더라도 방송부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올해) 영업이익은 최소 800억원 수준이고, CJ E&M이 방송 콘텐츠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현상을 감안하면 광고단가 상승에 따른 추가 이익 개선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J E&M이 지상파에는 금지된 중간광고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영업에는 대형호재다.

다급해진 SBS가 내놓은 게 이른바 꼼수 중간광고다. 프로그램을 1부, 2부 형식으로 나눈 후 중간에 광고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최근 SBS는 ‘판타스틱듀오2’, ‘K팝스타 더 라스트 찬스’, ‘런닝맨’ 등을 1, 2부로 나눠 방송하고 있다. 5월부터는 드라마에서도 이 방식을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MBC 역시 이 같은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미디어학자는 “(SBS의 경우) 다매체라서 힘들다고 토로하지만 반대로 보면 그간 지상파에 속해 있어서 비교우위를 누린 것도 있지 않나”라며 “광고매출 다변화에 앞서 콘텐츠 혁신에 대한 고민을 선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