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영업이익 전년 동기 대비 18.3%↓…배당성향은 20%로 역대 최대 수준

“갈 길은 바쁜데 노잣돈 담은 주머니에 구멍이 난 꼴.”

국내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현대자동차 최근 실적 추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쫓아야 할 경쟁자들은 날로 성장하고 있는데, 현대차 금고에 쌓이는 돈은 점점 줄고 있다는 의미다. 즉, 수익성이 악화된 탓에 추격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경고다.

현대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 ‘맏형’이다. 판매량, 브랜드 위세 모두 호적수가 없다. 지난해 경제 불황에 시름했지만 매출규모는 오히려 늘었다. 문제는 회사 ‘속사정’이다. 정몽구 회장이 내건 판매 목표를 맞추기 위해 판관비 등에 돈을 쏟은 나머지, 차 한 대를 팔아 남기는 돈이 점점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실적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3월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http://dart.fss.or.kr)에 발표한 2016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전년 동기대비 2.1% 감소한 485만7933대를 판매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한국GM과 르노삼성의 신차공세 고전하며 전년 동기 보다 7.8% 줄어든 65만6526대를 판매했다. 해외시장에서도 신흥시장 수요 부진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대비 1.2% 감소한 420만1407대 판매에 그쳤다.

그러나 매출규모는 오히려 늘었다. 현대차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8% 늘어난 93조6490억원을 기록했다. 제네시스가 내놓은 대형세단 EQ900 등 몸값 비싼 차종 판매비중이 늘어난 덕을 봤다. 전체 매출에서 15%를 차지하는 금융 부문 매출액이 늘어난 영향도 있었다.

하지만 번만큼 남기지는 못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조1935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18.3% 급감했다. 당기순이익은 5조7197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영업이익의 경우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이 의무화된 2010년(영업이익 5조9185억원) 이후 가장 부진한 실적이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대비 1.4% 포인트 하락한 5.5%를 나타냈다. 현대차 영업이익률은 2011년 10.3%, 2012년 10.0%, 2013년 9.5%, 2014년 8.5%, 2015년 6.9%를 기록한 데 이어 6년 내내 하락세가 이어졌다. 당초 증권업계가 내놨던 전망치(6%)를 밑도는 수치다. 경쟁사인 토요타자동차(7.9%)나 GM(6.4%), 닛산(7%) 보다 크게 뒤쳐진다.

현대차는 파업으로 인한 공장 가동률 저하도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현대차는 노조가 24차례 파업을 벌이면서 14만2000대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3조원에 가까운 손실이다. 국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고정비는 늘어나고 매출 원가가 상승했다.

여기에 마케팅 비용과 인센티브 등 판매관리비용이 대폭 늘었다. 현대차의 지난해 매출원가율은 81.1%다. 전년(80.1%) 대비 1.0%P 늘었다. 판관비는 전년 보다 5.0%P 솟구쳤다.

오토데이터 등 해외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지난해 미국 시장 판매량은 77만5005대로 전년 76만1710대보다 1.5% 늘었다. 그러나 4분기 미국에서 인센티브로 대당 평균 2930달러(약 341만4915원)를 썼다. 2015년 4분기 인센티브와 비교해 17.5% 늘었다. 차 한 대를 팔고 남길 수 있는 수익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현대차 실적에 우려를 표하는 주주들이 많아지자, 사측은 배당성향을 확대하면서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배당성향이 높다는 것은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에게 그만큼 많이 돌려준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지난해 기말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3000원의 현금을 배당했다. 지난해 중간배당 금액(1000원)을 합치면 2016년 현대차 총 배당금은 4000원으로 배당 총액은 1조795억원이다. 지난해 잉여현금흐름(약 2조원)의 50%가량을 배당에 사용한 셈이다. 배당성향은 20%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최근 5년간 현대차의 주당 배당액(보통주 기준)은 2011년 1750원, 2012년 1900원, 2013년 1950원, 2014년 3000원, 2015년 4000원으로 점점 늘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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