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안경 끼고 권력 주변 보기 마련…억울하더라도 SNS 들끓고 있는 것 외면 말기를

박지만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이자 박정희 전 대통령(5·6·7·8·9대)의 외아들입니다. 1958년생이지요. 그가 서울의 한 중학교를 졸업하던 74년 고교 무시험 진학제가 도입됩니다. 지나친 과외, 부모들의 과도한 부담 타개 등을 명분으로 한 혁명적 조치였습니다. 박씨는 서울·부산 2개 도시에서 시범 실시한 무시험제의 ‘1차 수혜자’인 셈입니다.


전재국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입니다. 1959년생으로, 82년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원에 유학했던 그는 1984년 육군소위로 예편합니다. 그 즈음 잠시 생겼다가 이내 폐지된 ‘석사장교 제도’ 덕에 ‘병역문제’를 6개월 군복무로 ‘해결’하고 장교 계급장까지 달았던 것이지요. 


위 두 경우는 사실의 진위 여부를 떠나 고위 특권층을 챙기기 위해 법·제도가 동원된 전형적 사례로 쑥덕공론됩니다. 실제가 아닐 수 있지만 타이밍이 절묘하기 때문에 그럴싸하게 운위되고 있지요. 이렇게 다수 국민들이 의혹의 눈길로 바라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선발·입찰 공고를 내면서 ‘아는 사람만 알게’ 짧은 기간, 독자가 적은 신문 등에 ‘애매하게’ 알리곤 곧 폐지하는 등의 수법은 관청에서 흔히 쓰는 수법이었기 때문입니다.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시행령에 끼워 넣었다가 곧바로 개정하면 감쪽 같습니다. 입찰·개발 등 사전 정보를 가진 공공기관 관계자나 대기업 친인척들이 남들 눈치 못 채는 사이 짭짤하게 재미 보는 행태를 상상하면 됩니다. 이렇다보니 국민들이 (진위 여부 떠나) 색안경을 쓰고 권력주변을 보는 게 보통입니다.


대선 가도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아들 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취업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문 전 대표측은 2007년 노동부 감사보고서를 내보이며 특혜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만 11개 항목에 이르는 의혹들 대개가 신빙성을 지니는 탓에 어찌 귀결될지 미지수입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원하는 직장에 2명만 응시, 2명이 합격한 과정 하나하나가 석연치 않아서 입니다. 무슨 자리를 뽑는지도 애매하고, 통상의 공고 기간 16~42일보다 턱없이 짧고(6일), 2~5개에 싣던 공고를 워크넷에만 했고, 원칙적으로 시험 시행일 15일 전에 공고해야 하는 공고를 원서 접수 시작 하루 전날 내는 등 ‘일반인은 모르도록 채용 공고를 냈다’것부터가 이상하다는 얘기지요. 

 

당시 원장이 문 전 대표가 청와대에 데리고 있던 행정관인데다가 인사규정상 절차인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은 등 오해를 살 대목은 널려있습니다. 오죽하면 문 전 대표가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2007년 작성된 감사보고서가 “제한적인 채용 공고와 단기간 공고를 한 것은 외부 응시자를 최소화한 후 특정인을 채용하기 위함이었다는 의혹을 갖게 하였음”이라는 결론을 내렸을까요. 다만 보고서는 특혜를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작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기관 주의 조치를 내리는 것으로 일단락 시켰습니다.


이제 관련 서류도 폐기됐으므로 물증을 통해 진상을 가리기는 어렵게 됐습니다. 그러니 문 전 대표로선 소명이 힘들어지고 제기된 복수의 의혹이 실제에 부합 않는다면 더욱 억울할 겁니다. 그러나 고통스럽더라도 확실히 해야 합니다. 외면한다고, 퉁 쳐낸다고 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어디에 빼돌린 자료가 살아 있을 수도 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이 관련으로 들끓는 마당에 선관위가 가짜뉴스로 규정했다며 발뺌 식 자세를 견지하다간 화를 키울지도 모릅니다. 2002년 대선 당시 아들 병역 문제로 패배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경우를 감안해서라도 성심껏 풀어가야 하겠지요. 

 

딱하게도 우리 선거가 덜 나쁜 ‘차악(次惡)’을 뽑는 것으로 전락한 지 오래입니다. 각 후보 진영은 상대의 비위를 캐서 흘리기에 분주합니다. 검증한다는 언론들은 후보 본인과 자녀의 병역, 재산 등 과거 행적을 쫓는데 열중입니다. 물론 이런 것을 통해 후보의 도덕성과 자질을 규명하겠다는 것이지만 이런데 치중하다보니 흠집내기 경연장처럼 돼버리기 일쑤여서 탈입니다. 

 

아무개는 혼외자가 있고, 다른 아무개는 야당 생활했다면서 수십억 재산을 가졌다는 등등 서로 생채기 내기에나 열심이니 선거판이 더욱 험악해지는 게 당연합니다. 너나 내나 혼탁한 세상을 살아왔으니까 어딘가 축축한 구석이 분명코 있다는 확신아래 들추고 쑤시니 배겨날 후보도 별로 없음을 부인키 어렵습니다. 특히 선두주자에겐 화살이 집중됩니다. 그래서 선거가 끝나도 감정 찌꺼기가 화합 속 국정운영을 요원하게 만들고. 정치권과 국민이 합심해 반드시 극복해야할 국가적 숙제입니다. 


아무튼 현실이 그러니 문 후보는 섭섭다말고 선거의 중대 고비가 될 아들 특혜 취업 건을 스마트하게 풀어내야 합니다. 더 이상 뒷소리가 나오지 않게 해야죠. 대충 얼버무리려면 곤란합니다. 국민들 무섭도록 똑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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