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낮은 기업 미래 없어…수익 극대화할 최선의 투자전략 성찰해야

이달초 운용규모 세계 2위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Norges Bank Investment Management, NBIM)가 10개 회사에 대해 투자를 배제한다고 발표했다. 그 중 불명예스럽게도 우리나라의 한국전력이 포함돼 있었다. 배제 사유는 한전의 매출액 중 30% 이상이 석탄발전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란다. 


주지하듯 석탄발전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이유로, 이미 전세계 500여개 글로벌 투자기관들로부터 투자배제를 당하고 있다. 또한 노르웨이 펀드는 버마 사업장에서 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날을, 담배기업인 KT&G를, 집속탄을 만드는 한화와 풍산에 대해서도 진작부터 투자를 금해오고 있다. 


이달 들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락(BlackRock)은 그들 투자대상 기업의 이사회 다양성 문제를 2017~18년 주요의제로 다룰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이사회 구성에 있어서 남녀 균형성(Gender Balance)을 개선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올해 초 블랙락의 CEO인 래리 핑크(Larry Fink)는 그들의 주요 투자기업 CEO들에게 편지를 보내,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이 개선 노력을 장기적 관점에서 지켜 보겠지만 무한정 인내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따라서 이들 기업들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하기 위해 블랙락은 이미 회사 내에 30여명의 스튜어드십 팀을 별도로 꾸리고 있다. 


그렇다면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블랙락은 무슨 이유로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ESG)를 중시하고 이를 투자에 적극 반영하고 있는 것일까. 혹여 이들 펀드가 환경 개선 및 여권신장, 혹은 기업 투명성 제고 운동에 발벗고 나서기라도 한 것일까.


이 물음에 답해 보자. 우선 위 두 개 펀드의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공적 펀드(Asset Owner)인 반면, 블랙락은 민간 자산운용사(Asset Manager)이다. 그러나 두 기관을 관통하는 공통점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장기 투자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또한 노르웨이 펀드는 공적 기금이지만 그들의 투자정책서 상에 투자수익 극대화를 강조하면서 스스로 재무적 투자자임을 천명한다. 블랙락은 민간 운용사지만 ESG요소를 중시하는 책임투자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따라서 장기투자를 표방하는 경우에는 공적, 사적 구분 없이 ESG 요소를 핵심적인 분석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왜 ESG요소가 장기투자의 필수적 분석대상이 되었을까. 

 

첫째로, 새로운 회계시스템의 등장이다. 선진국에서는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기존 재무성과 위주의 회계보고 방식에서 탈피해 기업의 ESG성과까지 아우르는 완전히 새로운 회계 시스템들을 발전시켜 오고 있다. 이러한 회계보고로 인해 정밀한 기업의 ESG성과 평가가 가능해졌다. GRI, SASB, IIRC가 바로 그 증거들이다. 


둘째, ESG요소는 기업을 한방에 훅 가게 만드는 중대한 우발 채무(Contingent Liability)가 되고 있다. 우리는 지난 수년간 환경사고, 명성 위험, 지배구조의 문제로 잘 나가던 기업이 치명적인 실적악화로 이어진 사례들을 목도해 왔다. 폭스바겐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투자수익 측면에서 장기투자가 단기투자를 능가하는가. 필자는 30년 투자경험과 최근의 자료를 근거로 단언할 수 있다. 장기투자를 하면 투자수익을 거두지만, 단기투자를 하면 패가망신한다고! 최근 조사를 한번 보자.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우량주 종목군은 78%의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개인들이 트레이딩하는 종목군은 -74%를 나타냈다. 우량주를 사서 장롱 속에 넣어 놓고 10년을 진득하게 기다리는 것이 최고의 투자전략임을 웅변해주고 있다. 


국내에도 수많은 공적 사적 기관투자자들이 존재한다. 필자는 그들이 눈 앞의 단기투기를 통해 투자자산을 증식해 나갈 수 있다는 유혹과 미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믿는다. 그 보다는 투자시계(視界)를 장기로 돌리고, 그들의 눈도 자본시장의 주가와 온갖 데이터에서 돌려, 노르웨이 펀드나 블랙락처럼 이 땅의 환경문제, 불공정문제, 기업 투명성의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이러할 때 투자가 ‘돈 놓고 돈 먹기’가 아닌, 세상과 경제를 이롭게 하며 돈을 버는 금융의 본령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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