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년 맞는 SBS교양프로그램 황성준 PD 인터뷰

황성준 PD는 요즘 바쁘지만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메인 프로듀서로 연출을 맡고 있는 <영재발굴단>의 시청률이 꾸준히 상승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방송된 특별기획 ‘아빠의 비밀’ 3부작은 시청률 8%를 돌파하며 뉴스를 제외한 동시간대 방영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매회 방송이 끝난 후에는 ‘감동을 받았다’, ‘아이를 후원하고 싶다’ 등 시청자들의 의견이 물밀듯 쏟아진다. 사실 <영재발굴단>이 처음 방영할 당시만 해도 주위의 반응이 썩 좋지만은 않았단다. 사교육을 조장하거나 비운의 천재를 낳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의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처음엔 저희도 영재를 다뤘던 기존 방송들처럼 아이의 재능만 부각했어요. 그러다 국악 신동 표지훈 군을 만나고 프로그램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죠. 첫 미팅 때 지훈 군이 ‘죽고 싶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이제 겨우 열 살 된 아이가 이런 표현을 한다는 게 너무 충격이었어요. 

 

관찰 카메라를 달고 아이의 생활을 쭉 살펴봤더니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공부와 국악을 배우고 있더라고요. 엄마와의 관계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때부터 진짜 중요한 것은 아이의 능력이 아니라 행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프로그램의 방향이 바뀌자 일은 몇 배로 더 늘어났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와 부모의 관계라는 점을 깨닫고 부모 인터뷰의 비중부터 늘렸다. 아이의 재능을 검증하기만 했던 이전과 달리 한 가정의 일거수일투족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들의 이야기와 고민을 담아내다 보니 한 달 내내 촬영과 편집으로 정신없이 바빴다. 그 이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확연히 달라졌다. 방송에 출연한 가족들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왔다는 소식까지 들려오자 황 PD는 일종의 사명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요즘 우리 사회의 천재들이 ‘과연 이 나라를 이롭게 하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어요. 좋은 대학 나와 똑똑하다는 얘기를 듣던 사람들이 지금은 되레 사회에 해를 끼치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한 아이의 부모로서, 또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영재발굴단>이 만난 아이가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될지 깊이 고민하면서 방송을 만들고 있어요.”


<영재발굴단>에는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거나 머리가 좋은, 우리가 흔히 아는 그런 ‘영재’들만 나오는 건 아니다. CCTV 영상을 보고 차종을 척척 맞히는 자동차 영재, 전 세계 모든 스마트폰의 기종과 스펙을 꿰뚫고 있는 스마트폰 영재 등 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완전히 푹 빠져있는 아이들이 출연한다. 그간 200명에 가까운 아이들을 만나고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 본 황성준 PD가 생각하는 영재란 무엇일까?


“프로그램 제목은 <영재발굴단>이긴 하지만 저희는 되도록 영재라는 표현은 피하려고 해요. 굳이 말하자면 ‘열정이 있는 아이들’이 좋을 것 같아요. 요즘 ‘그릿’이라는 말이 유행하잖아요. 우리말로 번역하면 열정, 투지 같은 건데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그릿이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파고들어 스트레스가 적다는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아이들 중에도 한 분야에 유독 남다른 투지를 보이는 경우가 있어요. 어른들도 아이가 뛰어난 성과를 보일 때보다 무언가를 좋아해서 열심히 하고 몰입하는 모습을 볼 때 더 큰 감동을 느끼잖아요. 바로 그런 아이들이 영재성을 지닌 게 아닐까요?”


아이들에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과감히 뛰어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어른들에게는 잊고 있었던 열정을 되살려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황성준 PD. 단지 공부만 잘하는 게 아니라 저마다 지닌 가능성과 흥미를 부모가 발견하고 지지해준다면 어떤 아이든 충분히 영재로 성장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아이가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황 PD가 전하는 영재의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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