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폭 전달 1000억원에서 2조9000억원으로…공공주택과 서민금융 확대 필요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 정책에 대해 실효성이 낮고 역효과만 불렀다고 평가했다. 대출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서민금융과 공공주택 확대 등 근본 대책을 요구했다. / 이미지=시사저널e

2금융권 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은행권 가계부채마저 다시 늘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에만 힘썼던 정부 정책이 역효과만 불렀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공공일자리·공공주택, 서민금융 확대 등 근본 대책을 요구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은행권부터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 이어 지난해 7월 보험사에 적용하고 이달 상호금융까지 확대 시행했다.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은 상환 능력만큼 빌리고 처음부터 나눠 갚는 방식이다.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해 대출량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역효과만 불렀다. 생활비와 주거비용이 필요한 사람들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사금융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비은행예금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13조5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조4000억원 늘었다. 비은행예금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 증가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주택담보대출액은 7조9000억원 늘었다. 전분기 증가액 3조7000억원의 두 배를 넘었다.

비은행예금기관의 대출 증가세는 올해도 이어졌다. 1월 한달 8조4509억원 늘어 732조9934억원에 달했다. 비은행예금기관에는 저축은행, 신협, 상호금융, 새마을금고가 포함된다.

보험사·카드사·공적금융기관 등을 포함한 기타금융기관 가계대출도 늘었다. 기타금융기관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362조9000억원으로 전분기 보다 15조9000억원 늘었다. 특히 보험사의 4분기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6000억원으로 3분기 1조9000억원에 비해 대폭 늘었다. 카드사, 할부사 등 여신전문기관 가계대출액도 지난해 4분기 2조4000억원 늘었다. 전분기 증가액 1조2000억원의 두 배다.

특히 정부 정책은 사회적 약자인 노인, 청년, 영세자영업자의 부채 문제를 악화시켰다. 소득이 불확실한 이들은 은행권에서 돈을 빌리기 더 어려워졌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대부업체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2938억원으로 전년 말 2363억원 보다 24.33% 늘었다. 60세 이상의 저축은행 신용대출 잔액도 2182억원으로 전년 말 1544억원 보다 41.32% 급증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제윤경 의원실에 따르면 저축은행, 대부업체의 여성 대출은 2013년 말 3조8053억에서 지난해 말 6조5437억원으로 72% 늘었다. 같은 기간 청년 대출은 1조1501억원에서 2조835억원으로 81% 증가했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잡았다고 생각한 은행권 가계부채마저 다시 늘고 있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전보다 2조9000억원 늘었다. 지난 1월 증가액 1000억원에서 대폭 커진 것이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이 다시 확대된 것은 주택담보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2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35조9000억원으로 전달보다 2조1000억원 늘었다. 1월 증가액 80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에 대해 실효성이 낮고 역효과만 불렀다고 평가했다. 대출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서민금융과 공공주택 확대 등 근본 대책을 요구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정부의 대출 규제 중심 정책은 풍선 효과로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부채를 늘려 질을 악화했다. 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기대만큼 가계부채량이 잡히지 않은 것은 금융사가 기업 대출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가계 대상 영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공공주택을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가 살고 가계부채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인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부 정책이 확대돼야 한다. 정부 예산 투입을 늘려 보건, 서비스 분야 등 질 높은 공공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며 "햇살론 등 서민금융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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